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인 이육사의 시는 식민지 극복을 위한 혁명문학

신상구 | 2017.12.07 03:13 | 조회 44 | 추천 0

                                     민족시인 이육사의 시는 식민지 극복을 위한 혁명문학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大山 辛相龜

  이육사와 이상화는 대구가 배출한 한국의 대표적인 민족시인이다. 이육사는 <광야(曠野)>, <청포도(靑葡萄)>, <마돈나>, <나의 침실로> 등 주옥같은 명시를 많이 상재하여 국민 시인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山脈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江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李陸史)의 대표적인 시 <광야(曠野)>는 5연 15행의 자유시이다. 작자의 말년 작품으로 유고로 전하여지다가, 1945년 12월 17일『자유신문』에 동생 이원조(李源朝)에 의하여「꽃」과 함께 발표되었다. 그 뒤 시집에 계속 실려 이육사의 후기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육사시비(陸史詩碑: 안동댐 입구에 세워져 있음)에도 새겨져 있다.
  시적 구성은 과거(1∼3연)·현재(4연)·미래(5연)와 같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 단계로 배열되어 있다. 먼저 과거는 1∼3연까지로, 광야의 형성 과정을 태초에서부터 순차적으로 그 발전단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현재는 흰 눈으로 덮인 암담한 현실적 상황을 극복하고 살아야 한다는 의지를 나타냈고, 미래는 먼 뒷날 반드시 이 광야에 초인(超人)이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에는 까마득한 태초로부터 천고(千古)의 뒤까지 많은 시간이 압축되어 있다. 이런 시간 관념과 마찬가지로, 이 시는 공간 의식도 무한히 확대되어 있다. “모든 산맥들이/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고 한 것과 같이 끝없이 넓은 공간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시간적인 무한성과 공간적인 광막함이 이육사의 시로 하여금 남성적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시간 의식과 공간 의식의 확대는 이육사가 중국 대륙을 내왕하는 동안에 얻어진 체험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인지 모른다. 태초 이래로 ‘끊임없는 광음(光陰)’이 스쳐간 시간의 발자취와 모든 산맥들도 범하지 못한 광고(曠古)하고 순진무구(純眞無垢)한 원형 그대로의 광야인 것이다. 이 시의 핵심은 4연과 5연에 집약되어 있다.
  비록 가난하지만, 시인이 소망하는 ‘노래의 씨’를 뿌려, 그것을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으로 하여금 부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삶을 거부하는 절망적 상황에서도 ‘매화향기’가 있고, 언제인가는 피어날 ‘노래의 씨’가 있어, 그것을 불러줄 초인이 올 때 비로소 우리의 진정한 삶이 실현된다는 것이다.
  이 시는 일제하의 절망적 현실과 고난을 극복하고, 새로운 광명의 세계를 염원하는 의지와 시정신을 기조로 시적 기교의 극치를 보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육사의 시는 식민지 조국의 '피의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사무친 진정성에서 나온 혁명문학이다. 그의 시를 올바로 이해하려면 작품이 쓰인 시대적 상황과 배경을 알아야 한다. 또 한시(漢詩)와 전통에 깊이 뿌리내린 그의 시에는 '시경(詩經)' '주역(周易)' '두시(杜詩)' 등 동양 고전이 녹아 있다."
   중진 한국근현대사 연구자인 도진순(59) 창원대 교수가 이육사(1904~1944)의 주요 시 작품을 해설한 '강철로 된 무지개: 다시 읽는 이육사'(창비)를 펴냈다. 지난해 초부터 발표한 관련 논문을 한데 모으고 총론을 앞에 붙인 이 책은 '청포도' '광야' '절정' 등 육사의 대표작과 '나의 뮤-즈' '꽃', 한시 '만등동산(晩登東山)' '주난흥여(酒暖興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담고 있다.
   한국현대정치사를 전공하면서 '백범일지' 정본화 작업 등에 힘써 온 도진순 교수가 이육사의 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5년 여름이었다. 독립운동가들의 내면세계를 살펴보던 그는 이육사의 시에 대한 그동안의 해석이 어색하고 역사적 사실에 맞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단적인 예가 시 '청포도'의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라는 구절이다.
   "청포를 '벼슬아치가 입던 푸른 도포'라는 사전적 의미로 해석하고 시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석해 왔다. 하지만 중국 한시에서 청포는 비천한 사람이 입는 옷이고 중국에 망명한 우리 독립운동가들이 많이 입었다."
   도 교수는 시의 제목 '청포도(靑葡萄)'는 품종으로서의 '청'포도가 아니라 익기 전의 '풋'포도이며 무르익지 않은 우리 민족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중국 강희자전(康熙字典)의 접두어 '청(靑)'은 우리말 '풋'에 해당한다. 또 그가 기다리던 '손님'은 가장 가까운 혁명 동지였던 윤세주(1901~1942)라고 봤다. 이육사는 함께 의열단에서 활동했던 윤세주를 애틋하게 그렸다.
   퇴계 이황의 14대손(孫)으로 조선일보 대구지국 기자로 활동했던 이육사는 식민지 상황을 고민하다가 의열 투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다시 문필 활동으로 선회했고 시사평론가를 거쳐 '부끄럽지 않은 시 한 편'을 남기는 쪽을 선택했다. 따라서 이육사에게 시작(詩作)은 그가 가장 좋아했던 루쉰과 마찬가지로 '행동'이나 다름없었다.
   "이육사가 순국한 지 70년이 지났지만 그의 시가 물구나무서 있는 듯해 불편했다"는 도진순 교수는 그의 다른 주요 작품에 대한 재해석도 시도했다. 시 '절정(絶頂)'의 마지막 구절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에서 '강철 무지개'는 '죽음 앞에서 초연한 비극적 황홀'로 해석해 왔다. 하지만 도 교수는 '사기(史記)'에 흰 무지개가 해를 침범하는 것이 군주 암살의 상징으로 나오는 점을 들어 '강철 무지개'가 칼의 기세로 일제를 찌르는 것을 상징한다고 해석했다. 시 '광야(曠野)'에서 '광야'는 보통 '넓은 평야'로 이해해서 만주나 랴오둥 지방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도 교수는 녹야(綠野·푸른 들판)였던 고향이 식민지가 된 후 '척박한 땅'으로 변한 것을 가리킨다고 해석했다.
   도진순 교수의 이육사 시 재해석은 "신선하다"는 평가와 아울러 "여러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문학작품을 좁은 틀에 가둔다"는 반응도 나왔다. 도 교수는 "구체적 사실을 밝히는 기본 연구가 진행된 뒤라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진다"며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해석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참고문헌>
   1. 이선민, “육사의 시는 식민지 바꾸려는 혁명문학”, 조선일보, 2017.12.5일자. A23면.
   2. “광야(曠野)”, 네이버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2017.12.7. 
                                                                 <필자 소개>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 아호 대산(大山) 또는 청천(靑川), 본관 영산신씨(靈山辛氏) 덕재공파(德齋公派)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 종로구 재동지점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아우내 단오축제』,『흔들리는 영상』(공저시집, 1993),『저 달 속에 슬픔이 있을 줄야』(공저시집, 1997) 등 4권.  
  .주요 논문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대전시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천안지역 상여제조업체의 현황과 과제”, “한국 노벨문학상 수상조건 심층탐구” 등 90편
  .수상 실적 :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회, 통일문학상(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시부문 신인작품상, <문학사랑> · <한비문학> 문학평론 부문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대전 <시도(詩圖)> 동인,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 동양일보 동양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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