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칭과 조화에서 느끼는 본능적인 안정감 / ‘컬러링북’으로 스트레스 해소 가능할까?

환단스토리 | 2016.03.14 23:58 | 조회 7718

대칭과 조화에서 느끼는 본능적인 안정감

‘컬러링북’으로 스트레스 해소 가능할까?


서점에 수많은 종류의 컬러링 북이 쏟아져 나오며 그 인기가 가시지 않고 있는데요. 일명 어른을 위한 색칠공부라고 불리죠. 혹자는 진정한 ‘아트’가 아니라고 비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도리어 스트레스가 쌓인다고도 합니다. 작은 면적마다 형형색색으로 칠하려면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중노동이기 때문이죠.

 

제품 디자인에 컬러링이 적용된 머그컵 - 스포츠동아 제공
제품 디자인에 컬러링이 적용된 머그컵 - 스포츠동아 제공

그럼에도 이제는 서점가를 넘어 유통업계에도 컬러링 바람이 불 정도로 열풍이 대단합니다. 색칠의 몰입을 통해 재미를 느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컬러링을 20~40대 여성들이 자주 사용하는 생활용품 마케팅에 적용한 것입니다. 샴푸, 방향제, 컵 등의 제품 디자인에 그려진 밑그림에 직접 컬러링을 완성한다면, 과연 스트레스가 조금 더 해소될 수 있는 걸까요?

 

 

◇ 세계적인 컬러링북 열풍

 

컬러링북 ‘비밀의 정원’ 표지(왼쪽 위), 색칠하기 전 책 내지(오른쪽 위), 독자들이 색칠한 작품들(아래) - 출판사 클 제공
컬러링북 ‘비밀의 정원’ 표지(왼쪽 위), 색칠하기 전 책 내지(오른쪽 위), 독자들이 색칠한 작품들(아래) - 출판사 클 제공

‘컬러링 테라피’라고 불리는 이 유행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요? 컬러링북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스코틀랜드 작가 조해너 배스포드의 ‘비밀의 정원’이 처음 영국에서 발간됐을 때만 해도 큰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발간될 때 표지에 ‘안티-스트레스’라는 문구를 첨가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는데요. 그 이후로 국내에서 40만부, 세계적으로 140만 부가 넘게 팔리며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죠.

 

비밀의 정원이 인기를 얻자, 출판사에서 다양한 콘셉트의 컬러링북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나뭇잎과 꽃, 새와 곤충, 기하학적 문양과 전통적 문양, 패션 디자인과 소품, 여행, 요리, 건축 일러스트까지. 그런데 컬러링 테라피라고 일컫는 많은 그림을 보다 보면 유사한 이미지가 보입니다. 바로 둥근 원형과도 같은 대칭적인 모습인데요. 여기에서 한 가지 힌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 본능이 추구하는 대칭과 조화

 

완벽한 좌우대칭을 이뤄 화제가 된 김연아의 얼굴 - 스포츠동아 제공
완벽한 좌우대칭을 이뤄 화제가 된 김연아의 얼굴 - 스포츠동아 제공

한때 사람들이 재미삼아 증명사진을 놓고 얼굴의 좌우가 얼마나 대칭적인지 살펴보며 미의 척도를 이야기하는 일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이것이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닌 이유는, 과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모든 생명은 균형이나 대칭성을 좋아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미시세계에서의 대칭을 다루는 현대물리 이론에서는 모든 물질은 ‘반물질’을 갖습니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폴 디랙에 따르면, 입자와 질량 같은 물리적 성질은 같지만 전하가 반대인 반입자(antiparticle)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자연계의 놀라운 대칭성을 상징하는 것인데요. 대칭성을 추구하는 것은 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컷 제비의 꼬리 부분을 잘라 균형을 틀어지게 하면 암컷 제비는 그 수컷에 호감을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데에는 ‘조화’라고 불리는 과학적인 원리가 있는 것이죠.


 

◇ 고양이 화가와 로르샤흐 테스트

 

점점 무시무시(?)해지는 루이스 웨인의 고양이 그림 - 루이스 웨인(Louis Wain) 제공
점점 무시무시(?)해지는 루이스 웨인의 고양이 그림 - 루이스 웨인(Louis Wain) 제공

평생 고양이를 그린 화가 루이스 웨인(1860~1939)을 아시나요? 그의 그림 속 고양이들은 재미난 표정으로 사람처럼 옷을 입고 담배도 피고 춤도 추며 익살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부인이 암투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어려움을 겪자 정신분열증을 앓으며 그의 그림도 서서히 변해갔는데요. 증세가 심해질수록 고양이의 형체는 사라지고 강렬한 색채의 추상적인 형상만 남았습니다. 주목할 점은 그림이 초현실적으로 바뀌면서 고양이의 모습이 서서히 ‘대칭’에 가까워졌다는 사실인데요. 불안정한 상태에서 역설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추구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로르샤흐 테스트. 좌우 대칭의 그림에서 무엇이 보이나요? - Hermann Rorschach(위키피디아) 제공
로르샤흐 테스트. 좌우 대칭의 그림에서 무엇이 보이나요? - Hermann Rorschach(위키피디아) 제공

한편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헤르만 로르샤흐는 좌우 대칭의 불규칙한 잉크 무늬가 어떠한 모양으로 보이는지 말하게 해서 그 사람의 정신 상태를 판단하는 테스트를 창안했습니다. 아무 의미 없이 대칭으로 나타난 얼룩이 어떻게 보이는가에 따라 인격 장애를 진단하는 방법인데요. 테스트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지만, 좌우대칭의 이미지가 인간 내면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 만다라와 스트레스 해소

 

19세기 티베트의 만다라 - 미술대사전(용어편) 제공
19세기 티베트의 만다라 - 미술대사전(용어편) 제공

좌우대칭의 이미지는 불교의 ‘만다라’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만다라는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명상을 통한다면 상상의 세계로 다가갈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데요. 사전에 따르면 만다라는 우주의 진리를 표현한 것이며 깨달음의 경지를 도형화한 문양입니다. 즉 낱낱의 바퀴살이 속바퀴에 모이는 둥근 수레바퀴를 표현함으로써, 모든 것을 원만히 갖춰 모자람이 없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만다라 패턴이 컬러링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데에는 나름의 특별한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실제 미국 심리학자 낸시 커리(Nancy A. Curry)와 팀 캐서(Tim Kasser)는 ‘만다라가 근심 걱정을 해소시킬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에는 18~22세의 학부생 84명(여성 55명, 남성 29명)이 참가했는데 이들은 각자 가장 두려웠던 경험을 작성한 직후 무작위로 만다라 패턴이 그려진 종이나 격자 패턴이 있는 종이, 빈 종이 중 하나를 받았는데요. 그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색칠을 하도록 한 뒤 스트레스가 얼마나 줄었는지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만다라 패턴에 작업한 학생들이 다른 두 그룹에 비해 월등히 스트레스가 줄어든 결과를 나타냈습니다. 빈 종이에 자유롭게 그리도록 한 집단은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두 학자는 “복잡한 기하학적 모양을 색칠하는 작업은 부정적인 생각을 일시정지하거나 지배적인 감정의 흐름에서 벗어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끝으로 그림으로 치유하는 또 다른 방법인 ‘포르멘(Formen) 테라피’도 간략히 소개하고 싶은데요. 곧게 뻗은 선이나 부드럽게 굴곡진 선, 자연이나 예술, 옛 건축, 생활물품에서 볼 수 있는 대칭적·반복적인 문양의 다양한 선을 그리는 체험입니다.

 

컬러링이 미숙하거나 컬러링보다 쉽고 간결한 과정을 바란다면 포르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포르멘을 교육에 활용했던 20세기 초 오스트리아의 인지학자 루돌프 슈타이너에 따르면, 만다라에는 초월적인 영원의 세계가, 오래된 문화재와 예술 작품에서의 무늬나 고불고불한 선 속에는 인간의 염원이 숨겨져 있다고 하네요.

 

 

출처 및 참고 
<유통업계에 부는 ‘컬러링’ 열풍>, 스포츠동아 2015년 05월 01일자

<우주가 비대칭이라고?>, 동아사이언스 2008년 09월 18일자

<미인과 황금분할>, 동아사이언스 2004년 07월 01일자

미 네바다주립대 웹진 ‘레벨옐’ 

 

이종림 객원기자 lumen002@naver.com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83개(2/6페이지)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회원게시판 이용수칙] 관리자 47265 2023.10.05
공지 상생의 새문화를 여는 STB 상생방송을 소개합니다. 환단스토리 208261 2018.07.12
66 [좋은글] 세상읽기…인류의 재앙과 사랑의 마음 사진 환단스토리 5931 2020.02.10
65 [좋은글] 언론 보도를 통해 본 경자년 새해의 민속학적 의미와 국운 신상구 4470 2020.01.30
64 [좋은글] [포토에세이] 서로서로 협력하며 사진 첨부파일 환단스토리 4304 2019.12.21
63 [좋은글] 마스크 없이 못 버틴 하루 .."미세먼지에 갇혔다" 환단스토리 4462 2019.12.16
62 [좋은글] 지구온난화가 부른 그린란드의 눈물, 환단스토리 4690 2019.12.16
61 [좋은글]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어딨습니까"..시청자 울린 어느 경찰관의 눈물 환단스토리 4661 2019.12.16
60 [좋은글] 무안∼영광 앞바다 다리로 잇는다.. 칠산대교 18일 개통 환단스토리 5328 2019.12.16
59 [좋은글] 증산도 청소년 SNS 기자단 도생님들이 드라마 `도깨비'를 주제로 쓴 글 환단스토리 4716 2019.05.08
58 [좋은글] 우리 조상들의 ‘꿈 이루기’ 방법 환단스토리 4970 2018.12.17
57 [좋은글] < 마음에 복이 있어야 복이 옵니다 > 송택정 5659 2018.06.06
56 [좋은글] 울산 울주군 천부경연구원 천부보전 소개 신상구 5827 2018.01.03
55 [좋은글] 인생은 최선을 다해도 후회는 남아 반성하고 고쳐가면서 사는 것이 중요 신상구 5860 2017.12.22
54 [좋은글] 공존과 상생을 위한 기본자세 환단스토리 5124 2017.11.03
53 [좋은글] 빛의 화가 토마스 킨 케이드(Thomas Kinkade) 청춘열사 6163 2017.02.27
52 [좋은글] (영화평) 좀비보다 더 무서운 현실, 부산행 사진 첨부파일 진실무망 7266 2017.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