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민족종교 증산도에 외국인 관심 잇달아

2010.03.08 | 조회 2609

“동양문화의 뿌리가 한국이란 사실을 증산도에 입문한 뒤 알게 됐습니다. 음양의 원리가 적혀 있는 하도낙서(河圖洛書; 동양 통치·수리의 근본이 됐다는 그림과 글), 환단고기(桓檀古記; 한민족 고대사를 서술한 책) 등을 공부하면서, 이런 사상이 한국에서 비롯됐음을 알게 됐습니다. 삼국시대 이전 한국에는 환국~배달국~(고)조선으로 이어지는 웅대한 삼성조(三聖祖)의 역사가 있었습니다. 한국 문화는 정말 위대합니다.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한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10년 전 한국을 찾았다가 정착, 증산도(甑山道)에 입문한 캐나다인 제프 크라우스(Jef Kraus·33)씨. 그는 캐나다를 오가며 침술로 봉사활동을 펴고 있는 의료인이면서, 동시에 한국의 역사·문화를 외국에 알리기 위해 코리아타임스에 기고하고 있는 지한파이기도 하다.


“사실 한국에 오기 전엔 일본 사람과 중국 사람, 한국 사람을 구별하지 못했다”는 그가 “하지만 지금은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웃자, 곁에 있던 필리핀 출신 리콜리타 카스페(Recolita Caspe·여·42)씨가 말을 받았다. “저는 원래 카톨릭 신자였어요. 하지만 항상 갈증을 느껴왔습니다. 카톨릭은 인간보다는 하느님에 더 의미를 둡니다. 하지만 제 관심은 항상 인간에 있었어요. ‘나는 왜 여기에 와 있나’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었지요. 그 답을 증산도에서 찾았습니다.”


서울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동양철학 연구가 블라디슬라브(Bladislav·35)씨가 말을 이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했습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한국 민족종교인 증산도와 만나게 됐습니다. 저는 학문적 차원에서 증산도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중국이나 일본 사상은 서양에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만 사실 한국의 전통 사상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증산도는 연구 가치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증산도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증산도는 창시자 강일순(姜一淳)이 1901년 깨달음을 얻은 뒤 세운 민족종교. 창시자의 호를 따라 증산도라 이름 붙인 이 종교는 “유·불·선으로 다원화된 종교들이 증산도로 통합돼 열매를 맺게 됐다”고 말한다. 특징은 ‘인간이 우주의 참주인”이라고 역설한다는 점. 이들은 ‘인간은 본래 신(神)이었지만 사사로운 욕망이 눈을 가려, 스스로 신성(神性)을 잃어버렸다’고 보고 있다. 불교와 다른 점은 ‘신인합일(神人合一)’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주문을 외우며 수행을 거듭하면 신의 경지에 도달, 궁극적으로 신과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증산도의 또 다른 특징은 개벽사상이다. 이들은 “지금은 우주가 여름에서 성숙기인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라며 “변환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개벽이 일어나게 되고, 그 후 새로운 문화와 역사가 생기게 되며, 결국 한국이 세계의 중심국으로 떠오르게 된다”고 말한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지구의 혈(穴)이기 때문에 인류 문화는 한국에서 태동했고, 이후 세상을 이끌 새 문화 역시 한국인이 창조하게 된다”고 보고 있다. “환국·배달국 등의 상고사는 모두 실재했던 한민족의 역사”이며 “개벽 이후 전개될 후천(後天)세계의 지도 국가 역시 한국”이라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증산도 교리에 따르면 “절대적 존재인 신은 궁극적으로 하나”라는 것. “입장에 따라 때로는 부처로, 때로는 알라로, 또 때로는 하나님으로 표현되지만 본질은 모두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태을주’란 주문 외우며 수행


증산도의 수행방법은 ‘태을주(太乙呪)’란 주문을 외우며 숨을 고르는 것. “태을주는 강력한 기운을 가진 주문으로 우주의 기(氣)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이들은 말한다. 리콜리타씨가 말을 이었다. “수행을 하다 보면 신기한 일을 겪기도 합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눈을 감고 수행을 하는데 뭔가 앞으로 휙 지나가는 거예요. 신기한 일이죠? 저는 분명히 눈을 감고 있었고 창문이나 방문은 꼭 닫혀 있었는데 말이죠. ‘아, 이게 신령이구나’ 확실하게 느껴지더라고요.”


“혹시 그림자 아니었겠냐”고 반문하자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불도 끈 상태였어요. 빛이 있어야 그림자도 생길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녀의 말을 제프씨가 받았다. “수행을 하다 보면 그런 일이 있습니다. 저는 커다란 빛을 봤어요. 수행을 하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눈앞이 훤해지는 겁니다. 광명(光明)이었어요. 당시 저는 눈을 완전히 감지는 않은 상태였습니다. 살짝 실눈처럼 눈을 뜨고 있었는데, 대낮보다도 더 밝은 빛이 제 몸과 주변을 온통 환하게 밝히는 것이었어요. 정말 놀라운 체험이었습니다.”


증산도에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을 지켜주는 저마다의 보호신명(保護神明)이 있다’고 본다는 것. 이들은 “보호신명은 대부분 그 사람의 조상 중 하나”라고 말한다. 이들이 조상을 섬기는 것은 그런 면에서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조상이 ‘지금의 나’ 보호해줘”


제프씨가 이야기를 이었다. “저는 캐나다의 조상들을 위해 제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좀 부족한데요, 사실 조상과 자손의 관계는 떼려해도 뗄 수 없는 것입니다. 저는 저희 조상에 대한 기제사뿐 아니라 가까운 산에 있는 산신, 나라를 지켜주는 국신(國神)에게도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캐나다 사람이니까 물론 캐나다를 보호해주는 국신에게도 빠짐없이 제사를 지내고 있죠. 세상을 뜬 지인을 위해 천도(薦度)제를 지내기도 합니다.” 그는 자신의 장래에 대해 “캐나다에서 증산도 도장을 여는 것이 꿈”이라며 활짝 웃었다.


리콜리타씨가 말을 이었다. “저는 필리핀의 국신을 위해 제사를 지냅니다. 물론 조상에 대한 제도 함께 올리죠. 증산도에선 조상을 숭배하고 척(隻)을 지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 가르침을 고국 필리핀에도 전파하고 싶습니다.”


러시아 출신의 블라디슬라브씨는 “증산도는 민족적 색채가 짙긴 하지만 민족에 집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증산도를 한국 정신문화의 한 표현이라고 본다”며 “인간세상 외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을 종교의 한 특징이라고 볼 때, 증산도는


한국서 생겨난 종교이지만 동시에 세계적 보편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산도 본부도장 측은 “국내에서 수행 중인 외국인 증산도 신자는 수백 명”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각국의 여러 사람들이 한국의 민족종교인 증산도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범진 주간조선 기자(bomb@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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