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여류 철학자 3인(사주당, 윤지당, 정일당) 탐구

신상구 | 2017.11.29 00:14 | 조회 94 | 추천 2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여류 철학자 3인(사주당, 윤지당, 정일당) 탐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신상구

 

   여성들이 정규교육을 받게 된 것은 근대에 와서였다. 전통시대에는 학문과 교육 모두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특히 유교를 제일의 이념으로 받들었던 조선시대에는 남녀를 구분하고 명분의식과 편견이 심하여여성들의 사회·문화적 활동이 심하게 제약받았다.여성들이 받은 교육이라고는 예의범절과 가정관리에 국한되었고, 이 또한 왕실이나 양반가 여성들에게만 부분적으로 이루어졌을 뿐이다. 경직된 조선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도 17세기에 이르면 유교 경전을 이해하고 시문을 남기기는 양반 부녀자들이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신사임당을 비롯하여 허난설헌, 정부인 장씨 등이 대표적이다.

   18세기에 들어와 양반부녀자들의 학문과 문예활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영·정조대의 문예부흥과 함께 국문 소설의 보급과 독서 열풍은 여성들의 의식을 일깨웠다. 또한, 조선전기에는 볼 수 없었던 학문적 성숙을 갖춘 여성들이 등장했다. 임윤지당을 비롯하여 강정일당, 서영수합, 이사주당, 이빙허각 등이 그들이다. 특히 임윤지당과 강정일당은 남자들에게도 힘든 성리학을 깊이 있게 탐구했고, 이를 통해 “인간은 본질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다를 바 없다.”는 과감한 주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영·정조대 여성 자의식의 성장은 근대적 맹아가 사회·경제적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러 방면에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성 문인과 학자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문희순 문학박사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여류 철학자로 사주당, 윤지당, 정일당 등 3인을 꼽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 3인의 여류 철학자들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리하여 3인의 여류 철학자의 생애와 업적을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1. 사주당전주이씨

   사주당이씨(師朱堂李氏)는 영조 15년인 1739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부모의 가르침에 순종적이었으며, 성장하면서『소학』,『주자가례(朱子家禮)』,『여사서(女四書)』 등을 학습하였다.

   25세에 경기도 용인에 사는 46살 먹은 유한규의 넷째부인으로 들어갔다. 남편은 목천현감 유한규(柳漢奎)이다.『언문지(諺文志)』를 펴낸 유희(柳僖)가 이사주당의 아들이다.

  이사주당은 하늘로부터 받은 천품은 동일하지만 어머니 뱃속에 있는 기간 동안 인간의 품성이 결정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로 인해 태내의 10개월의 교육이 출생 후의 교육보다 중요하다 주장하고『태교신기』를 저술하게 된다.

  『태교신기(胎敎新記)』는 모두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태모의 심성과 태아의 환경을 강조하였다. 83세의 수(壽)를 누렸다.

   2013년에 사주당이 충북역사인물로 선정되어 학술대회가 개최되었고, ‘울림’이라는 공연패와 연대해 당시 청주에서 태교 축제를 2박 3일 일정으로 개최했다. 그리고 사주당전주이씨의 묘소가 있는 경기도 용인에서도 사주당전주이씨를 기리는 여러 기념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공공철학을 주창한 충북대 김태창(金泰昌, 84세) 명예교수는 2017년 3월 31일 동양일보 회의실에서 <활명개신의 인문학을 싹트게 한 200년 전의 청주여성 사주당전주이씨>를 주제로 개최된 동양포럼에서 “사주당 이씨의 ‘태교신기’에 담긴 활명개신(活命開新)의 실학정신=인문정신을 경기도 용인시와 충북 청주시가 각각 독자적으로 현창함으로써 지방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거기에 상호보완적인 연대를 형성하면 또 하나의 지방간·세대간·남녀간 활명개신의 인문학적 발전기지로서의 자리매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2. 윤지당풍천임씨

   윤지당임씨(允摯堂任氏)는 경종 1년인 1721에 원주에서 태어났다. 함흥판관 적(適)의 딸이며, 성주(聖周)의 여동생이다. 남편은 신광유(申光裕)이다.

   총명하고 부지런해 성주로부터 『효경』·『열녀전』·『소학』·사서 등을 배웠고, 여러 형제들과 함께 경전·사서(史書) 등을 강론했는데, 식견이 탁월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어려서부터 효성이 지극하고 인정이 많았으며, 교양과 부덕을 쌓아 한치도 범절에 어긋나는 일이 없었다. 일생 동안 존심양성(存心養性)의 공을 쌓아 나태하거나 방심한 일이 없었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가사를 맡아, 낮에는 부녀자의 일에 진력하고 밤이 깊어서는 소리를 낮추어 책을 읽어 공부하는 티를 내지 않았다. 가족들도 그녀의 학문진취를 알지 못했으나 몰래 쌓은 경전에 대한 조예와 성리학의 이해는 당시의 대학자들에 견주어 손색이 없었다.

   정조 17년인 1793년에 죽은 뒤 유고 40여 편이 수습되었는데, 그 대부분이 경전 연구와 성리설에 관한 논설 및 중국 역대 위인·영웅·학자들에 대한 인물 논평들이다.

  「이기심성설(理氣心性說)」,「인심도심사단칠정설(人心道心四端七情說)」,「예악설(禮樂說)」,「극기복례위인설(克己復禮爲仁說)」,「오도일관설(吾道一貫說)」등의 논문은 조선 후기 성리철학에 대한 높은 이해를 보여주고 있다.

  『대학』 7조와 『중용』 27조에 대한 경의(經義) 2편과「논안자소락(論顔子所樂)」·「안자호학찬(顔子好學贊)」·「심잠(心箴)」·「인잠(忍箴)」·「시습잠(時習箴)」등도 경전에 대한 조예를 보여준다.

   또한 예양(豫讓)·안자(顔子)·자로(子路)·가의(賈誼)·이릉(李陵)·사마광(司馬光)·왕안석(王安石) 등 역사적 인물에 대한 예리한 논평을 남겼다.

   유고는 1796년(정조 20) 동생 정주(靖周)와 시동생 신광우(申光祐)에 의해 『윤지당유고』 1책으로 편집, 부록과 함께 간행되었다.

                                                        3. 정일당진주강씨

   정일당강씨(靜一堂晉州姜氏, 1772-1832)는 1772년 충청도 제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강재수(姜在洙)이고 어머니는 권서응(權瑞應)이다. ‘정일당’은 남편이 부인의 학문과 실천을 귀하게 여겨 지어준 호(號)이다.

  정일당은 스무 살에 충청도 충주에 사는 14세의 선비 윤광연(尹光演·1778~1838)과 혼인했다. 정일당과 남편 모두 양반가 후손이나 가정형편이 좋지 못했다. 그래서 27세 되던 해에 정일당은 남편과 함께 가난을 타개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경기 과천으로 왔다. 이곳에서 남편이 서당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쳤으나 대부분 생계는 본인이 삯바느질 등을 하면서 도맡았다.

  정일당이 본격적으로 학문을 시작한 시점도 과천에서였다. 이곳 삶은 “사흘째 밥을 짓지 못했습니다”라고 할 정도로 녹록지 않았지만 일하는 틈틈이 공부했다. 정일당에게 공부란 가난을 이겨내는 즐거움이자 수신(修身)의 길이었다. 정일당은 하늘이 부여한 성품에는 남녀 구분이 없다는 당찬 생각도 가졌다. 남편에게 “…비록 여자라도 노력하면 성인(聖人)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데 당신 생각은 어떤지요?”하고 물었다.

  정일당의 학업에 도움을 준 사람은 남편이었다. 한집에 살면서도 남편과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본인의 학업 진도를 알리고 질문하고 토론했다. 정일당은 남편의 스승과 교우들에게도 남편 대신 글을 보내 질문했다. 남편 사랑방에 명망 있는 사람들이 찾아와 강론이 열리면 이때 어떤 책을 언급했으며 어떤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지 기록해서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파격적인 시도였다.

  이런 방식으로 틈틈이 해나간 공부는 점점 쌓여갔다. 남편도 의심나는 부분이 있으면 아내에게 물어볼 정도였다. 공부의 성취가 많아지면서 남편 대신 글을 짓기도 했다. 남편이 다른 사람에게서 요청받은 글이 있으나 사정상 짓지 못하면 대신 써주었다. 스스로 “부인의 할 일이 아니어서 사람들이 알까 두렵다”고 하면서도 글을 지었다.

  또한 행여 남편이 나태해지거나 다른 일로 시간을 소비하면 편지를 보내 일깨워 주었다. 당대 대유학자 홍직필(洪直弼·1776~1852)이 지은 정일당의 묘지명에도 “윤광연이 곤궁한 생활 속에서도 학문에 힘썼는데 부인으로부터 얻은 것이 많았다고 한다”고 적혀 있다.

  정일당은 독학으로 꿈을 향해 나아갔다. 아홉 자녀 모두 일찍 죽는 불행 속에서도 공부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정일당은 생전에 30여 권에 이르는 저술을 했으나 이러 저러한 사정으로 잃어버렸다고 한다. 다행히 남편이 남아 있는 글들을 모아 간행한 ‘정일당유고(靜一堂遺稿)’가 오늘날 전하고 있어 다행스럽고 소중하다.

                                                              <참고문헌>

   1. 심량근, “사주당전주이씨(師朱堂全州李氏)”, 한국역대인물 종합정보시스템, 한국학중앙연구원, 2017.11.28.

   2. “윤지당풍천임씨(允摯堂豊川任氏)”, 네이버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2017.11.28.

   3. “강정일당(姜靜一堂) - 조선시대 여성 선비로 살다”, 네이버 인물한국사, 2017.11.28.

   4. 정해은, “강정일당(姜靜一堂)”, 한국여성인물사전 134, 2017.6.16.

   5, 박장미, “그리운 청주인 Ⅳ-사주당 이씨 - 활명개신의 인문학을 싹트게 한 200년 전의 청주여성”, 동양일보, 2017.6.26일자.

                                                                       <필자 약력>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 아호 대산(大山) 또는 청천(靑川), 본관 영산신씨(靈山辛氏) 덕재공파(德齋公派)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 종로구 재동지점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아우내 단오축제』,『흔들리는 영상』(공저시집, 1993),『저 달 속에 슬픔이 있을 줄야』(공저시집, 1997) 등 4권.

.주요 논문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대전시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천안지역 상여제조업체의 현황과 과제”, “한국 노벨문학상 수상조건 심층탐구” 등 90편

.수상 실적 :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회, 통일문학상(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시부문 신인작품상, <문학사랑> · <한비문학> 문학평론 부문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대전 <시도(詩圖)> 동인,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 동양일보 동양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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