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생각]코로나 이후의 국제 질서: 감염병의 정치(政治)화

환단스토리 | 2020.05.12 00:07 | 조회 3364

[미래생각]코로나 이후의 국제 질서: 감염병의 정치(政治)화

뉴시스 2020-05-08 


[서울=뉴시스] 김경원 기자 =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covid-19)의 전 세계적 대유행 (pandemic)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일명 코로나바이러스라 불리는 감염병이 세계인의 하루하루 담론의 중심에 서게 되었고 누구나 자신들이 접한 정보를 재해석하여 팬데믹 이후 우리가 마주하게 될 세계에 대해 걱정스레 논의하고 있다.


아직 감염병이 맹렬히 진행 중이고 그 원인과 전파 경로가 과학적 분석의 초기 상태라 단언하기 어렵지만 코로나19가 동물과 사람 간의 상호전파가 가능한 인수(人獸)공통 감염병이고 박쥐 혹은 기타 생명체를 거쳐 인간에게 옮겨져 거대한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은 널리 공유되고 있는 사실이다.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가 뼈아프게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이라는 첨단 기술의 시대를 사는 인류가 아직도 기본적인 감염병의 발생과 확산에 참담하리만큼 준비가 안 되어있다는 점이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해 싱가포르 대만 한국을 거쳐 이 전염병은 대표적인 선진국인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프랑스, 그리고 독일을 덮쳤고 지금은 미국에 막대한 인명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2020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350만명이 감염되었고 사망자 수는 20만명을 넘어섰다. 가히 재앙이라 부를 수 있는 피해 규모로 2차대전 이후 인류가 겪은 최대의 인명피해라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이런 코로나 감염병의 대유행과 관련 가장 걱정되는 점은 국제사회가 코로나에 대처하면서 단결과 연대보다는 책임소재 가리기와 책임 떠넘기기로 재앙을 정치화(politicization) 시키면서 분열과 반목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 핵심에는 국제적으론 국제체제의 핵심행위자인 주권국가의 자국 우선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정치화란 본래 인간의 정치적 본성 즉 특정 이슈를 자기가 속한 그룹의 위상을 강화하고 자기가 타자(他者)로 인식한 집단의 위상을 약화시키기 위해 쓰는 행위를 말한다. 국제정치에선 이 인간이란 주어가 주권국가로 바뀔 뿐이다. 지금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주권 국가들은 감염병 확산이라는 이슈를 정치화시켜 자국의 위상 강화 내지는 타국의 위상 약화에 점점 몰두해 가고 있다.


사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우리는 세계화로 인한 전 세계적 부의 증대, 자유로운 여행과 거주 및 이전의 자유, 과학기술의 혁명적 발전과 이를 통한 권력의 분산, 권력 분산의 수혜자인 새로운 초국가적 행위자의 등장과 이들의 연대, 글로벌 빌리지 및 디지털 노마드족의 등장 등 온갖 자유주의적 담론(談論)에 포위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첨단 기술에 근거한 이동이 자유로운 지구촌의 꿈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내전과 이로 인한 대량 난민의 발생, 이에 놀란 유럽의 국경 잠그기와 반(反)난민을 슬로건으로 한 유럽 극우파 정치인의 득세, 영국의 유럽연합과의 결별, 그리고 미국발 자국 중심주의와 미·중 무역 전쟁 및 미국의 대(對)멕시코 국경 쌓기 등으로 그 색이 크게 바래고 있다. 이 와중에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이러한 반자유주의적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아직도 세계화의 말잔치 속에 진정한 주인행세를 하는 것은 주권국가이며 이들은 과거 현자(賢者)들이 예견했듯이 지독히 이기적이라는 점이다.


이기적이란 말은 주권국가의 본성이다. 나쁜 의미가 아니다. 주권이 최고로 신성시되는 국제사회의 규범이고 국제법의 핵심 논리인 현실에서 이기적인 국가란 그만큼 자국민을 더 보호하려 하고 자국 내의 감염병 퇴치 노력을 강화하려는 국가를 말한다.


하지만 이런 주권국가 중심의 감염병 대응은 거대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기적인 국가들이 팬데믹의 원인 규명과 이에 기반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라는 글로벌 공공재(public goods)를 공급하기보다 감염병 자체를 자국의 위상 보호 내지는 타국의 위상 깎아내리기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벌써부터 중국의 실험실을 감염병의 진원지로 지목하고 코로나19 부실 대처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 하고 있다. 아직은 코로나 피해에서 헤어 나오고 있지 못하고 있지만 유럽국가들 역시 전대미문의 피해를 상쇄할 대상이 필요할 것이다. 중국이 그 첫 번째 타격이 되리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도 다르지 않다. 감염병이 통제되기 시작하자 바이러스가 외국에서 유입되었을 수 있음을 여러 번 시사하며 책임을 회피하면서 미국과 대척점을 세우고 있으며 일명 코로나에 관한 국제사회의 청구서(bill)에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코로나 같은 대 감염병의 원인 파악과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은 대표적인 공공재이다. 하지만 태생상 무정부적인 국제사회에 이기적 방향으로 사회화된 주권 국가들은 이러한 글로벌 공공재 공급보다는 책임소재 가리기와 책임 떠넘기기를 통한 자국의 생존을 먼저 도모하려 하고 있으며 슬프게도 주요 2개국(G2)이라 불리는 미국과 중국이 이런 감염병의 정치화를 주도하고 있다.


주권국가의 이런 이기성과 폐쇄성을 제도적으로 극복했다 평가받는 유럽연합(EU)조차 코로나용 경제지원 안(emergency economic package)의 집행과 관련 회원국들 간의 불협화음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국제 의료협력의 상징처럼 되어있는 국제연합(UN) 산하 세계보건기구(WHO)는 미국과 중국을 위시로 한 주권 국가들의 등쌀에 치여 어떤 구속력 있는 결정도 못 내리고 팬데믹 경고 및 선언기구로 전락하고 있다.


2차대전의 참상을 겪으며 이기적인 주권 국가들은 ‘평화’와 ‘번영’을 중립적 제도의 창설을 통해 극복하고자 했다. 안보 차원에선 UN을 경제 차원에선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을 핵심으로 하는 브레튼 우즈 체제를 만들어 참상의 재발을 방지하려 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 거대한 두 제도적 실험은 2차대전 후 초강대국으로 자리 잡은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즉 공식적 비공식적 압력-로 유지된 것이지 미국을 비롯한 주권 국가들이 2차대전의 참상을 겪고 갑자기 이타적으로 변해서 운영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미국의 이러한 리더십은 중국에 의해 도전받고 이젠 미국 스스로가 자신의 리더십을 고가의 사치품 정도로 여기며 포기하려 하고 있다. 이는 국제정치에서 연대와 협력의 목소리가 이제는 미국 이외의 국가들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흥미롭게도 현지 시각 5월4일 EU 집행위원회 주도로 개최된 ‘코로나19 글로벌 대응 국제 공약 화상회의’에서 한국을 포함 중국, 일본, 캐나다, 호주, EU 회원국 등 40개 국가와 WHO와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는 코로나 19 백신·치료제와 진단제품 개발을 위한 국제 연대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한 75억 유로 규모의 모금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트럼프의 미국은 물론 불참했다.


유재광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ynomade@naf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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