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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정족산성 고조선 초기인 4천년 전 축조

신상구 | 2020.07.21 03:41 | 조회 4101

                                                         강화도 정족산성  고조선 초기인 4천년 전 축조


강화도 정족산성. 군사고고학연구회 제공                    
                                                                  강화도 정족산성. 군사고고학연구회 제공

    인천 강화도 정족산성(삼랑성)이 고조선 초기인 4천년 전 축조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군사고고학연구회 회장인 인하대 남창희 교수(융합고고학과)는 지난 5년에 걸친 중국과 일본 등 동북아 고대 산성 비교 연구 과정에서 정족산성의 구조와 위치에 대한 군사학적 검토의 결과 강화도 정족산성이 실제 고조선 초기인 4천년 전에 축조되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육군본부 자문위원이기도 한 남 교수는 정치군사모의분석 기법으로 위치, 지형, 규모 데이터를 입력하여 축성 시기를 추론한 연구 성과라고 설명했다.

    전등사가 위치한 정족산성은 전형적인 포곡식 산성으로 가파른 외측면 산세를 이용한 천혜의 군사기지로 알려져 있다. 포곡식 산성은 계곡을 위에서 둘러싼 능선에 산성을 쌓아 성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로 된 것을 말한다. 1866년 병인양요 때 양현수 장군이 근대적인 프랑스군을 격퇴할 정도로 방어에 유리한 지형조건을 갖추고 있다.

    정족산성은 고려사에 고려 시대에 처음 쌓았다는 기록이 없고 세종실록지리지에도 전설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먼 과거에 축조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학계에서도 연대 미상으로 학설이 분분한데 남 교수팀은 한성백제기와 3500년 이전이라는 두 개의 군사학적 가설을 국내에서 최초로 제시했다.

강화도 정족산성 정상에 바라본 마니산. 군사고고학회 제공                    
                                                  강화도 정족산성 정상에 바라본 마니산. 군사고고학회 제공

    군사지리적 위치와 수용 능력의 데이터를 결합하면 정족산성은 해양력이 발달한 북방 세력의 전방작전기지로서 효용이 높다고 한다. 동시에 한반도 내륙의 전략적 가치 중심을 노리는 적대적 세력의 원정 상륙을 막는 방어기지로서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실제 1866년 프랑스 함대의 강화도 상륙 당시 수도권 주요 방어거점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남 교수팀은 국방대 권태환 교수(육군 준장)와 기원전 8세기부터 한성백제 말기 475년 사이 약 1200년간의 28개 동북아 국제관계 주요 변동 시점에서 정치군사 모의분석을 실행했다. 그 결과 한반도 강화도에 대형기지를 배치할 전략 및 작전적 소요는 기원전 8세기 이전과 한성백제 시기에 존재하였다고 한다. 연구팀은 2800년 이전이었을 가능성이 크고 한성백제 시기는 다소 약하다는 잠정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삼국시대 이전 해양력 발전의 지표는 천문기록과 바다 항해인데, 두 가지를 만족하는 국가는 고대 동북아에 고조선뿐이라고 한다. 중원 문화에 없는 고인돌의 별자리 새김문화와 신석기 시대 원양 어로(포경) 암각화 존재가 고조선의 앞선 해양력을 시사한다고 한다. 고조선 말기에는 제나라, 연나라 등 대륙세력의 위협에 집중해야 했으므로 고조선의 남측 주변부인 강화도에 대규모 군사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고조선 세력으로 추정되는 랴오닝성의 기원전 16세기 조양 대전자(大甸子) 유적에서는 필리핀, 오키나와와 제주도에서 서식하는 카우리 조개 화폐가 무더기로 발굴됐다. 남창희 교수 연구팀은 “무덤의 카우리 조개화폐는 구로시오 난류를 따라 서해로 북상하며 발해만의 고조선 중심 세력과 교역하는 남양의 이질적인 세력이 존재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족산성은 기원전 23세기경 고조선 초기 세력권이 한반도 남쪽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토착 해양세력과의 갈등의 흔적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남 교수팀은 또 “고조선 초기에 서해의 섬 강화도에 군사기지가 설치되었을 가능성이 큰 이유”라고 추정했다.

   남 교수팀은 두 차례에 걸친 중국 요서 지역 산성 조사과정에서 한국 산성의 기원이 되는 3500년 전 포곡식(包谷式) 산성과 태뫼식 산성을 확인했다. 내몽고 적봉시 홍산은 요서 지역 청동기 문화 하가점하층문화(BC22세기-BC15세기)의 상징인데 포곡식 산성 구조로서 능선에서 산성을 발견했으며 방어용 돌출부인 치(작은 雉城)도 발견됐다. 같은 시기, 성자산(城子山) 산성은 평평한 산 정상부에 머리띠를 두른 것 같은 테뫼식 산성인데 그 모형을 오한기(敖?旗)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다.

    3500년 전의 포곡식 산성은 고구려 환도산성으로 이어지고 백제 공주 산성과 사비성도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정족산성과 동일한 구조의 산성이 이미 3500년 전에 축조된 사실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다. 김연성 고조선연구소 소장은 “정족산성이 4천년 전에 축조된 것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유네스코 세계역사문화유산으로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남창희 교수는 “그동안 정족산성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는 데다 동북아 전체 맥락에서 본 경우가 없었다. 삼국유사 등 사서에서 단군조선 당시 국가공동체 사실을 전설로만 취급하고 있다”며 “그러나 초대 단군 때 참성단과 삼랑성을 쌓았다는 세종실록지리지의 공식기록을 전설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참고문헌>
   1. 김영환, “강화도 정족산성 축조 시기는 고조선 초기인 4천년 전”, 한겨레신문, 2017.8.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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