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키신저의 세계 질서 - 아시아의 진정한 세력 균형은 가능한가

환단스토리 | 2016.08.08 15:55 | 조회 5840

헨리 키신저의 세계 질서 | 아시아의 진정한 세력 균형은 가능한가


매경이코노미 2016-08-08 


우리는 무질서한 지구촌에 산다. 사실 진정한 의미의 세계 질서(world order)는 존재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구촌 외교가의 거목인 헨리 키신저는 4세기 전 유럽에서 세계 질서의 기본 틀을 찾아낸다. 현실주의 외교를 추구했던 그는 ‘세계 질서’에서 세력 균형 개념의 끊임없는 변주를 들려준다.


17세기 유럽을 보자. 합스부르크 제국과 교황은 자신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세력을 없애려 애썼다. 신교도는 새로운 신앙을 지키려 저항했다. 30년 전쟁(1618~1648년)은 혼란의 절정이었다. 프랑스가 신성로마제국에 대항하면서 동맹은 뒤죽박죽이 됐다.


독일 베스트팔렌에서 맺어진 평화조약으로 전쟁의 피비린내는 멎었다. 모든 주권국을 평등하게 대한 이 조약은 국제 질서의 새 틀을 만들어냈다. 협상장에서는 모든 왕들이 폐하로 불렸다.


유럽은 이제 종교가 아니라 세력 균형을 통해 질서를 구축했다. 세력 균형은 굳이 정당성을 따지지 않는다. 19세기 영국 정치가 파머스턴 경이 “우리에게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며 오로지 국익만을 좇는 국제 질서를 표현했다. 바다를 지배하는 영국은 세력 균형의 강력한 중재자였다. 샤를마뉴 이후 가장 야심 찬 정복자였던 나폴레옹도 결국 세력 균형을 복원하는 베스트팔렌 원칙에 굴복했다. 1871년 독일 통일로 힘의 균형이 무너지자 유럽은 다시 전화에 휩싸였다.


물론 국제 질서는 힘의 균형만으로 다 설명할 수 없다. 도덕적 정당성도 중요하다. 세계 질서를 추구하는 지도자는 힘과 정당성 사이에서 섬세하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 도덕적 차원을 무시한 채 힘겨루기만 하거나 힘을 갖추지 못한 채 도덕만 설파하는 외교는 실패한다.


양면적인 초강대국 미국은 대외전략의 무게중심을 때로는 힘에, 때로는 가치에 뒀다. 우드로 윌슨은 1차 세계대전을 ‘인간의 자유를 위한 전쟁’이라며 도덕적 기치를 내걸었다. 리처드 닉슨은 “평화는 호의만으로 얻을 수 없다”며 힘의 균형을 강조했다. 로널드 레이건은 힘과 정당성을 절묘하게 버무려 소련을 무너뜨렸다.


중국은 2000년 동안 위계질서에 바탕을 둔 국제 체제를 유지했다. 주권의 평등성을 기초로 한 베스트팔렌 체제와 가장 거리가 먼 체제였다. 중국은 이제 유럽과 미국이 만든 질서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냉전시대 중국의 문호를 열어젖힌 키신저는 세계 질서의 두 기둥으로서 미·중의 세력 균형과 협력을 함께 강조한다. 러일전쟁 후 한 세기 동안 미국의 정책은 아시아에서 패권국 등장을 막는 것이었다. 중국은 적을 가능한 한 국경에서 멀리 두려 한다.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지구촌에서


힘과 정당성 함께 갖출 때 평화 지킬 수 있어


두 나라는 모두 한국전쟁에서 좌절을 맛봤다. 중국은 불확실한 동맹을 지지하려다 대만 통합 기회를 잃고 말았다. 미국은 무적의 기운을 잃어버렸다. 키신저는 핵무기를 가진 북한이 능력에 맞지 않는 모험을 감행한다면 한반도에 전쟁이 벌어질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21세기 지구촌은 새로운 세계 질서를 찾을 수 있을까. 저자는 비관적이다. 우선 국제 질서의 기본 단위인 국가가 흔들리고 있다. 유럽은 합중국이 아니다. 중동은 종파와 인종에 따라 분해됐다. 상품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요구하는 글로벌 경제와 국경으로 갈리는 정치 체제 간 불화도 심각하다.


부시나 오바마를 비롯한 이 시대 정치인들에 대한 저자의 평가가 지나치게 ‘외교적’인 건 아쉽다. 하지만 행간을 읽기는 어렵지 않다. 가장 걱정스러운 건 미국이 새로운 세계 질서를 위해 어떤 목표를 추구해야 할지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93세의 외교 전략가가 던지는 진심 어린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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