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도수련법 의술에 연결

2010.03.11 | 조회 3077

[한겨레] 증산도수련법 의술에 연결 광제국한의원 신민식 원장



“훔치 훔치…태을주 주문 외우면
우주파동과 공명돼 건강 좋아집니다”

“훔치 훔치 태을천 상원군 ….”

서울 강남구 역삼동 그의 한의원에서 이런 주문 소리를 듣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간호사나 환자들이 처음엔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익숙해졌다. 그는 처음 만난 기자에게도 눈을 감으라고 하더니 주문을 각송했다. 눈을 살짝 뜨고 바라본 그의 얼굴은 저 혼자 소리삼매에 들었다.

그날도 신민식 원장은 강남 증산도장에서 집중수행을 하고 온 터였다. 한 달에 한 번씩 새벽 2시부터 7시까지 5시간씩 5일간 하는 수행이다. 2~3시간만 자지만 평소처럼 일을 한다. 수행의 중심은 태을주 주문을 외우는 것. 주문을 생각으로 외우는 염송, 입속으로 외우는 묵송, 함께 일정한 리듬에 따라 외우는 합송, 자신만의 리듬에 따라 외우는 각송 등을 편의에 따라 한다. 일종의 소리수행이다. 주문을 외우기 전에 증산도의 독특한 도공체조법으로 몸을 풀고, 막힌 혈을 터주며, 호흡법으로 기운을 다스린다.

증산도에선 우주의 생명, 우주의 혼을 율려라고 한다. 우주운행의 규칙이다. 불교의 불성과 짝을 이룬다. 태을주 주문 수행 중 나오는 파동은 우주의 파동과 일치한다고 한다. 두 파동이 만나 공명을 하면 율려, 곧 우주의 영혼이 내게 들어오는 문이 열린다.


의료·약을 뜻하는 ‘메디’
세포등의 끊김을 잇는다는 의미
“명상은 우주와 나 연결 병 낫게해“
의사와 약 없는 세상 꿈꿔


환자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세포와 세포, 기관과 기관 등의 연결이 끊어진 상태라고 한다. 의료행위, 약 등의 영어말에 포함돼 있는 메디(medi-)란 잇는다는 뜻을 갖고 있다. 끊어진 것을 이어주는 게 치료이고 약인 것이다. 명상을 뜻하는 메디테이션도 결국은 영적 단절 상태를 이어준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주의 생명과 나의 정신을 이어주는 태을주 수행은 현실 속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신 원장의 믿음이다.

신 원장은 이를 자신의 수행뿐 아니라 임상에도 적극 활용했다. 그의 한의원에는 음악치료방이 있다. 20평 정도 되는 널찍한 방에 누울 자리와 음향시설을 갖춰놓고 있다. 침을 맞은 환자는 이곳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모든 생각과 긴장을 풀어놓는다. 그리고 오디오를 통해 나오는 소리에 집중한다. 태을주 주문은 아니다. 그가 보기에 ‘훔치 훔치’의 소리 파동은 우주의 파동과 가장 근접한다. 따라서 치료 효과도 가장 강하다. 그러나 환자에게 종교적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소리를 이용한다. 일본에서 수입한 음원으로 치료용 소리를 만들었다.

“‘훔치 훔치’ 소리는 아기를 재울 때 엄마가 아기의 가슴을 살살 두드리며 내는 ‘자장자장’ 소리와 비슷합니다. 짝박자의 이 소리는 심장 박동의 리듬과도 같죠. 의학적으로 신체 리듬과 소리의 리듬이 공명을 일으키면 피나 몸속의 노폐물이 빨리 배설된다고 합니다.”

그는 기도로 난치병을 치료했다는 이야기를 허무맹랑한 소리로 치부하지 않는다. 공명 현상의 치유 효과를 믿기 때문이다. 기도는 언어와 함께 소리로 구성돼 있는데 이 소리는 끊어진 것을 이어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증산도 교조인 강증산은 자신을 가리켜 ‘천지 자연 그리고 사회의 병을 고치는 사람’이라고 했다. 태을주 수행은 그 수단이고, 이를 통한 우주의 병 고침을 개벽이라고 신 원장은 말했다.

그에게 깨달음이란 우주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모든 분별심을 놓고, 우주가 하나의 생명이라는 자각에 이르는 것이다. 따라서 깨달음은 지극한 마음으로 이웃과 세상을 위해 봉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는 ‘성공’한 편에 속한다. “수행의 에너지를 온전히 현실의 매듭과 고리를 푸는 데 쓰다보니”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에게 성공은 ‘다른 사람들을 진심으로 도와주고 이웃과 세상에 이바지할 때’ 완성된다. 환자가 많이 찾는다고 하니 세무조사도 가끔 받는다. 그러나 털린 게 별로 없었다. 이웃 도와준 것에 세금을 물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최고의 깨달음은 현실에서 지극한 정성과 믿음으로 봉사하고 이웃과 세상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눈을 뜨면 일심(一心)으로 살고, 눈을 감으면 공(空)을 자각하는 거죠. 도통에는 총명도통이라고 있습니다. 귀 밝고 눈 밝은 것을 총명이라고 하는데,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이해하고 바르게 판단하는 것을 뜻합니다. 인간관계 잘 이루고, 사회와 조화를 이루며 살고, 모든 행동이 투명하며, 판단이 올바른 상태를 말합니다.”

깨달음은 수행과 함께 삼라만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알 때 탄탄해진다. 인체는 작은 우주다. 그 안에 우주의 구성원리와 우주의 운행원리가 담겨 있다. 그가 경희대 한의학과에 진학하면서 증산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는 지금 증산도 서울 강남 양재 서초 도장을 관할하는 수호사 직책을 맡고 있다.

의사로서 그가 바라는 사회가 있다. 수행자로서 가질 법한 꿈이다. 그러나 다른 의사들이 들으면, 특히 최고 수준의 수입을 올리면서도 더 많은 수입을 위해 파업과 진료거부를 감행하는 의사들이 들으면 까무러칠 꿈이다. “저는 약이 없는 사회가 올 거라고 믿습니다. 의사가 굶어 죽더라도, 약국이 모두 문을 닫더라도, 의사의 도움이 없더라도 모든 사람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그런 사회 말입니다. 한 가지씩 지극한 마음으로 수행하면, 그런 힘을 갖게 됩니다. 그런 사회가 오도록 신문에서도 좋은 수행법 많이 소개해주세요.”

그는 지난해 동료 의사들과 함께 ‘총명학회’를 설립했다. 영리한 사람을 키우는 곳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끊어진 곳을 이어주는 눈 맑고 귀 밝은 이들을 길러내기 위한 학회다. 현재 한의 양의 130여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곽병찬 기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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