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경제학의 문제점 고찰

신상구 | 2020.05.11 03:10 | 조회 5690

     

                                                                                 주류경제학의 문제점 고찰

   주류경제학이란 시장 경제를 희소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기제로 파악하고,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이 시장을 통해서 사회 전체의 행복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원리를 체계화한 자유주의 경제학이다.
   많은 주류 경제학자들과 관료들은 자유화와 개방을 지지하는 친기업적이고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시장만이 선(善)이다.’ ‘성장으로 파이를 키워야 분배도 해결할 수 있다.’ ‘세금을 많이 거두면 기업 활동은 위축된다.’
   주류 경제학자와 경제 정책 입안자들이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경제학 문법들이다. 전 세계가 저성장, 불평등, 양극화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데도 주류 경제학의 위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부자가 지갑을 닫고, 기업이 휘청대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나라 경제가 망하는데, 감당할 수 있겠냐는 엄포 한 방이면 모든 게 정리돼온 탓이다.
   주류경제학이란 이름의 이런 ‘뇌피셜’이 얼마나 실체가 빈약한 것인지 낱낱이 해부하는 2권의 경제학 서적이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세상은 바뀔 것이고, 또 달라져야 한다는 ‘뉴노멀(new normal)’의 기준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들이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원제 Good Economics For Hard Times)은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수상 한 부부 경제학자 아비지트 배너지와 에스테르 뒤플로가 함께 쓴 책이다. 빈곤 퇴치 문제를 주로 연구해온 두 사람은 시장 만능주의를 내세우는 주류 경제학에 맞선 ‘팩트 체커(fact checker)’ 역할을 자처했다.
   저자들은 주류경제학이 어떤 현안에 접근할 때 ‘뇌피셜’을 고수한다는 점을 비판한다. 현실은 꼭 그렇지 않은데 단순하고 극단적인 가설과 이론에만 매몰되다 보니, 진단은 왜곡되고 처방 역시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 그럼에도 궤도를 수정하지 않는 건 더 큰 문제다. 책은 이민자, 무역전쟁, 성장과 불평등, 기후 위기, 기본소득 등 당장 세계가 직면한 현안들에서 ‘나쁜 경제학’이 심어 놓은 도그마들이 어떻게 세상을 망치고 있는지를 검증한다.
   가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를 막기 위한 장벽을 세울 때 내세운 논리는 이민자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것. 인도적 차원에서 이민자 수용을 지지하던 사람들도 ‘밥그릇’ 앞에선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민자가 많이 들어오면 미국 노동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란 가설은 노동 공급이 증가하면 노동 가격, 즉 임금이 낮아질 거라는 고전적인 ‘수요-공급 법칙’을 단순 대입한 것에 불과하다. 저자들은 이와 반대되는 실제 통계를 제공한다.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이민자 유입된 나라의 경제가 더 커졌고, 그 덕에 노동자들은 승진했고 생산량도 증가했다.
   전 세계가 ‘물밀듯이’ 몰려 오는 이민자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 또한 과장이다.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라 해서 전부 고향을 등지고 떠나는 건 아니다. 이민자들이 가난하고 무능력하고, 별 볼 일 없는 하층 계급이라 단정짓는 것도 무리다. 탈출에도 돈이 있어야 한다. 기술과 체력이 뒷받침되는 계급이 주로 움직였다.
   주류경제학자들이 신봉하는 무역 자유화와 성장 신화에도 거품이 끼어 있다. 자유무역이 교역당사국 모두에게 경제적 이득을 준다는 이론은 과연 타당한가. 당장 시장 개방으로 피해를 본 국내 산업계와 노동자들의 고통은 무시되지 않았나. 저자들은 세계 경제가 고도 성장의 드라마를 재현하긴 어려울 것이라 진단하며,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통한 개인의 후생을 도모하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금에 대한 논리도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주류경제학자들은 부자와 기업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두면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이라 우려한다. 하지만 세금을 회피하려는 시도는 늘지 몰라도, 그 때문이 부자나 기업들이 돈을 ‘덜’ 벌려고 한다는 증거는 없다. 가난한 사람들도 복지 혜택을 많이 받는다고 일을 그만두거나 덜 하지 않는다. 저자들은 말한다. 사람들은 ‘경제적 인센티브’만큼이나 ‘인간적 존엄과 위신’도 원한다고. 이는 기본소득처럼 현금 복지를 도입하는 데서도 지켜나가야 할 원칙이다.
   “무지와 직관, 이데올로기와 관성이 결합된 나쁜 경제학에 우리는 앞으로도 배신당할 수 있다. 기적의 약속을 의심하고, 자명해 보이는 유혹에 저항하며 실증 근거를 살펴라. 행동에 나서야 하는 건 경제학자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경제학자들에게만 맡겨두기엔 경제학은 너무나 중요하다.” 두 저자는 이 같은 마지막 당부로 책을 끝맺는다.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는 한층 더 노골적이다. 책은 완벽한 효율성을 강조하는 경제학적 사고방식이 인간의 모든 삶과 문화를 장악하며 사상과 가치의 기준을 타락시켰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현재의 세계를 경제적 가치가 도덕적, 윤리적 기준을 압도하는 ‘경제적 제국주의 시대’라 못 박는다.
   무임승차는 이제 ‘영리한 행동’이고, 생명의 가치를 생산성으로 측정하는 건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세계화 사회에서 불평등이 심화하는 건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믿음이 자연스럽게 퍼졌다. 저자는 문제의 시작을, 오늘날의 경제학이 부유한 권력자들의 욕망을 대변하는 언어가 됐다는 데서 찾는다. 인간을 위한 경제학의 모습은 어때야 하는지, 경제학에 조종 당하지 않고 인간의 얼굴을 어떻게 회복해 나갈 수 있을지 방향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참고문헌>
   1. 강윤주, "주류경제학이란 이름의 ‘뇌피셜’은 얼마나 빈약했나", 한국일보, 2020.5.8일자.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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