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가 된 동이이야기]

저자 김진일 / 401쪽 / 도서출판 거발환 / 15,000

  신화의 기본을 이루는 체계로는 천국과 지하세계와 인간계가 있다. 여기서 상호 교통을 연결해주는 상징으로는 우주산(宇宙山)과 세계수(世界樹)가 대표적이다. 그런데《신화가 된 동이이야기》에서는 이러한 체계에 대하여 깊이 있게 설명해줌과 동시에 우리로 하여금 신화의 주인공이 되어 지하세계를 거쳐서 천국에 들어갈 것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명부세계를 거쳐 천상세계로 가는 법칙과 함께 내면을 향한 회귀의 길로 우리를 이끌고 들어가고자 하는 진리서적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자연과 관련하여 저자는 하늘, 땅, 바다, 용궁, 해, 달, 호수, 바위 등과 생명체로는 뱀, 거북, 토끼, 두꺼비 등을 다루고 있으며, 상징적 생명체로 봉황, 용, 태양조 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신화의 세계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볼 때에 이 책은 중원의 땅으로 내려간 동이족들이 그곳에서 신(神)이 되고, 영웅이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마디로 북방의 땅 천국(天國)에서 중원의 땅 하계(下界)로 내려간 반신반인(半神半人)의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져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하계에서 벌어지는 영웅들의 활약만 다루지 않고, 천국에서 이들이 어떠한 계통을 따라 내려왔는지도 밝히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에 이 책은 하계의 입장에서 바라본 중국신화의 이야기만 아니라, 천국에서 바라본 동이신화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창세신화(創世神話)에 나타나는 반고와 더불어 하계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환웅(桓雄)이 등장하기도 한다.

   창세신화 이후에도 동이족들의 이야기는 펼쳐진다. 그 첫 번째 신화가 중원(中原)의 땅에서 성웅시대를 열었던 복희, 여와, 신농의 영웅신화(英雄神話)이다. 이어서 동이족의 영웅들인 황제와 치우와의 싸움인 전쟁신화(戰爭神話), 소호금천씨로부터 시작되는 제왕신화(帝王神話)와 후예(后羿)의 사냥이 잘 나타나고 있는 십일신화(十日神話) 등이 이 책에서 펼쳐지게 된다.

   그런데 이들 신화의 중심에는 눈여겨볼 것이 있다. 그것은 동이문화의 중심인 삼신(三神)의 원리와 함께 천부사상(天符思想)이다. 따라서 흥미위주로만 읽었던 우리들의 중국신화에 대한 입장을 저자는 신화적 영웅들이 어떤 계통을 통해 내려왔으며, 그들이 어떠한 사상을 가지고 문명을 열었는지도 밝혀주고 있다.

   특히 탄생신화(誕生神話)에 있어서는 후직과 제우스 등에서 나타나는 감생신화를 삼신이 아이를 점지해준다는 이야기와 연결시킴으로써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이 밖에도 목생신화와 난생신화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음으로 우리에게 탄생신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책 속으로

  유니콘(一角獸)에서 나타나는 외뿔은 음양이 결합되어 조화된 힘, 즉 단일의 강인함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외뿔의 경우는 병기와 갑옷을 입고 있는 장수(將帥)나 최고의 권력을 가진 임금을 상징하기도 한다. ...... p. 32

  당시 거북의 발을 잘라서 네 개의 기둥을 세웠다는 것은 거북이 장수와 함께 생명의 가장 기초가 되기 때문에 거북의 발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이것은 여와씨가 축융과 공공의 싸움으로 무너졌던 질서를 기초부터 튼튼히 하여 오래갈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을 말한다. ...... p. 162

  새의 모습을 한 현녀(玄女)는 황제가 이끄는 지상의 각종 맹수와 맹금류들과는 다르다. 그녀는 인면조신(人面鳥身)으로서 영적으로 승화된 문화영웅과 같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황제에게 전법을 전해주었다는 것은 황제의 뜻에 따랐다기보다는 치우의 재주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공평하게 기회를 한번 주었다고 볼 수 있다. ...... p. 217

  간(肝)과 계수나무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달(月)에 있어서도 비슷한 현상은 일어난다. 그것은 초승달과 보름달로 이어지는 변화작용이다. 처음 생겨나는 초승달은 탄생이다. 이후 달은 반달과 보름달을 거쳐서 다시 반달(하현)이 되고, 그믐달이 되어 완전히 사라진다. 그러다가 3일 뒤에 달은 다시 살아난다. ...... p. 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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