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교가 항일독립운동과 한글과 한국사에 미친 영향

신상구 | 2017.04.24 03:18 | 조회 6950

                                대종교가 항일독립운동과 한글과 한국사에 미친 영향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신상구

    2016년은 대종교의 홍암(弘巖) 나철(羅喆, 1863~1916) 대종사 100주기가 되는 아주 뜻깊은 해이다. 그리하여 대종교가 독립운동과 한글에 미친 영향을 박성현 박사의 글을 통해 알아보았다.  
    해마다 돌아오는 개천절은 원래 음력 10월 3일이던 것이 양력으로 바뀐 것이다. ‘개천(開天)’은 환웅이 천신(天神)인 환인의 뜻을 받들어 하늘문을 열고 태백산(백두산) 신단수(神壇樹) 아래에 내려와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이화세계(理化世界)의 대업을 시작함을 뜻한다. 하늘을 연 이 날과 뗄 수 없는 것이 대종교(大倧敎)이다. 대종교는 나철 대종사가 1909년 ‘단군교’라는 이름으로 단군신앙의 원형인 전래 신교(神敎)를 계승해 중광(다시 일으켜 세움)한 것인데 1910년에 ‘대종교’로 개칭되었다. 이로써 몽고 침입 이후 약 700년간 단절되었던 민족의 고유한 종교가 재건된 것이다. 그러나 나철이 1909년 음력 1월 15일 오기호, 최린, 류근, 정훈모, 이기, 김인식, 김윤식 등 뜻을 같이 하는 동지들과 함께 “서울 북부 재동 취운정 아래 6간 초가집 북벽에 단군의 신위를 모시고 제천의식을 거행하며 ‘단군교 포명서’를 공포”하게 되기까지는 일제에 침탈당해가는 나라를 구하고자 고군분투한 그의 전사(前事)가 있었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 출신인 홍암은 과거에 급제해 벼슬을 했으나, 관직을 사퇴하고 귀향한 후 1904년 오기호, 이기 등과 함께 유신회(維新會)를 조직해 구국운동에 뛰어든다(당시 그의 이름은 나인영으로, 대종교를 중광하면서 나철로 개명했다). 그는 을사늑약이 체결되기 얼마 전인 1905년 6월 오기호 등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동양의 영구한 평화를 위해 한ㆍ일ㆍ청 삼국이 상호 친선동맹을 맺고 한국에 대해서는 선린의 교의로써 부조하라는 의견서를 일본정부의 대신들에게 전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하지만 이 외교교섭은 실패로 끝난다.
    한편, 1906년 1월 24일 밤 나철은 서대문역(지금의 서울역) 근처를 걸어가다가 한 노인을 만나는데, 그는 백두산 백봉신형(白峯神兄)의 명을 받은 두암 백전이라는 인물로, 나철에게 <삼일신고(三一神誥)>와 <신사기(神事記)>를 주고 가지만 아직까지는 나철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다. 이듬해인 1907년 1월 1일을 기해 입궐하는 을사오적을 길 위에서 처단하기로 한 나철은 결사대들을 조직해 암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만다(‘정미대거사건(丁未大擧事件)’). 이로 인해 그는 10년의 유형을 선고받고 신안군의 지도에 유배되었으나, 같은 해 10월 고종의 특사로 사면된다.
    그 후, 1908년 11월 12일 일본과 외교담판을 짓기 위해 일본에 머무르고 있던 나철의 숙소로 다시 한 노인이 찾아와 자신이 백봉신형의 제자인 미도 두일백임을 밝히고 나철에게 ‘단군교 포명서’와 단군신앙에 관련된 책들을 건네주며 미래의 사명이 이 정신의 중흥에 있다는 말을 전한다. 마침내 나철은 1908년 12월 9일 밤 미도 두일백으로부터 단군교 의식을 통해 영계(靈戒)식을 받고 ‘국수망이도가존(國雖亡而道可存, 나라는 비록 망했으나 정신은 가히 존재한다)’이라는 문구를 가슴에 새긴 채 귀국하게 된다. 단군신앙의 중광에서 새로이 구국의 길을 찾고, 많은 이들을 위한 독립운동의 길을 닦게 된 것이다.
    만주 항일독립운동사 관련 인물들은 대다수가 대종교인이었다. 30만 대종교도의 3분의 1인 10만여 명이 항일독립운동에 직ㆍ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순교했다.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정훈모를 비롯한 몇몇 친일분자들에 의해 교단의 내분이 발생하고 일제의 탄압이 가해지자 나철 대종사는 교명을 대종교로 바꾸고 박해를 피해 교단을 만주로 옮기게 된다. 대종교는 1911년 5월 백두산 기슭 화룡현 청파호에 총본사를 두고, 동만주 일대와 노령·연해주 지방을 관할하는 동도교구, 남만주에서 중국 산해관까지 관할하는 서도교구, 한반도 전체를 관할하는 남도교구, 북만주 일대를 관할하는 북도교구, 중국ㆍ일본 및 구미지역을 관할하는 해외교구까지 5개의 교구를 구축하였다.
    만주에서 활동한 수많은 대종교인 무장독립운동가들 중에는 서일, 홍범도, 김좌진 같은 인물들도 있었다. 나철의 제자 서일을 총재로 하는 북로군정서는 대종교인들이 주축을 이루었는데, 1920년 10월 만주 지린(길림)성 화룡현 청산리에서 벌어진 수차례의 전투에서 신화적인 승리를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청산리 김좌진의 북로군정서군의 전투를 도왔을 뿐만 아니라 그에 앞서 6월 봉오동 전투에서도 대승을 거둔 대한독립군 사령관 홍범도 장군 역시 대종교인이었다. 또한, 음력 1918년 11월 대종교 2대 종사 무원 김교헌(김헌)이 재외 독립운동 지도자들을 결집해 선언한 ‘대한독립선언서(무오독립선언서)’는 1919년 동경유학생들에 의해 발표된 ‘2·8독립선언서’와 국내의 ‘3·1독립선언서’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대종교인들의 독립운동이 이렇게 활발하게 이루어진 것―혹은 대다수의 독립운동가들이 대종교의 영향을 받은 것―은 홍암 나철 대종사가 1916년 자결로써 일제의 폭압에 항거한 데에 큰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일제가 1915년 10월 1일 조선총독부령 제83호 ‘포교규칙’을 공포해 대종교를 더 극렬히 탄압하자, 홍암은 ‘순명(殉命)’을 결심하고 1916년 음력 8월 15일, 황해도 구월산 삼성사(三聖祠, 환인ㆍ환웅ㆍ단군을 모시는 사당)에서 천제를 지낸 뒤 시자들을 물리치고 절식수도(絶食修道)’에 들어가 폐기절식(閉氣切息)의 방법을 사용해 스스로 숨을 멈춘다. 그의 수행이 매우 높은 경지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하여 그의 자결을 통해 대종교의 무장투쟁은 본격화되고 항일운동의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 대종교가 우리의 국사와 국어에 미친 영향 역시 크다고 할 수 있다. 주시경 선생은 ‘한글’이라는 낱말을 만들어 사용하고 한글체계를 정립하여 보급한, 한국어 연구에 지대한 공헌을 한 국어학자이다. 그런 그가 1907년에 개신교에서 대종교로 개종하고 본격적인 한글운동을 전개하게 되는데, 그의 수제자였던 김두봉이나 후일 조선어학회 사건에 휘말리는 최현배, 이극로 등도 대종교 정신을 토대로 한글연구를 진행하였다.
   주시경은 본체론에서 가장 궁극적인 존재를 일, 본성, 천, 리라고 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개념들을 구체적으로 나누어 설명하지 않고 같은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본체는 하나라고 하는 사고에 기반한 것이다. 천부경과 삼일신고, 그리고 도가의 선천, 불교의 만법귀일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사고는 종교적인 체험을 통한 깨달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주시경에 따르면 궁극적 존재로부터 언어가 나오는 것이고, 그 언어는 민족마다 다르다. 우리 민족의 언어는 한글인 것이다. 한글의 독립성은 국가의 독립성에서 비롯된다.
   “구역은 독립의 기(基)요, 인종은 독립의 체(體)요, 언어는 독립의 성(性)이다. 이 성(性)이 없으면 몸이 있어도 몸이 있다고 할 수 없고 터가 있어도 터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국가의 성쇠도 언어의 성쇠에 달려 있고 국가의 존부(存否)도 언어의 존부에 달려 있다.”
   본체가 있고 그것이 말과 소리로 드러난 것이 우리민족의 언어인 한글인 것이다. 결국 주시경의 대종교에 대한 관심이 한글에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단군을 믿는 대종교와 한글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던 것이다.
   대종교도들은 한글 운동을 전개했을 뿐만 아니라, 신문 · 잡지 · 강연 등을 통해 단군과 국학을 소개하였던 것이다
   한국사에서도 2대 종사 무원 김교헌을 비롯해 박은식, 신채호, 정인보 등의 역사관이 대종교의 영향을 받았다. 언어와 역사가 한 민족의 정체성의 핵심을 구성한다고 볼 때,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대종교의 영향은 필연적이었으리라.
   나철 대종사가 남긴 여러 유서들 중 딸에게 남긴 것은 한글로 쓰여 있어 인상적인데 옮기면 다음과 같다. “열네 해 동안 네 얼굴을 못 보고 오날 천고영별은 네 마암에 매친 한이 잇슬듯 하고 내 눈에 항상 걸일듯 하나 이 길은 곳 영생하는 한울길이니 부대 애회를 두지 말고 아비를 생각커든 대종교 큰 도를 졍셩으로 밋고 아비를 만나랴거든 공부를 통하야 한울길노 오라 림종에 두어자 유탁 잇지 말라. 친부 자필”.
   대종교가 보통 민족종교로 불리지만, ‘홍익인간’의 이념이 사실 인류보편애적인 인본주의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대종교가 추구하는 이상이 하나의 민족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 물론 나라를 잃은 식민지의 현실 속에서는 홍익인간의 이념을 구현할 수 없으므로 당시로서는 나라/민족의 독립이 선행조건이었고 그를 위한 무장투쟁도 필연적이었다.
   보성군에 의해 나철 대종사의 벌교 생가가 복원되었고 현재 기념관도 건립 중이라 한다. 또한 ‘홍암 나철 선생 선양회’가 매년 중국 화룡시 청호촌에 있는 대종교 3종사(홍암 나철, 무원 김교헌, 백포 서일) 묘역을 찾아 벌초와 참배를 해 왔다고 한다. 
                                                      <참고문헌>
   1. 조남호, “한글날에 즈음하여”, 브레인미디어, 2015.10.8일자.
   2. 박성현, “대종교와 독립운동”, 뉴스토마토, 2016.10.10일자. 
                                                      <필자 약력>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아우내 단오축제』,『흔들리는 영상』(공저시집, 1993),『저 달 속에 슬픔이 있을 줄야』(공저시집, 1997) 등 4권.  
.주요 논문 : “천안시 토지이용계획 고찰”, “천안 연극의 역사적 고찰”, “천안시 문화예술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민속학자 남강 김태곤 선생의 생애와 업적”, “태안지역 무속문화의 현장조사 연구”,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조선 영정조시대의 실학자 홍양호 선생의 생애와 업적”, “대전시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천안지역 상여제조업체의 현황과 과제”, “한국 노벨문학상 수상조건 심층탐구” 등 83편
.수상 실적 :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회, 통일문학상(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시부문 신인작품상, <문학사랑>․<한비문학> 문학평론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원, 천안향토문화연구회 회원, 대전 <시도(詩圖)> 동인,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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