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선진국 조건

신상구 | 2020.05.11 20:44 | 조회 3991

  

                                                                               한국의 선진국 조건  

    코로나19 감염증 사태를 겪으며 참 많은 것들을 새로이 보고 듣고 생각하게 된다. 그중에 하나가 '선진국'이라는 말이다.
   평소 우리나라가 딱히 선진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이 유례없는 질병을 겪다 보니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문득 깨닫게 되었다.
   외신은 이 질병의 대유행(pandemic)에 대처하는 우리나라 방역체계의 우수성을 칭찬하며, 한국이 '방역선진국', '방역모범국'이라고 연일 보도하고 있다.
   반면 전통적 선진국들은 초기대응 부진과 의료체계 붕괴로 확진자와 사망률이 치솟아 심각한 사회적 재난에 처했다.
   평범한 소시민으로서도 나라가 자랑스럽고, 자긍심을 갖게 되었으니 기쁜 일이다.
   일부 국민은 뛰어난 방역 대응을 정치지도자의 공으로 치환하면서 '문재인 보유국'이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이른바 '방역선진국'으로 불리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몇 가지 거론되는 것은 메르스(MERS) 사태의 경험에서 배운 방역체계의 준비와 운용, 헌신적이고 협력적인 시민성, 컨트롤 타워인 질병관리본부의 일관성 등이다. 투명한 정보공개, 광범위한 검사와 조기 격리, 신속한 방역 대응 등도 우수한 점이다.
   사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는 느낌은 개인적으로 좀 당황스럽다. 기성세대로서 가진 과거 경험 때문일 것이다.
   박정희 시대 때, 초등학생 어린 나이에 '조국 근대화'라는 어마어마한(?) 말을 들었다. 우리나라는 한시바삐 전근대 봉건성, 후진성을 탈피하고 근대문명의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배웠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근대화는 곧 공업화였고, 게다가 서구화이기까지 했다.
   김영삼 정부 때는 '세계화'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우리나라 시스템, 사회문화 등을 '세계적 표준'(global standard)에 맞게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고, 일상생활에서도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과 같은 표현을 접하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 시기는 '선진화'를 부르짖었다.
   선진 일류국가가 국가 비전이었으며, 이를 위해 정부조직 개편, 민영화 효율화, 행정규제 혁신 등을 내세웠다. 얼마만큼 성과를 냈는지 모르겠으나,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해가 기억에 남는다.
   기성세대는 근대화, 세계화, 선진화 구호를 들으며 성장했고 생활해왔다. 이들 구호 속에서 우리나라는 후진국이었고 기껏해야 개발도상국이었다. 선진국은 저 멀리에 있었고, 배워야 할 기준이나 표준은 언제나 우리 밖에 있었다. 선진국의 기준과 표준을 수입하는 것, 또는 그러한 기준이나 표준에 우리를 끼워 맞추는 것이 우리의 과제였다.
   그러다 보니 국민은 열등과 선망의 이중 감정을 가져야 했고, 열심히 베끼고 흉내 내면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다.
   모든 면에서 앞선 유럽이니 미국이니 일본이니 하는 선진국들을 그저 좇아가기만 하면 된다고 말이다.
   그런데 웬걸, 우리나라가 맨 앞에 서 있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 것이다. 적어도 방역에서는 우리가 선진국이었다. 어느 외국, 선진국이 아니라 자기 경험에서 배우고 대비해서 이룬 선진국이었다.
   과거 우리는 막연히 모든 분야에서 선진인 나라가 있다고 착각한 면이 있다. 우리나라 아닌 다른 어떤 나라가 선진국일 것이라고 무턱대고 믿기도 했다. 이런 오인과 맹신을 넘어설 때도 되었다.
   차제에 방역선진국, 의료선진국을 넘어 분야별로 우리가 성취한 선진성을 살펴보면 어떨까. 아직도 후진적인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고 개혁하면 어떨까. 나아가 선진의 기준, 표준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의료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여러 나라를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  행복지수와 인간개발지수는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자살율과 합계출산율과 노인빈곤율과 안전사고율은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 불평등과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여 국민통합을 기해야 한다. 국민이 골고루 잘 사는 복지국가를 이룩해야 한다.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해야 한다. 평화적으로 남북한을 통일해야 한다.     
                                                                                    <참고문헌>
   1. 박을석, "선진국 단상(先進國 斷想)", 충청투데이, 2020.5.11일자. 18면.

                                                                                    <필자소개> 

.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 아호 대산(大山) 또는 청천(靑川), 본관 영산신씨(靈山辛氏) 덕재공파(德齋公派)

.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 한국상업은행 종로구 재동지점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조치원중, 조치원여고, 삽교중, 한내여중, 천안북중, 천안여중, 태안중, 천안중 등 충남의 중등학교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1994),『아우내 단오축제』(1998),『한국 노벨문학상 수상조건 심층탐구』(2019),『흔들리는 영상』(공저시집, 1993),『저 달 속에 슬픔이 있을 줄야』(공저시집, 1997) 등 5권.

. 주요 논문: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대전시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천안지역 상여제조업체의 현황과 과제’, ‘한국 노벨문학상 수상조건 심층탐구’ 등 97편

. 주요 발굴 : 민촌 이기영의 천안 중앙시장 3·3항일독립만세운동 기록(2006)

포암 이백하 선생이 기초한 아우내장터 독립선언서(2007)

. 수상 실적: 예산군수 감사장, 대천시장상(2회), 천안시장상(2회),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2회) 통일문학상(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2회) 교육부장관상(푸른기장),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문학 21』시부문 신인작품상,『문학사랑』·『한비문학』 문학평론 부문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 칼럼/기고 활동: 동아일보·중앙일보·조선일보·경향신문·한국일보·서울신문·서울일보·신아일보·문화일보·전국매일신문·시민신문·천지일보 등 중앙 일간지, 대전일보·충청일보·충청투데이·중도일보·동양일보·금강일보·중부매일·충남일보·중앙매일·충청타임즈·충청매일·대전투데이·충청신문·충북일보·우리일보·시대일보·중부일보·강원도민일보·국제신문·영남일보·경북일보·전북도민일보·무등일보·한라일보·제민일보·대한일보· 등 지방 일간지, 충남시사신문·천안일보·충남신문·천안투데이·아산투데이·아산시사신문·예산신문·홍성신문·태안신문·태안미래신문·보령신문· 내포시대·진천신문·증평신문·옥천신문 등 주간신문, 아산톱뉴스·천안일보·디티뉴스·대전뉴스·충청뉴스·충청뉴스인·시티저널·충북인뉴스·굿모닝충청·예산뉴스 무한정보·괴산타임즈·코리안스프릿 등 인터넷신문 등에 수백편의 칼럼 기고.

. 방송활동: 30년 간 우리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환경운동 전개, KBS 중앙방송국 라디오 <논술 광풍>프로 출연, STB 상생방송 <홍범도 장군> 프로 출연, KBS 대전방송국·MBC 대전방송국·CJB 청주방송국 라디오 <아우내장터 독립선언서 발굴> 프로 출연.

. 대전 <시도(詩圖)> 동인,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원, 충남민주시민교육연구회 회원, 한국사회과교육연구회 회원, 한국국민윤리교육회 회원, 천안향토사 연구위원,『천안교육사 집필위원』,『태안군지』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 동양일보 동양포럼 연구위원, 통합논술 전문가, 평화대사, (사)대한사랑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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