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상생의 冬至

2010.03.11 | 조회 3114

동아일보 [사랑과 자비]


글 : 이완영


천지는 그 무궁한 변화만큼이나 주도면밀하여 정해진 운행의 법도에 일호(一毫)도 어김이 없다. 대설(大雪)이 지나니 하늘에서는 소담스러운 눈을 내리고, 만물은 백색의 순수 속에서 새봄의 생명 창조를 준비하며 고요히 쉬고 있다. 대설 다음에 오는 절기가 동지(冬至)다.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동지를 ‘작은 설(아세·亞歲)’이라 하여 크게 경사스럽게 생각하고, 붉은 팥죽을 쑤어 절식(節食)으로 나누며 삿된 기운을 물리쳤다. 또 궁중에서는 관상감에서 만들어 올린 달력을 동문지보(同文之寶)란 어새를 찍어 모든 관원에게 나누어 주고 관원들은 다시 이를 친지들에게 돌리는 풍습이 있었다.


증산 상제님(1871∼1909)에게서 종통(宗統)을 전수하신 태모(太母) 고수부(高首婦·1880∼1935) 님께서는 “동지는 일양(一陽)이 시생(始生)이라. 동지 설을 잘 쇠어야 하느니라”(증산도 도전·道典)고 말씀하셨다. 동지를 지나면 낮이 다시금 길어지기 때문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동지를 ‘태양이 부활하는 날’로 생각해 신성한 축일로 삼았다. 하지만 요즘 세태는 한 해를 반성하고 새해를 준비하던 동지 미풍이 퇴색해 버리고, 사람들은 들뜬 분위기에 취해 연말연시를 흥청거리며 보내기 일쑤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한 끼의 끼니를 걱정하는 이, 지하보도 등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새우잠을 청하는 이웃이 적지 않다. 또 사회 곳곳에선 개개인의 다양한 요구가 분출하는 가운데 갈등의 골이 깊어 가고 있다.


세상은 점점 버겁고 바쁘게 돌아가지만, 이런 때일수록 이웃을 돌아보는 상생(相生)의 마음이 절실하다. 100여 년 전 증산 상제님께서는 “형제가 환란이 있는데 어찌 구하지 않을 수 있으랴. 사해(四海) 내에는 다 형제니라”(도전 8:93:5)라고 말씀하셨다. 부족한 가운데서도 콩 반쪽을 나누는 게 우리의 인정이었다. 동지팥죽으로 액(厄)을 제하고 희망을 나누는 미풍대로 상생의 마음을 나눈다면, 새해엔 따스한 햇살이 동지의 새 기운처럼 엄동의 세상에 비칠 것이다. 이번 ‘작은 설’은 모두가 이런 희망으로 여는 동지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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