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종교의 요람 계룡산 신도안

신상구 | 2020.05.10 02:40 | 조회 4953

      

                                                                           민족종교의 요람 계룡산 신도안

   나라가 어지럽고 백성의 삶이 고달프면 어느 시대든 유언비어가 세상을 어지럽히게 마련이다. 특히 조선 말엽에 심했다.
   그 가운데는 앞으로 鄭씨 성을 가진 사람이 계룡산에 도읍을 정하고 500년간 다스릴 것이라는 '정감록'(鄭鑑錄)인데 이것은 양반 계층에서도 크게 번져 민심을 불안하게 했다.
   鄭씨 성을 가진 사람이 나라를 새로 세운다는 것은 곧 李씨의 '조선'이 망한다는 것이니 궁궐에서도 그냥 있을 리 없었다. 즉시 '정감록'을 금서(禁書)로 하여 그것을 읽거나 소지한 사람은 형벌에 처했고 민비(명성황후)는 계룡산에 '압정사'라는 절을 지어 鄭씨가 나라를 세우지 못하게 빌었다. 그만큼 정감록의 위력이 대단했다.
   이런 도참설의 공통적인 것은 계룡산, 그 중에서도 지금 3군 본부가 있는 신도안이 전쟁과 상관없이 평안하게 살 길지(吉地)로 꼽힌 것이다.
   그러다 보니 1924년에는 전국에서 4500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몰려왔고, 6·25전쟁을 겪으면서는 피란민과 신흥종교까지 자리를 잡아 조용하던 신도안이 크게 붐비기 시작했다.
   특히 신흥종교는 93개에 이르렀는데 집집마다 자기 종교를 나타내는 깃발을 꽂아 신도안의 특별한 모습을 연출했다. 태극기와 세계 각국의 국기를 꽂아 펄럭이는 집도 있었다. 집뿐만 아니라 계룡산 계곡이나 바위 같은 곳에도 제단이나 탑을 쌓고 굿을 하는 등 그야말로 계룡산 신도안은 우리나라 최대의 민족종교 집단촌이 되었다.
   그러나 신도안 신흥종교 전성시대도 1968년 계룡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주변 정화가 시작되는 것을 계기로 점차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특히 1983년 이곳에 3군 사령부가 들어서는 것이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 당시 정부는 '620사업'이라는 암호로 극비리에 육·해·공군 사령부이전을 추진했는데 워낙 강력하게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에 교주들은 별 저항 없이 신도안을 떠나 대전 보문산, 논산 상월 등지로 흩어 졌다.
   이때에도 철거되지 않은 곳은 계룡산 암용추에 있는 '삼신당'(충남 민속 문화재 19호)과 역사성을 인정받은 '제석사' 정도다. 특히 이런 곳은 3·1운동 후 독립투사들의 은신처가 되기도 했는데 평양 출신 정원강이라는 사람이 세운 삼신당이 유명했다. '山태극, 水태극'이라는 계룡산 풍수지리설에 반해 일찍이 삼신당을 세운 것인데 그 후 독립 운동가들의 은신처가 되어 주기도 했고 자신이 직접 독립운동에 관여하기도 했다. 또한 이곳은 조선을 개국하기 전 이성계가 100일 기도를 했다는 명당으로 알려 져 있다.
   또 그 밑에는 충남 유형문화재 66호로 지정된 주초석 94개가 전시돼있는데 이성계가 이곳에 도읍지를 정하고 궁궐공사를 할 때 준비한 것이니 그 역사성 또한 높다.
   이처럼 신도안은 계룡산의 아름답고 웅장한 자태와 한 때 조선왕조의 도읍지로 가꾸던 역사성, 95개가 넘는 신흥종교의 집단을 이루던 민속학적 연구의 표적이 될 무형의 자산이다. 아직도 향적산 골짜기를 비롯 곳곳에 남아 있는 돌탑과 제단 특히 대한민국의 국토방위를 총지휘하는 육·해·공 삼군사령부 등이 어우러진 특수한 환경을 갖춘 지역이다. 그 하나하나에 스토리를 지니고 있는 곳이며 생태적으로 잘 보존돼야할 가치가 있다.
   그래서 여기에 관심이 깊은 계룡시 의회 허남영 의원은 이곳을 개발하는 데 있어 스토리가 있는 유물들, 말하자면 돌탑이나 제단 같은 것은 그대로 보존하여 이곳을 걷는 사람들에게 계룡산 신도안 의 오랜 숨결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고문헌>
   1. 변평섭, "계룡산 신도안 아름답고 웅장한 자태… 민족종교 사랑받은 곳", 충청투데이, 2020.5.8일자.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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