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소설 <금오신화>의 저자 김시습 이야기

신상구 | 2020.03.27 20:08 | 조회 5201


                                                            한국 최초의 소설 <금오신화>의 저자 김시습 이야기

   세종 다음 문종이 즉위했으나 3년 만에 세상을 떠나자 그의 아들 단종이 즉위했다. 겨우 나이 12세.
   이 틈을 노려 단종의 숙부인 수양대군이 김종서와 황보인 등 원로 중신들을 죽이고 단종을 폐위시켰으며 끝내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이에 성삼문, 박팽년 등 6명의 신하들이 단종 복위운동을 벌이다 거사 직전 발각되어 처참한 고문 끝에 사형을 당했는데 이들 여섯 신하를 '사육신(死六臣)'이라 한다.
   이때 죽음으로 세조에 저항한 사육신과는 달리 살아서 세조가 내리는 일체의 벼슬을 거부하고 숨어 살거나 방랑으로 일생을 살다간 여섯 신하는 '생육신(生六臣)'.
   김시습, 원호, 이맹전, 조려, 성담수, 남효온 등이 그들이다. 특히 김시습(金時習)은 서울 한강변에서 성삼문 등 사육신의 흩어진 시신을 수습하여 노량진에다 묘를 썼다. 이것이 지금도 노량진에 보존돼 있는 '사육신묘'다.
   '반역죄인'으로 죽음을 당하면 시신도 거둘 수 없을 때인데 김시습은 위험을 무릅쓰고 밤을 이용하여 이 일을 해낸 것이다. 매월당(梅月堂)이라는 호를 가진 김시습. 그는 1435년에 태어났는데 불과 세 살 때 한문으로 시를 짓는 등 신동 소리를 들어 다섯 살 때는 세종 임금이 특별히 궁궐로 불러 시를 짓게 했다. 세종은 그 글솜씨에 감탄하여 비단 50필을 하사하기도 했다.
   이렇듯 학문에 매진하던 김시습은 세조가 어린 단종을 내쫒고 왕위를 찬탈한 것에 실망, 책을 불태우고 삼각산 중흥사에 들어가 삭발을 했다. 법명은 설잠(雪岑).
   그러는 한편, 김시습은 간신들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자신들의 권력에 집착하여 백성에게 분노를 일으키는 내용의 소설을 썼다. '금오신화'. 그가 직접 목격한 세조의 왕위 찬탈과 그에 충성하는 신하들의 추태를 빗대어 쓴 소설이다.
   한문으로 쓰여졌으나 우리 나라 최초의 소설로 평가 받고 있다. 그 당시 양반 귀족사회에 큰 충격을 준 것은 물론이다.
   집권자들이 '백성은 생각하지 않고 벌떼처럼 권력을 찾아 헤매는 간신배들'로 묘사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결국 50대 후반에 들어 세상을 조소하며 유랑하던 김시습은 충남 부여군 외산면에 있는 무량사에 정착, 말년을 보냈다.
   왜 그는 부여 무량사에 마지막 일생을 맡겼을까?
   어쩌면 그는 무량사를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만수산 풍치에 반했을 지도 모른다. 울창한 송림과 기암 괴석의 계곡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 소리, 하늘에 떠있는 구름… 김시습은 이 아름다운 자연풍경에 한없는 위안을 받았을 것이다.
   무량사 자체도 대단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신라 문성왕 때 범일국사가 지은 사찰인데다 국보급 보물을 6점이나 보유하고 있고, 보물 158호의 5층 석탑은 부처님의 사리를 간직하고 있어 불심을 더하고 있다.
   그래서 일까.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도 한 때 이곳에서 기도를 드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무엇 보다 무량사의 특징은 이곳에 김시습의 초상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보물 1497호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문화재적 가치도 크다. 작자 미상인 이 초상화는 어쩌면 자신이 그린 자화상일지 모른다는 설도 있다.
   초상화를 한참 마주하노라면 생전 김시습의 청정하면서도 초연한 삶이 살아 움직이는 듯 하다. 김시습은 1493년 59세 나이로 이곳 무량사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했고 시신은 화장하여 불교식으로 부도에 안치했다. 지금도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그 부도앞에 와서 한 시대를 살다간 천재요 풍운아이며 정의감에 불탔던 그를 기리곤 한다.
                                                                                     <참고문헌>
   1. 병평섭, "주군 잃은 비운의 천재… 佛心 가득 자연에서 위로받아", 충청투데이, 2020.3.27일자.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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