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환단스토리 | 2016.08.07 22:31 | 조회 6059

[매경시평]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매일경제 2016-08-07 


워싱턴에는 많은 싱크탱크(Think Tank)가 있다.


싱크탱크는 의회, 행정부와 함께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축이다. 의회 청문회에 가서 증언하고 행정부 관료, 의원들과 격의 없는 토론을 벌인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도 있고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도 있지만 국익 앞에서는 똘똘 뭉친다.


싱크탱크에 몸담고 있다가 행정부 고위직이나 연방의원으로 진출하고, 반대로 행정부 고위관료나 연방의원을 거친 인사가 싱크탱크에서 연구원 생활을 한다. 이렇다 보니 유수한 싱크탱크가 정책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서 주요 정책이 즉흥적으로 흘러갈 수 없는 구조가 정착되어 있다. 주요 방송매체에서도 쟁점 현안이 떠오르면 싱크탱크의 전문가들을 초빙해 의견을 듣거나 토론을 시킨다.


부러운 것은 싱크탱크들이 정부 소속이나 대기업 부설이 아니고 민초들이 기부한 돈을 모아 운영된다는 사실이다.


헤리티지재단의 경우 매년 60만여 명의 기부자가 내는 9000만달러 가까운 돈으로 운영된다. 재정자립이 되니 연구의 독립성이 생기고 정부나 대기업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싱크탱크들은 외국 정부와도 소통을 하고 있어 외교정책 형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우리도 미국형 싱크탱크 도입을 적극 추진할 때가 되었다.


첫째, 선진국 진입의 문턱을 넘으려면 정책의 전문성이 더욱 요구되고 외국 전문가와의 교감이 필요한데 관료집단과 관변 연구소가 전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둘째,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운영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셋째, 장기적인 국가 이슈를 지속적으로 챙기는 틀이 필요하다. 동북공정, 독도 등 역사인식 문제와 영토 문제, 민족 생존을 위한 외교 안보 통일 전략 등 꾸준한 축적이 필요한 이슈들을 들여다보는 시스템이 정부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넷째, 싱크탱크가 관료들의 숨 쉴 공간이 되어 주면 관료사회가 생산하는 정책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퇴로가 없는 관료는 영혼이 없이 정치권에 휘둘린다. 다섯째, 싱크탱크가 젊은 세대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인공지능의 보급으로 인문계 학생들의 일자리였던 사무직이 크게 줄어든 지금, 젊은 세대가 국가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연구개발이 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처럼 나라가 잘되려면 국가전략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싱크탱크들이 객관적이고 권위 있는 정책을 생산하면 정권이 바뀌면서 기존 정책을 부정하고 자기 색깔을 내는 악습의 고리도 끊어진다.


특히 외교 통일 안보에 관한 기본전략이 정권과 장관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은 사라져야 한다.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의 갈등을 야기한 것은 차분히 생각을 정리할 안보 전문 싱크탱크가 없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 문제로 미국, 중국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며 중국의 기대감을 형성하게 한 것이 실책이었다. 시작부터 군사 문제에 관한 한 한국에 선택권이 없는 현실을 중국 측에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면 섭섭할 수는 있어도 심하게 삐질 이유도 명분도 없었다. '생각하는 사람'의 유용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선진국이다. '이리저리 바쁘게 뛰는 사람'을 최고로 여기는 사회는 갈 길이 멀다. 미국 동부 인디언 부족 이로쿼이(Iroquois)의 후손들 사이에 입으로 전해온 역사를 기록한 '몽골리안 1만년의 지혜(Walking People)'라는 책을 보면 농경사회 이전에는 걸어서 이동하며 식량을 구했기 때문에 아이가 소아마비에 걸리면 버리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그런데 소아마비에 걸린 한 소년의 엄마가 업고 다니겠다고 우겨 허락을 받았는데 이 소년이 여러 가지 아이디어로 부족의 생활수준을 높이게 된 후론 소아마비에 걸린 아이를 버리지 않았다. 다리보다 머리가 더 중요함을 인식하면서 부족사회가 한 차원 높은 곳으로 올라섰다.


세계에 내놓을 명품 싱크탱크를 꿈꾼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전 지식경제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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