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사학과 민족사학의 파워게임

신상구 | 2014.10.23 02:03 | 조회 4215

                                                 신민사학과 민족사학의 파워게임

                                     이덕일 저,『우리 안의 식민사관』(만권당, 2014.9)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백암 박은식의 [한국통사]는 누가 뭐래도 우리의 역사를 우리의 관점에서 기술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나오는 수많은 역사관련 책들이 모두 우리의 관점에서 서술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러한 책들을 보면서 자신이 몰랐던 부분이나, 잘 알지 못하는 부분에서는 소위 역사학자들이 쓴 것이기에 아무런 의식 없이 읽는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인양 믿는다.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온 국사가 대부분 그러했음을 이제서야 조금씩 깨닫고 있지만 말이다.

   이 책은 우리가 왜 그렇게 국사를 배워왔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문제인지를 알려준다. 구한말 일본은 영토침략의 전초전으로 역사침략을 감행한다. 일본이 한국을 점령하는 것이 축복이라는 정한론이나, 한국인들은 독자적으로 역사나 사회를 발전시킬 능력이 없다는 한국사정체성론, 한국인들은 미개하므로 같은 조상을 둔 일본이 지배하는 것이 한국인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이라는 일선동조론 등이 그것이다. 지금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일본 극우세력의 망언이자, 우리사회에서도 소위 지도층이라 하는 사람들이 은연중 풍기는 말이기도 하다. 일제감점기, 일본은 한국사를 왜곡하는 전담관청으로 조선사편수회를 설치하고 본격적으로 식민사관의 이론화와 전파에 나서기 시작한다. 당연하게도 일본학자들이 주축이 되고, 거기에 소수의 한국인들이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해방 후 정리되지 않고, 아니 거꾸로 민족사학자들을 정리하고 실증사학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을 감춘 채, 이 나라의 역사학계를 지배하며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그들은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하여 역사 해석권을 독점하였고, 팩트 자체를 왜곡하거나 조작하기에 이르렀다.

   식민사관이란 일제 식민지시대 조선총독부에서 한국을 영구지배 할 목적으로 만든 조선총독부사관, 즉 한국으로 이주한 일본사람들의 시각으로 한국사를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식민사관과 민족사관이 충돌하는 핵심사안은 두 가지이다. 한사군 한반도 위치론과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이 바로 그것이다. 한사군이 한반도 내에 위치했어야만 고조선을 신화로 말할 수 있고, 임나일본부를 설명하는 길은 삼국사기 초기기록이 조작되었다고 해야만 가능해진다. 이 관점에 따르면 고대 한반도 북부는 중국의 식민지였고, 남부는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셈이다. 그래야 정한론이나 한국사정체성론, 일선동조론 등으로 독립운동의 의지를 꺾고, 한국을 영구지배 할 수 있다고 그들은 믿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두고서 한국의 고대사는 조선총독부 시절부터 중국의 동북공정이 기승을 부리는 지금까지 늘 현대사라고 말한다.

   우리의 민족혼 말살을 위한 일제의 한국사 축소, 왜곡 전략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아직까지도 식민사관이 우리나라 역사학계의 주류로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지금의 역사학계는 두말없이 이러한 사관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름을 무어라 칭하던 간에 이 핵심사안 두 가지에서 자신들과 의견이 다르면 폄하하고 비난하며 학계에서 매장을 시키고 있다. 심지어는 조선사편수회의 비판조차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마지막 조선총독 이었던 아베 노부유키는 ‘대한민국의 외형은 독립되었지만 그 정신세계, 즉 역사관은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가 장악하고 있다’라고 자신 있게 말을 했을까?

   역사학은 관점의 문제와 그 관점을 뒷받침하는 사료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 역사학계 주류의 관점은 식민사관, - 물론 그들도 총론으로는 비판한다. 그러나 각론으로 가면 교묘하게 추종하고 있다. – 이고 그들이 말하는 사료는 일본인들이 쓴 논문이라고 한다. 저자는 그렇게 주류로 행사하는 자칭 실증사학자들의 태생과 그간의 행적, 그리고 그들이 장악하고 있는 동북아역사재단 등이 행한 사건들을 하나하나 예로 들면서 파헤치고 있다.

   “단재 신채호를 네 자로 말하면 정신병자이고, 세자로 말하면 또라이 입니다.” 국사교과서 대표집필자라는 사람이 공개 학술회의에서 했다는 말이라고 한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자국의 역사는 자국의 관점으로 들여다 보고, 또 가르친다. 더군다나 고고학자료와 중국의 역사서들이라는 풍부한 사료가 있음 에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그것들을 무시하고, 조작하고자 하는 그들에게 민족사학자는 눈에 가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단재 신채호를 저렇게 폄하할 수가 있고, 또한 이 나라의 사학계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에 공개 학술회의에서 자신 있게 저런 망언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역사학계뿐만이 아니라 이 나라 모든 분야에서 일제가 남긴 죄악과 잔재들은 청산되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모순들이 그 때문일 것이다. 입으로는 모두가 일제의 잔재들을, 식민사관을 청산하자고 외치지만, 그것들이 아직도 견고한 까닭은 그로부터 이득을 얻고, 자신의 현실과 입지를 정당화하는 세력들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들이 이 나라 지배계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류라면 달리 어찌 해 볼 방법이 없다. 그들에겐 우리의 역사나 민족의 앞날 보다 자신들의 입지가, 현실이 주는 달콤함이 더 중요할테니 말이다.

   민족사관이 내거는 학설과 해석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역사는 문헌고증과 새로운 유물의 발견으로 수정되고 또 정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역사를 우리의 관점으로 본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일본과 중국 극우세력의 관점으로 우리의 역사를 보는 그들이 있기에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온 역사가 두리뭉실해 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내가 찾아서 읽었던 역사책 중에 은연중 그들이 주장하는 것들을 전파한 책은 없었는지, 아리송해진다. 결국 제대로 된 역사, 역사다운 역사를 배우고, 알고, 만드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조금은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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