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온천 이야기

신상구 | 2020.04.04 15:37 | 조회 4289

                  

                                                                                    유성온천 이야기

   청풍명월의 고장이자 충절의 고장인 우리 충청도에는 온양온천, 수안보온천, 덕산온천, 유성온천 등 유명한 온천이 많이 위치하고 있다.
   유성온천은 대전광역시 유성구 온천동에 위치한 대한민국의 온천이다. 유성온천수는 60여 종의 유익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고 중금속이 검출되지 않은 온천이다. 수질의 특성을 살펴보면 라듐이 많이 함유된 단순천(방사능천)으로 수온은 25∼53℃, 수소 이온 농도(pH)는 8.89이다. 수질이 매우 부드러워 목욕을 하고 나면 온몸이 매끄러운 느낌이 들며, 각종 피부병과 신경계통의 질환, 위장병·비만증·당뇨병·부인병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전광역시의 중심가라고 할 수 있는 유성 한복판에 있는 관계로 접근성이 매우 좋다.      
  유성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에 들어 온천에 환장하는 일본인들에 의해 본격적인 휴양지로서의 대규모 개발이 시작되었다. 광복 이후로도 유성온천에는 꾸준히 목욕탕과 호텔이 생겨났고, 도심이 조금씩 정비되어 2000년대 후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KTX 개통, 성매매 특별법 시행으로 점점 몰락의 기미를 보이더니, 도안신도시가 개발된 이후로는 사실상 완벽하게 몰락했다. 도안신도시에 대거 입주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을 의식하느라 유성온천에 있던 목욕탕이나 유흥업소들이 줄폐업하고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재건축됐기 때문이다. 과거에 유명했던 홍인호텔(2011년 폐업)과 유진호텔(2014년 폐업)[5], 리베라호텔(2018년 폐업)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호텔아드리아도 2018년 폐업하여 온천만 운영중이며 호텔 건물은 재건축 예정이다. 아직도 일부 오래된 호텔과 사우나 등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곤 있으나, 전성기였던 1990년대와 비교하면 별 특색없는 부도심 및 원룸촌 비슷하게 되어가고 있다.
   이처럼 유성온천 일대의 '구유성'은 도안신도시 의 개발로 2010년대 들어 관광지 이미지는 사라졌고 평범한 부도심으로 바뀌었다.
   유성은 겨울에 눈이 쌓여도 땅속에서 뜨거운 물이 솟아나 금새 녹아 버리는 웅덩이가 있었다. 지금의 봉명동 일대다. 사람들은 그것이 신기했고 동네 아낙네들은 추운 겨울에도 따뜻한 물에 빨래를 해서 좋았다.
   그러는 한편 상처 입은 학이 날아가다가 이곳 웅덩이에 몸을 담갔더니 훨훨 날게 되었다는 전설이 말해 주듯 피부병 등 여러 가지 병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퍼져 많은 사람이 찾기도 했다.
   아마도 이곳을 찾는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태조 이성계 일지 모른다. 그는 지금 3군 사령부가 있는 계룡대(신도안)에 조선의 새 도읍지 공사 현장을 돌아보는 기회가 있으면 유성에 와서 몸을 씻고 갔다. 그럴 때면 당시 왕자 신분이었던 방원이 수행을 해서 이곳에 왔는데 그가 훗날 태종이다. 태종은 즉위 후에도 이곳을 다녀갔다.
   이런 유성 온천이 본격적으로 개발된 것은 일제 때 부터다. 특히 1919년 일본 동경대학 아기스라는 교수가 이곳 온천수를 분석하고 아주 우수한 라디움 온천임을 밝히면서 온천을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모았다.
   지하 285~600m에서 나오는 물로 섭씨 42~65도의 수온에 신경통, 피부병, 당뇨, 위장병에 좋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일본 귀족이 현재의 계룡스파텔(전 국군휴양소) 자리에 봉명관이라는 온천장을 세웠고, 이어 1922년 충청도 갑부 김갑순이 지금의 유성 호텔을 설립했으며 그 옆에 '만년장'이라는 또 하나의 '온천 도시'로 변모했다. 만년장은 그 후에 리베라 호텔이 되었다가 최근에는 폐업을 했다.
   김갑순이 세운 유성호텔은 조선 총독 사이또 등 고위 관리들이 자주 왕래했는데 여기서 충남도청을 공주에서 대전으로 옮기는 계략이 펼쳐지기도 했다.(본 연재물 48회 참조)
   김갑순은 1939년 호텔을 증축했는데 이때 사용된 목재가 지금 세종시 금남면에 있는 민족 종교 '금강대도' 건물을 강제로 철거하여 가져 온 것이다.  
  신사참배를 거부한 금강대도는 일제의 탄압을 받았고, 김갑순은 조선 총독부와도 밀접한 친일 거두여서 꼼짝 없이 당해야 했다. 물론 지금은 그 건물이 6·25때 소실되는 등 당시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이승만 박사가 해방 후 미국에서 돌아와 부인 프란체스카여사와 함께 유성호텔에 왔었다. 물론 그때는 아직 대통령이 되기 전이었다.
  그런데 프란체스카여사가 화장실에 다녀와서는 이승만 박사에게 얼굴을 찌푸리며 불평을 했다. 화장실이 수세식 변기가 아닌 그냥 양변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후 부랴부랴 수세식 변기를 설치했다.
  고속도로가 뚫리고 KTX가 달리는 등 지금은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되었지만 그 전에는 유성은 국토의 중심에 있어 VIP들이 자주 들렀다.
  박정희 대통령은 유성호텔 보다 만년장을 자주 이용했는데 그래서 인지 당시 이기붕 등 여권 인사들은 만년장을, 야권 인사들은 유성호텔을 선호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이곳에 오는 날에는 종업원들이 인근 촌락에 가서 깨끗한 호박잎을 구하러 다녔다. 호박잎을 쪄서 된장으로 쌈을 싸 먹는 것을 좋아 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과 정적 관계에 있던 정치인들 신익희, 조병옥, 장면 같은 분들은 유성호텔을 선호했는데 JP(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여권 인사면서도 유성호텔에 자주 들렀고 큰 행사가 있을 때는 자신이 직접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살리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만년장을 선호했다.
  물론 유성호텔에도 대통령의 전용 룸을 마련해 놓고 있었지만 별로 이용은 하지 않았다.
  이렇게 유성 온천은 찬란한 시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관광특구의 이름이 무색할 만큼 옛 영화가 퇴색해 가고 있어 안타깝다.
  온천 주변에 대전과 충남의 고유한 볼거리나 명승 등 연계코스가 부족하다는 점은 외지 관광객들에게 어필할 수 없다는 비판을 많이 받으며, 대전광역시가 고민하고 있는 숙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매년 5월에는 3일간(금요일~일요일) 유성온천 문화축제가 개최되는데, 이 기간 동안 유성온천 내 일부 식당이 할인 행사를 하여 관광객 유치에 일조를 하고 있다.
   아무튼 유성 온천이 다시 부활하여 우리 고장 대전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참고문헌>
   1. "유성온천", 네이버 나무위키, 2020.4.4일자.
   2. 변평섭, "정치인이 사랑한 곳… 세월에 빛 바랜 영광", 충청투데이, 2020.4.2일자. 11면.
                                                                            <필자 신상구 국학박사 약력>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부친 신종순(辛鍾淳), 모친 유옥임(兪玉任) 사이의 5남 2녀 중 장남 
   .아호 대산(大山) 또는 청천(靑川), 본관 영산신씨(靈山辛氏) 덕재공파(德齋公派)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2)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8)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 종로구 재동지점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1994),『아우내 단오축제』(1998),『한국 노벨문학상 수상조건 심층탐구』(2019.3.15),『흔들리는 영상』(공저시집, 1993),『저 달 속에 슬픔이 있을 줄야』(공저시집, 1997) 등 5권.  
  .주요 논문 :「대전광역시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2012),「서정시인 정지용의 생애와 문학세계」(2016),「백제의 건국과정과 백제초도 하남위례성의 위치비정 논쟁」(2018) 등 105편
  .주요 발굴 : 민촌 이기영의 천안 중앙시장 3·3항일독립만세운동 기록(2006) 
                      포암 이백하 선생이 기초한 아우내장터 독립선언서(2007)  
  .수상 실적 : 예산군수 감사장, 대천시장상(2회), 천안시장상(2회),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2회) 통일문학상(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2회) 교육부장관상(푸른기장),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문학 21』시부문 신인작품상,『문학사랑』·『한비문학』 문학평론 부문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동아일보·경향신문·한국일보·서울신문·서울일보·신아일보 등 중앙 일간지, 대전일보·충청일보·충청투데이·중도일보·동양일보·금강일보·중부매일·충남일보·중앙매일·충청타임즈·대전투데이·충청신문·충북일보·우리일보 등 지방 일간지, 충남시사신문·천안일보·충남신문·등 주간신문, 아산톱뉴스·천안일보·디티뉴스 등 인터넷신문 등에 수백편의 칼럼 기고.
  .30년 간 우리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환경운동 전개, KBS 중앙방송국 라디오 <논술 광풍>프로 출연, STB 상생방송 <홍범도 장군> 프로 출연, KBS 대전방송국·MBC 대전방송국·CJB 청주방송국 라디오 <아우내장터 독립선언서 발굴> 프로 출연    
  .대전 <시도(詩圖)> 동인,『천안교육사 집필위원』,『태안군지』집필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동양일보 동양포럼 연구위원, 통합논술 전문가, 평화대사, (사)대한사랑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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