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삶은 無爲’ 현대과학과 老子 같은 답을 찾다

환단스토리 | 2018.10.14 14:26 | 조회 5139

‘최고의 삶은 無爲’ 현대과학과 老子 같은 답을 찾다


문화일보 2018-10-12 




▲  논어의 미자(微子)편에 나오는 자로문진(子路問津)을 표현한 그림. 강을 건널 나루를 묻는 질문에 쟁기를 끌던 장저와 걸익은 흐르는 물처럼 살 것을 말하며 세상을 바꾸려는 공자를 완곡하게 비판한다. 고반 제공



- 애쓰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 / 에드워드 슬링거랜드 지음, 김동환 옮김 / 고반


본능의 작용인 ‘뜨거운 인지’ 

의식의 작용인 ‘차가운 인지’ 

자연스레 연결될때 최대 성과 


도가 사상의 無爲·공자의 德 

애쓰지 않는 자발성이 본질 

인지과학 최근 연구와 맞닿아 



고대 동양의 공자와 노자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현대 서양의 인지과학자들을 만나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대화를 이끄는 사람은 에드워드 슬링거랜드,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중국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아시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학자다. 주제는 자발성, 즉 ‘애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다. 


저자에 따르면, “너무 열심히 애쓰지 않는 것”은 창조성의 온전한 조건이다. 반드시 삼진을 잡으려다 볼넷을 남발하는 투수처럼, 지나친 노력은 때때로 우리를 망친다.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마음을 멈춰 세우고, 마음이 하던 일을 몸이 하도록 하는 것”, 즉 ‘확실한 몰입’이야말로 능력자의 조건이요, 탁월함에 이르는 길이다. 찰리 파커의 충고대로, 훌륭한 연주자가 되려면 “색소폰을 연주하지 말고 색소폰이 당신을 연주하도록” 해야 한다. 필요할 때마다 모든 일을 물 흐르듯 자연스레 행할 수만 있다면,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 마법적 힘이 있어 당신을 “좋아하고 신뢰하며 편안해 하는” 이들이 주변에 몰려든다면, 세상을 구하는 일일지라도 아무 근심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억지로 붙잡으려 하면 행복의 무지개가 저 멀리 도망치듯이, “의식적으로 잡으려고 애쓰면” 이러한 자발성이 눈앞에서 곧바로 사라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사고가 둘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이다. 진화적으로 오래된 “뜨거운 인지”는 빠르고 자동적이고 힘들이지 않아도 작동하는, 대체로 무의식적 사고로 ‘몸의 사고’ 또는 ‘본능의 작용’이라고 부를 만하다. 나중에 나타난 “차가운 인지”는 느리고 유연하고 애를 쓰면 상황에 맞추어 바꾸기 쉬운, 언어적 사고로 ‘마음의 사고’ 또는 ‘의식의 작용’이라고 부를 수 있다.  


둘이 자연스레 연결될 때, 특히 마음이 이해하지 못해도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다. 반대로 차가운 인지가 뜨거운 인지를 억지로 끌어가려 하면 힘이 들뿐더러 결국에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탈이 난다. 가라앉지 않으려 노력하면 수영을 할 수 없고,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면 자전거를 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세상 모든 일은 마음의 힘을 빼고 흐름에 온전히 몸을 맡길수록, 즉 마음먹은 바를 몸이 저절로 행하게 할수록 잘 이루어진다. 이것이 바로 “마음은 몸에 육화되고 몸은 마음에 새겨지는 경지”다. 잘했으면 하는 행동일수록 “생각 없이 생각하기”, 즉 의식적 마음이 멈출 때도 몸이 이를 이어받을 수 있도록 “신체화된 습관”이나 “무언의 기술”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이것이 인지과학이 최근에야 깨달은 것이고, 진화심리학이 오랜 탐구 끝에 알아낸 사실이다. 도가의 언어로는 무위(無爲)요, 유가의 언어로는 덕(德)이다. 엉성하지만 만물을 하나도 놓치지 않는 그물이고, 제자리에 있어도 뭇별들이 우러르는 북극성이다. 현대과학의 에필로그는 동양적 사유의 프롤로그와 맞닿아 있다. 따라서 우리가 물려받은 무위와 덕의 수련은 ‘차가운 인지’와 ‘뜨거운 인지’를 연결하는 방법이고, 지나치게 잘하려는 마음 탓에 오히려 극도의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탈출구가 된다. 


2500년 전에 이미 노자는 “애써 이루려 하지 않아도 성취하는 법”을 찬양했다. 장자는 “소의 살 속으로 나 있는 자연의 길”을 좇아 칼을 움직일 줄 아는 백정 포정처럼 무위의 기술들을 생활에서 찾아낸다. 공자 역시 몸과 마음을 닦아 자연스러움에 이르려 했다. 열다섯에 시작한 탐구의 길은 “예순에 귀가 (성인의 가르침을) 좇아 흐르고,” “일흔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도 법도에 벗어나지 않을 지경”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맹자는 “벼의 싹이 땅을 뚫고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교화를 통해 우리 본성이 드러날 때까지 인내하자고 제안했고, 순자는 춤추는 예인이 춤에서 마음과 형식의 조화에 이르는 것처럼 평생에 걸친 거듭된 훈련을 통해 자연스러움을 획득하자고 가르쳤다. 



이 책에서 말하는 무언의 기술, 즉 자발성은 “자신이 바라는 것을 그대로 행하는 자유”가 아니다. 하늘의 길(天道)을 따르는 일, 즉 나라는 존재를 우주의 큰 질서와 일치시키는 일이다. 인간은 “감지기기를 통해 환경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며, 최고의 합리적 결정을 추정하고 수행하는” 인지기계가 아니다. 우리는 타자들 속에서 태어난다. 우리는 가족과 친구를 포함하는 존재들과 한 몸을 이루어 공동-운명을 살아간다. 공동체와 이어질 때,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인간은 진화해 왔다.  


홀로 만족할 때보다 타인과 교감할 때 우리는 더 많은 행복을 느낀다. 공동체에 스스로 헌신하고 타인의 자발적 동의를 끌어낼 줄 아는 영적 능력이야말로 인류 진화의 핵심비밀이다. 노자와 공자는 춘추전국의 혼란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성찰함으로써 현대과학의 결론을 꿰뚫어 보았다. 우리는 이 책과 함께 무위와 덕을 탐구함으로써 현대문명의 곤경을 해결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439쪽, 2만4000원.  


장은수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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