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태양처럼 다가온 진리
통영도장 김도은 도생님
저의 할머니는 조금 특별한 분이셨는데요. 약명신을 모시고 있어 할머니가 아픈 사람을 주물러주면 신기하게도 그 병이 나았습니다. 또 종종 음식을 푸짐하게 마련해 바다에서 용왕제를 지내기도 하고 산에 가서 산신제를 지내기도 하셨는데요. 할머니 곁에서 자란 저는 시집오기 전까지 할머니 일을 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도 할머니처럼 무당으로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 일을 하지 않으려고 도망치듯 시집을 왔지만 운명을 거스른 탓인지 하는 일마다 잘 되지 않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아들에게 문제가 생기기도 하며, 모든 것이 제 탓인 것 같아 죽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저의 인도자 강 포감님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같은 목욕탕에 다니며 종종 마주치곤 했는데 그날은 어쩐지 말을 걸고 싶었습니다. 알고보니 포감님은 저희 옆집에 살고 계셨는데요. '인연은 인연이 구나'하는 생각에 그후로도 포감님과 가깝게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초대를 받아 포감님 집에 가게 되었는데요. 집에는 다른 곳에는 없는 가정 신단이 꾸며져 있었습니다. 순간, 할머니 일이 떠오르면서 '무당 일을 하느냐'고 묻자 포감님은 무당은 아니고, 상제님 신앙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는데요. 그러면서 신앙을 하게 된 사연을 들려주셨습니다.
그 날, 포감님과 대화를 나누며 제가 갖고 있단 신도세계에 대한 의문이 풀렸는데요. 포감님께 태을주와 천부경을 배우고 집에 와 태을주를 외우니 이상하게 잘 외워졌습니다.
그 후 포감님을 따라 통영도장에서 수행도 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제가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할머니 일이 우리 고유의 문화, 신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포감님은 '상제님 진리를 만나 잘 닦으면 신도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용기를 주시기도 했는데요. '내가 이 진리를 왜 몰랐을까? 좀더 빨리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생각이 들면서, '이제 운명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후 대전 태을궁에서 열린 <도전 문화 콘서트>에도 참석하고, <도전>도 열심히 읽으며 입도 과정을 밟고 있는데요. 요즘들어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납니다.
할머니께서 17살 아버지를 6.25전쟁에 보내놓고 아버지가 돌아올 때까지 매일 같이 처수를 올리셨다고 하는데요. 저희 아버지가 소속 된 부대는 백마고지 전투에서 거의 전사했는데 딱 두 분만 살아오셨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기도 덕에 아버지가 살아오시고, 저 또한 세상 빛을 볼 수 있었던 건데요. 그런 할머니께 감사하다는 말은 못하고, 원망만 한 것이 후회가 됩니다. 이제라도 상제님 진리를 만나 조상님의 은혜에 보은 할 길이 생겨 행운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제 인생의 가장 어두운 시기, 새벽의 태양처럼 다가온 진리, 상제님 진리를 잘 닦아 사람을 살리는 도생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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