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특위와 농지개혁법의 민족사적 의의

신상구 | 2020.05.13 02:30 | 조회 4617

 

                                                                       반민특위와 농지개혁법의 민족사적 의의

   "반민법(反民法)이 건국 도정에서 절실히 요청되는 것은 '그 사람'이 미워서가 아니라 '그 행위'가 부당했기 때문이다. 이 공판은 민족의 정기를 살리는 데 근본 목적이 있다."

   일제 시기 반민족 행위로 체포된 인사들에 대한 첫 재판을 앞둔 1949년 3월 27일 자 조선일보는 사설 '민족적 심판의 날은 왔다'에서 "오직 민족적 양심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심판할 것"을 당부했다. 3월 29일 자는 전날 열린 공판 보도에 2면 거의 전부를 할애했다. '전 민족 환시(環視) 하에 반민특재(反民特裁) 개정(開廷)'이란 제목을 달고 조선 왕족 후예 이기용과 사업가 박흥식에 대한 공판 스케치와 주요 문답, 공소 요지를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3월 30일 자와 31일 자도 관동군 밀정 이종영, 일제 고등계 경찰 김태석,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사장을 지낸 최린 등에 대한 공판을 자세히 보도했다.
   1948년 9월 제정된 반민족행위처벌법에 따라 반민특위에 체포된 인사들이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조선일보는 대한민국 정부 출범 후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반민족 행위 처벌을 환영하고 지지했다. 반민족행위처벌법이 국회에 상정되자 1948년 8월 18일 자 사설은 "국가 민족을 해(害)한 적(敵)의 주구배(走狗輩)를 숙청할 것은 국가적·역사적 강기(綱紀)의 확립을 뜻하는 건국의 기본 정신"이라며 "기미독립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혁명적 법통(法統)을 고조하는 대한민국 정부로서는 국민정신운동도 여기에서 비롯한다"고 주장했다.
   반민특위가 활동을 개시한 1949년 1월 5일 자 조선일보는 2면 머리기사에서 "해방 후 4년이 지나도록 속죄할 기회가 없었던 까닭인지 마음대로 놀아나던 민족적 반역자들에게 철퇴를 내리는 날은 왔다"고 반겼다. 1월 11일 자 사설에선 "정의의 칼이 빛나고 있는 것에 국민이 믿음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으며 민족정기 부흥의 기운이 살아나고 있다"고 격려했다. 1월 21일 자는 조선일보 출신의 반민특위 부위원장인 김상돈의 인터뷰 기사를 '반민 처단에 고민하는 염라왕(閻羅王)'이란 제목으로 싣고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이 요청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반민족 행위자들의 반발과 정부의 소극적 태도로 반민특위의 활동 기간이 줄어들자 7월 9일 자 사설은 "기간 단축은 반민법 실시를 중지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안타까워하며 거물급 인사들은 빠짐없이 기소하는 등 마무리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정부 수립 후 또 하나의 이슈는 농지개혁이었다. 농민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농지개혁은 경제 질서를 흔드는 민감한 사안이었다. 북한이 먼저 '무상 몰수, 무상 분배'의 토지개혁을 실시한 뒤라서 더욱 예민했다. 대한민국은 '유상 매수, 유상 분배'의 원칙에 따라 농지개혁을 추진했지만 여러 입장이 대립했다.
   조선일보는 농지개혁에도 적극 나섰다. 정부와 국회가 농지개혁법을 본격 거론하기 시작한 1948년 11월 25일 자 사설 '농지개혁을 추진하라'는 "대다수 국민으로 하여금 농지에 안정할 수 있고, 그 생활을 향상시켜야 하는 것이 첫 조건"이라며 "지주는 이 시대가 옛날 부재지주(不在地主)의 단꿈을 깨쳐야 할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1949년 1월 8일 자부터 3회에 걸쳐 농림부 농지국장 강진국이 쓴 '농지개혁의 전망'이란 글을 1면에 연재했다. 그는 "농지개혁은 세계사적인 과업이며 국가 발전과 민족 복리를 위해 농노적 영세농민을 해방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국회에서 농지개혁법을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되자 2월 22일 자와 3월 18일 자 사설을 통해 "피폐해진 농민을 자립하게 하는 것은 사회개혁일 뿐 아니라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참고문헌>
   1. 이선민, "반민특위, 국가의 역사 기강 바로잡고 민족 정기 살리는 일", 조선일보, 2020.5.12일자. A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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