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언론이 주목한 배수아 소설가

신상구 | 2020.04.23 02:53 | 조회 3841


                                                                          영국 언론이 주목한 배수아 소설가

    "악몽 통해 죽음의 공포 일깨우고 재앙의 희생자 연상케하는 소설"

​    배수아(55)의 장편 소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의 영역본 'Untold Night and Day'가 최근 영국에서 출간돼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일간지 가디언이 작가 인터뷰에 이어 서평을 두 차례나 게재했고, 파이낸셜 타임스도 서평을 크게 실었다.
     소설은 한강의 '채식주의자' 영역(英譯)으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문학상을 받은 데버라 스미스가 옮겼고, 펭귄출판사 계열사인 빈티지에서 나왔다. 빈티지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해 세계적 작가들을 엄선해 출판해온 곳이다.
     배수아는 1993년 등단 후 몽환적 소설 세계로 독특한 미학을 구축해왔다.
     이미 미국에서 4권의 소설을 출간했다.
     그중 3권은 데버라 스미스가 번역한 '에세이스트의 책상', '서울의 낮은 언덕들', '올빼미의 없음'.
     스미스는 한강과 더불어 배수아를 가장 좋아하는 한국 작가로 꼽아왔다.
     미국 평단은 '관습을 깨는 포스트모던 작가', '전통 서사 양식을 거부하는 비(非)소설 같은 소설'이라고 평했다.
     소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는 국내에선 1993년 자음과 모음 출판사를 통해 발표됐다.
     시각 장애인을 위해 텍스트를 낭독하는 오디오 극장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여배우 '아야미'가 주인공. 그녀를 중심으로 두 명의 남자, 한 명의 여자가 등장하지만,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채 시간의 차원이 저마다 다른 이야기들이 서로 맞물린다.
     영국 언론의 주된 반응은 '배수아 소설을 읽다 보면 초현실주의 회화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든다.
     땅이 꺼지면서 시간이 용해되고 현실과 꿈의 경계가 유동한다'는 것.
     중국계 스코틀랜드 시인 제이 G 잉은 가디언 서평을 통해 "꿈의 논리에 의해 추동되는 환각적 소설"이라며 "물질계와 심령계 구분을 뜨겁게 녹이는 샤머니즘의 중간 지대를 추구한다"고 풀이했다.
     그는 소설 중 서울의 한여름 찜통더위를 통해 세상의 종말을 상상한 대목을 인용했다.
     '어느 방향으로 얼굴을 돌려도 수천 개의 불화살이 눈과 피부에 치명적인 화상을 입혔다.
     열대의 시간이 끝나갈 즈음 그들은 재만 남았다.

     그들은 불투명한 회색빛 유령이 되었다.(Merely turning your face in a certain direction was enough for a storm of flaming arrows to inflict burns. By the time the heatwave came to an end, nothing remained of the people but ash. They became fused into panes of glass: grey and opaque.)' 영역본은 '불투명한 회색빛 유령'을 '불투명한 회색빛 판유리'로 옮겼다.
     유리창에 투영된 유령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 번역이다.
     영국 펜본부 부회장을 지낸 작가이자 비평가 캐서린 테일러는 파이낸셜타임스 서평을 통해 "배수아의 당혹스럽지만, 아름답게 절제된 소설은 분신과 그림자, 평행 세계를 다룬 책"이라고 평가했다.
     "여러 인물의 악몽과 환각을 통해 세상에 만연한 죽음의 공포를 일깨우고, 오늘날 서울의 풍경을 보여주면서도 전후 오랫동안 시행된 통행금지의 흔적을 환기시킨다"는 독후감을 남겼다.
     영국 언론은 배수아가 '한국에선 한국어를 폭행했다고 비난받을 정도로 문학 관습을 따르지 않는 전위 작가이자, 독일 문학 번역가'라고 소개했다. 데버라 스미스는 역자 후기에 "배수아는 '비(非)한국인'이 아니라 '무국적 작가'"라며 "(모국어에 대한) 충성심이 의심스러운 번역가이기도 하다"고 썼다.
     현재 모로코 여행 중인 배수아는 "특별히 영국 에서 호평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한국 문학이 어느 정도 알려진 상태라서 그런 것 아닐까"라며 몸을 낮췄다. 배수아는 "샤머니즘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고, 주인공 이름 '아야미'는 시베리아 샤먼의 몸에 깃들어 사는 영신(靈神)에서 가져온 것"이라며 "의아하게도 한국 독자들이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부분에 영국 독자들이 흥미를 갖는 듯했다"고 전했다.
                                                                                         <참고문헌>
    1. 박해현,  "초현실 회화 보는 듯"… 英 언론이 주목한 작가", 조선일보, 2020.4.21일자. A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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