코로나19와 닮은 '킹덤' 속 역병, 원인은 탐욕과 '이것'

환단스토리 | 2020.03.17 14:25 | 조회 5808

코로나19와 닮은 '킹덤' 속 역병, 원인은 탐욕과 '이것'

by. 김종성


오마이뉴스 2020.03.16.


[사극으로 역사읽기] <킹덤> 시즌 2와 조선시대 역병

[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  <킹덤> 시즌 2가 금요일인 지난 13일 넷플릭스를 통해 출시됐다.

ⓒ 넷플릭스


전 세계가 '코로나 19'에 직면한 지금 상황을 음미하면서 시청할 만한 <킹덤> 시즌 2가 금요일인 지난 13일 넷플릭스를 통해 출시됐다.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역병과 권력투쟁을 묘사한 이 드라마는 총 6회로 구성돼 있어, 작년 1월의 시즌 1 못지않게 장시간의 시청을 요하는 작품이다.

<킹덤> 속 역병 사태의 출발점은 영의정이자 실권자인 조학주(류승룡 분)의 탐욕이다. 그의 목표는 전 왕비의 아들인 세자 이창(주지훈 분)을 몰아내고 자기 외손자를 그 자리에 앉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외손자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 중전인 자기 딸이 왕자를 낳아야만 그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다. 외손자가 태어나기만 하면 세도가문(집권 가문)인 자기 집안의 지위를 한층 공고히 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하지만 외손자가 잉태되기도 전에 임금이 세상을 떠나버린다. 다급해진 그는 이 사실을 극비에 부치고, 전 어의인 이승희(권범택 분)를 동래(부산)에서 은밀히 불러들인다. 이승희는 생사초라는 약초로 왕을 되살려놓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왕의 부활은 정상적인 부활이 아니었다. 인간이 아니라 좀비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아무나 닥치는 대로 물어뜯고 피를 빨아먹는 괴물로 되살아난 것이다. 왕한테 물린 사람들 역시 좀비로 변해 사람들을 마구 공격해댄다. 드라마 속 사람들은 이 좀비들을 '역병 환자'라고 부른다. 


기하급수적으로 역병 환자가 늘었지만 조학주는 탐욕과 권력욕에 앞서 이들을 치료하거나 좀비를 근절하려 하지 않고 이를 숨기는 데 급급했다. 이것이 역병의 확산을 부채질했다. 


이번 코로나19뿐 아니라 2002·2003년 사스 사태 초기에도 중국 정부는 감염병을 은폐했다. 사태 확산으로 인한 민심이반과 권력약화를 막기 위해서란 점에서 이 역시 탐욕과 권력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시 <킹덤>으로 돌아가보자. 궁의 가장 은밀한 곳에서 이렇게 무방비로 퍼져나간 역병은 한양 궁궐은 물론이고 동래 땅에도 퍼져 나간다. 이 상황은 세자가 조학주에 맞서 권력투쟁을 벌이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조학주는 세자에게 누명을 씌워 역적으로 몰아세웠고, 세자는 아버지의 실태를 확인하고자 이승희 의원이 있는 동래로 가게 된다. 이를 계기로 세자는 경상도에서 세력을 형성하고 조학주를 치기 위해 북상한다.


이번에 선보인 시즌 2는, 북상하는 세자와 남하하는 조학주가 충청도와 경상도의 접점인 조령(문경새재)을 무대로 대치하는 상황으로부터 시작한다. 조학주는 일종의 좀비 부대를 앞세워 세자를 위협하고, 세자는 민심을 기반으로 전력의 열세를 극복한다. 조선이라는 킹덤의 지배권을 놓고 펼치는 양측의 대결에 좀비들이 합세하면서 시청자들을 긴장시킨다.  


한양과 경상도, 역병의 창궐


<킹덤>은 조선팔도 중에서 한양과 경상도를 역병의 창궐 지역으로 설정했다. 이 같은 설정은 이 작품처럼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할 경우에는 어느 정도 적절하다. 반면, 조선 전기나 조선시대 전체를 배경으로 할 때는 그렇지 않다. 한양은 몰라도, 경상도는 조선시대 전염병의 주된 발생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영역이 휴전선 이남으로 국한되고 대외 출구가 해양으로 한정된 현대 한국인들에게는, 서울-부산 구간을 무대로 전염병의 전국적 확산에 관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그다지 낯선 일이 아니다. 하지만 휴전선 같은 게 없었고 일본보다는 대륙과 더 많이 교류했던 조선시대 사람들한테는 압록강-한양 혹은 두만강-한양 구간을 무대로 역병의 전국적 확산에 관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게 좀더 실제적이었다.


조선시대 역병의 지역별 발생 분포를 정리한 논문이 있다. 2001년에 <보건과학논집> 제27권 제2호에 수록된 김영환 고려대 교수의 논문 '조선시대 역병 발생 기록에 관한 분석 연구'가 그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1392~1891년의 500년 동안에 역병이 가장 많이 빈발한 지역은 평안도였다. 이곳에서는 90건이 발생해 총 609건 중 14.8%를 기록했다. 그 다음은 76건(12.5%)을 기록한 함경도다. 중국대륙과 맞닿은 두 지역에서 전염병 발생 횟수가 가장 많았던 것이다.


그 뒤를 이은 지역들이 충청도(72건), 전라도(71건), 한양(69건), 경상도(68건), 경기도·황해도(각 50건), 강원도(46건), 제주(17건)였다. 정식 명칭이 한성인 한양은 읍 하나 정도의 크기였다. 면적을 기준으로 한다면, 한양이 가장 많이 빈발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킹덤>의 배경이 된 경상도는 숙종·경종·영조·정조 때인 1692~1791년에는 평안도와 함께 26건의 발생 횟수를 보였다. 이 시기에는 경상도와 평안도에서 역병이 자주 발생했다. 경상도는 이 시기에는 역병이 가장 많이 빈발하는 지역이었지만, 조선왕조 전 기간을 놓고 보면 10개 지역(팔도+한양+제주) 중에서 6위에 해당했다.


'어느 곳이 역병 발생 지역으로 설정됐는가'와 더불어 <킹덤>에서 시선을 끄는 또 다른 것은 '무엇이 역병 발생 원인으로 설정됐는가' 하는 점이다. 이 드라마가 부각시킨 결정적 원인은 조학주 가문의 권력욕이다. 권력을 갖기 위해 생사초를 함부로 쓰고, 나아가 역병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조학주 가문의 탐욕이 영화 속의 조선왕조를 위기에 빠트렸다.



'인간의 탐욕'에서 기인한 전염병 

 


▲  <킹덤> 시즌 2가 금요일인 지난 13일 넷플릭스를 통해 출시됐다.

ⓒ 넷플릭스


전염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전쟁이고 이것이 인간의 탐욕에 기인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조선시대 전염병도 상당부분은 탐욕에서 생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탐욕에 더해, 조선시대 전염병 발생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은 인간과 문명은 물론이고 지구 전체까지 감싸고 있는 대기 상태의 변화였다. 기후변화가 전염병에 끼치는 파급력이 상당했던 것이다.


2019년에 <한국지역지리학회지> 제25권 제4호에 실린 이준호의 논문  '조선시대 기후변동이 전염병 발생에 미친 영향-건습의 변동을 중심으로'는 기후변화가 전염병에 끼친 작용을 이렇게 설명한다.


"일례로, 1524~27년과 1546~49년의 겨울에는 당시 강수량 증가로 인해 수재(홍수)가 발생하였고, 오염된 하천이나 우물을 음용하는 과정에서 전염병이 빠르게 확산하고 감염자 수가 급증하였고, 결과적으로 전염병은 크게 창궐하였다."


기후변화가 인간 면역체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전염병 발생을 촉진하기도 하지만, 인간을 둘러싼 하천이나 우물 같은 생활환경에도 영향을 끼쳐 감염병을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또 기후변화가 경제위기로 이어져 전염병 확산을 부추기기도 했다. 위 논문은 이렇게 말한다.


"15~17세기의 매우 춥거나 더운 날씨, 때 아닌 비와 눈 같은 극단적인 이상기상 현상은 농업 생산력의 저하와 함께 기근을 야기하였다. 이들 현상은 체온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의 빠른 소비 및 온도에 민감한 면역체계에 영향을 주고, 그 결과 비교적 쉽게 질병에 걸리게 된다. 여기에, 소빙기적 상황에 따른 기근까지 겹치면, 영양부족에 따른 건강의 악화로 인해 높은 수준의 사망률과 빠르고 강한 질병의 확산을 야기하였다."


타이완 기상학자인 류자오민의 <기후의 반역>에 따르면, 임진왜란 종전 2년 뒤인 1600년부터 숙종이 사망한 1720년까지는 중국 역사에서 가장 춥고 건조한 소빙기(소빙하기)였다. 이 시기에 해당하는 1670년과 1671년에 조선에서는 대규모 전염병과 그것에 연동된 기근 및 자연재해로 인해 47만 혹은 140만의 인구가 사망했다. 추워지는 것이든 따뜻해지는 것이든 기후변동의 폭이 커지면 인간 건강이 전염병에 얼마나 쉽게 노출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 전염병이 발생하면 군주들은 백성들이 자기를 탓하지 않을까 염려했다. 전염병은 면역체계뿐 아니라 사회적인 위생 수준과도 관련되므로, 전염병 발생은 천재(天災)인 동시에 인재(人災)라고 할 수 있다. 또 전염병을 예방하거나 진압하는 능력이 국가 행정체계의 수준을 반영한다는 점에서도, 전염병은 천재인 동시에 인재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염병 사태 앞에서 군주가 자기 지위를 걱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전염병은 기후변화와 지구환경의 변화에 기인하는 측면이 더 크다. 위의 이준호 논문에서 설명된 것처럼, 기후변화는 면역체계에 직접적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농업생산성이나 생활환경을 통해 간접적 영향을 주었다.


위 이준호 논문은 "1511~1560년, 1641~1740년, 1781~1850년의 소빙기적 징후로 나타난 천변재이와 같은 이상기상 현상과 이상기후가 따뜻한 겨울, 파종기 강우량 변동성, 추운 봄가을을 불러오면서 당시 전염병이 발생하고 창궐하는 데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고 말한다.


오늘날, 지구 온도는 점차 상승하고 있다. 다가오는 2100년대에는 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1.4도나 높을 거라는 예측도 있다. 이렇게 기후변화가 큰 폭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인간 면역체계가 새로운 온도에 신속히 적응하지 못하면, 인류는 앞으로 더 빈번하게 대규모 감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킹덤>의 왕세자 이창은 역병 창궐로 위기에 빠진 조선 왕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사투를 벌였다. 온난화 위기와 전염병 위협에 더 많이 노출된 현대 인류 앞에도 그처럼 사투를 요하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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