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와 스님이 줄어드는 이유

환단스토리 | 2016.04.09 21:21 | 조회 5399
행자와 스님이 줄어드는 이유
[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94.
2016년 04월 04일 (월) 09:37:23강병균 교수(포항공대) cetana@gmail.com

- 우주아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마음이 넓은 사람이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 우주를 나눠주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자기소유물을 나눠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속세가 출생률 저하로 고생한다. 절집도 승려를 새로 만들지 못해 고민이다. 님을 봐야 뽕을 따는 법인데, 아예 결혼을 안 하고 행자로 들어오지 않으면 속세와 승가가 무슨 수로 신입회원을 만들 수 있을까. 세상이 좁아지거나 절 수가 준 것이 아니건만, 사람으로 태어나겠다는 중생도 별로 없고 중이 되겠다는 중생도 별로 없다.

중생들이 똑똑해져 무지한 승려들에게 몸(재물·노동·시간)과 마음(맹신·세뇌·무지)을 착취당하기를 거부한다. 여자들이 똑똑해져 남자들에게 착취당하는 걸 거부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옛날에 여자들이 애를 열씩 많이 낳은 것은 여자들 뜻이 아니었다.

먹을 것도 부족하고 영양도 안 좋은 상태에서 애를 10이나 낳고 바글바글 달려드는 애들에게 젖으로 뜯어먹혀 보라. (그런데 허망하게도 애들 중 반은 영양부족과 천연두·백일해·소아마비 등 소아질병으로 유아기를 못 넘기고 죽었다.) 50이 되기 전에, 피부는 코끼리 피부처럼 거칠게 변하고, 허리가 굽고 이가 다 빠진 꼬부랑 합죽이 노파가 되고 만다. 물론 젖통도 속이 빈 낡은 가죽자루처럼 쭈글쭈글해지고 처지게 된다: 이것은 지금도 아프리카, 뉴기니, 브라질 열대우림의 석기시대 원시인 노파들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옛날이건 지금이건, 어느 여자가 이리되고 싶겠는가? 남자들의 무책임한 욕망과 행동의 결과였을 뿐이다.

흥부가 대표적인 예이다. 흥부는, 똥구멍이 찢어질 정도로 가난한 주제에, 아무 대책 없이 애만 스물다섯 명이나 싸질렀다. 지금이라도 여자들은 흥부전 불독(不讀)운동을 일으켜야 한다. 최소한 자기 아이들에게는 읽히면 안 된다.

한국남자들은 여자들을 부려먹기로 유명하다. 맞벌이를 해도 가정일은 여자가 (거의) 다 하게 한다. 지금은 예전보다야 많이 나아졌겠지만, 여전히 OECD국가들 중에서 최하위권일 것이다. 세속적 회교국가 터키 바로위일 가능성이 크다. 교단차원에서 신도들을 짝지어 주는 통일교는 한국남자들은 ‘세계최고로 순종적이고 희생적인’ ‘한국여자들과 일본여자들’하고만 결혼시킨다. 일본 이외의 외국여자들에게 결혼시키고 처참하게 실패한 후 시행착오로 얻은 지혜이다.

(종교가 ‘믿음은 산도 움직일 수 있다’고 하면서 아무리 믿음을 내세워도, ‘믿음은 준엄한 현실을 이기지 못한다!’ 남녀가 안팎으로 서로 맞지 않으면, 재림예수라는 문선명이 아무리 ‘참고 같이 살라’ 해도 도무지 같이 살 수가 없다. 천국에서의 영원한 삶을 약속해도 소용이 없다. ‘천국에서까지 이 사람과 영원히 같이 살아야 하느냐’고 오히려 화들짝 놀랄 것이다. 아마 이런 사람들은 의식적으로는 종교를 믿는 척해도 무의식적으로는 종교를 믿지 않을 것이다. 살기 위한, 짝을 얻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여자들은 모든 나라 남성들과 결혼을 시킨다. 다들 잘산다. 다른 어느 나라 남자들도, 여자들을 대함에 있어서, 한국남자들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승려수와 행자수가 감소하는 데는 다른 중요한 이유도 있다. 승가가, 고립된 소승가로 나뉘어져, 실질적으로 작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단체에 가입할 때 같은 값이면 더 큰 단체에 가입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노조에 가입할 때, 자기 직장에 노조가 여럿이 있다면, 회원이 수십 명에 지나지 않는 소규모 노조보다는 수천 명에 달하는 대규모 노조에 가입할 것이다. 그래야 어려울 때 도움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세상에 태어날 때 태어날 나라를 선택할 수 있다면, 같은 값이라면 작은 나라보다는 큰 나라를 택할 것이다.

(남자들이 배우자로 엉덩이와 가슴이 큰 여자를 선호하는 것과 동일한 이유이다. 인간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100조 개 세포로 이루어진 나라이지만 그중에서도 세포가 더 많은 나라를, 특히 특정지역에 즉 산업생산단지에 세포가 더 많은 나라를 선호한다.)

작가들이라면 더 그렇다. 영어권에 태어나면 잠재독자가 수십억이다. 중국에 태어나면 15억이다. 이에 비해 한국에 태어나면 겨우 5,000만이다. 만약 인구 50만인, 희귀언어를 쓰는 작은 나라에 태어나면 재앙이다. 굶어죽기 딱 좋다. 아무리 좋은 책을 써도 많이 팔려야 천 권~만 권 정도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승가는 철저히 개인주의화 하고 있다. 승가공동체로 출가하는 게 아니라 특정한 문중으로 출가하는 게 되었다.

절에는 객실이 거의 사라졌다. 승려가 연고가 없는 절에 들러 (단 며칠이라도) 묵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본래 무소유인 승려들이 무리를 지어 특정지역의 사찰을 소유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비록 사고팔지는 못할지라도 그 사용권에 있어서는 독점적인 지위를 누린다. 매매가 가능한 사유재산인 개인사찰도 증가추세이다. 사방승가(四方僧家)라는 철학이라면, 모든 절은 모든 승려들에게 열려있어야 한다. 객승에게 밤이슬과 한기를 피할 곳과 한 끼 밥만 제공하면 될 일인데 뭐가 그리 어려울까? 절마다 객스님들을 위한 대중방(大衆房)을 설치해야 한다.

아파트 토굴생활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비구니 스님들이 그렇다. 비구들이 전국의 사찰들을 (거의) 독차지하고 있으므로, 비구니들은 살 곳이 없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몇이 모여 아파트에 산다. 비구도 돈이 있는 사람은 오피스텔 토굴에서 독(獨)살이를 하기도 한다. 대중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 맘대로 살기에는 그만이다. 낮잠을 늘어지게 자든, 예불을 거르든, 술과 육고기로 잔치를 벌이든, 제제할 사람도, 꾸짖어 가르칠 사람도, 따가운 눈초리를 보낼 사람도 없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토굴은 오직 한 사람의 승려에게만 개방된다, 자기에게! 또는 같이 사는 몇 사람의 승려에게만!

(특정) 문중이 (특정) 절을 독차지하는 것은, 힘센 귀족노조가 자기 회사에 압력을 넣어 자기 자식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게 하는 것과 같은 짓이다.

지금 한국 승가는 하나의 집단이 아니고 수많은 소승가로 갈라져있다. 대승가가 아니라 소승가이다. 말로만 대승이지 사실은 소승이다. 이리저리 갈라져 조각난 배가 어떻게 많은 사람을 저 언덕으로 실어 나를 수 있겠는가. 한 사람만 더 타도 위태로우리라. 가라앉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한국 승가는 통일된 하나의 큰 나라가 아니고, 고대 그리스나 중세 독일·이탈리아처럼 수많은 도시국가로 나뉘어 권력과 이권을 두고 끝없이 다툰다. 이놈저놈하며 주먹다짐 멱살잡이로 시간이 잘도 간다. 그래서 무료할 일이 없고, 공부할 시간도 없다. 잘 먹어 힘이 남으니, 절집에서 키운 싸움기술로 세속정치권을 향해 싸움을 건다: 고도의 출세간 형이상학으로 무장한 싸움기술을 지녔으니 세속정치권이 만만하게 보일 만도 하다. ‘스님이 어찌 그럴 수 있느냐’고 지적하면, ‘너희가 우리보다 더 나을 게 있느냐’고 오히려 큰소리친다.

이렇게 소국으로 갈라진 승가로 누가 출가를 하고 싶겠는가?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아파트 토굴에 홀로 사는 스님에게 누가 출가를 하겠는가? 적어도 64교구본사 중 한 곳으로 출가하는 게, 큰 집단의 일원으로써 여러 가지로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더 좋은 것은 사방승가가 서는 것이다. 전세계 64국이 진정한 의미의 하나의 국가로 통일될 때 비로소, 모든 사람이 세계시민(cosmopolitan)이 된다.

잘게 조각난 승가에서 무슨 큰마음을 지닌 승려가 배출될 수 있을까? 삿되기는 하지만 그런 대로 쓸 만한 외도인 힌두교 우주아(宇宙我)는 당연히 불가능하고, 대아(大我)는 고사하고 소아(小我)로 쪼그라든 좀생이들만 양산할 것이다. “어차피 비정한 승단인데 누가 나(승려)를 돌보아줄까? 내가 늙어 병치레할 때 누가 나를 거두어 먹여주고 보살펴줄 것인가? 오직 믿고 의지할 것은 나 자신과 돈뿐이다(‘재등명 자등명’이다: 財燈明 自燈明).” 그러므로 챙길 수 있을 때 최대한 챙기자고, 비리·부패가 난무할 것이다. 특히 맘만 먹으면 챙길 수 있는 권력승들이 그렇다.

이들은 물러난 후 그동안 챙긴 재물로 호화 개인사찰이나 아파트토굴이나 오피스텔토굴을 짓고 마련해 산다. 그리고 육고기 기름으로 번들번들한 입술로 청빈과 동체대비 자비심을 설한다. 한국승가는 부처님이 가란 길로는 안 가고 애써 반대방향의 엉뚱한 길로 간다. 이게 다, 승가가 조각나서 승려들 사이에 정도 없어지고 지혜를 나누는 일도 없어진 탓이다.

한국승가가 참된 의미의 사방승가로 재탄생하기 전에는 승가가 커지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비구가 다른 비구를, 비구니가 다른 비구니를, 그리고 비구가 비구니를 평등한 도반으로 대우하고 존중하지 않는 이상 중생(사람들과 동물들)에 대한 자비행도 불가능할 것이다. 자기 가족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런 승가로 누가 출가하고 싶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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