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신문기사중에서 (2020년9월9일 수)
목차
1.코로나가 밤에만 걸립니까?
2.중국 공산당100주년 앞두고 커지는 반중정서
3.볼턴-야치의 합의 핵협상을 파국으로 내몰다
4.코로나 19확산현황
1.[기자의 시각] 코로나가 밤에만 걸립니까?
최원우 기자
2020.09.09
최원우 사회정책부 기자
“코로나가 낮에는 안 걸리고 밤에만 걸린답니까.”
서울 동작구 작은 상가 단지에서 고깃집을 하는 손모(57)씨는 “19일부터 장사 접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반 토막 나도 참았지만, 정부가 아예 오후 9시 이후 영업을 중단시키자 버틸 여력이 없어졌다고 했다. 손씨는 “차라리 다 같이 영업을 전면 중단시켜서 코로나를 완전히 잡겠다고 하면 희망을 걸겠지만, 지금 같은 식으로는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제멋대로인 거리 두기 방침 때문에 우리만 완전히 망해버렸다”고 했다.
소상공인은 정부 정책에 명확한 원칙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최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이를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코인노래방을 운영한다고 밝힌 글쓴이는 “정부 1차 집합금지 때 코인 노래방은 안 된다고 해서 사람들이 일반 노래방으로 몰려갔고, 지금은 프랜차이즈 카페 안 된다고 해서 개인 카페로 몰려가고 있다”며 “너무 웃기는 것 아니냐”고 했다. 원칙 없는 방역 지침 때문에 한쪽을 막아도 다른 쪽에 사람이 몰리는 ‘풍선효과’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고위험 시설로 분류돼 문을 닫은 PC방 사장 이모씨는 “PC방은 파티션으로 나누어져 있어 오히려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방역 생색내기를 위해 우리를 희생양으로 찍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거리 두기 방침 때문에 고통받는 현 상황이 과거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의 ‘참새 박멸’을 연상케 한다고 했다. 참새가 곡식을 쪼아 먹는 모습만 보고 “해로운 새”라며 박멸을 지시하자, 되레 해충이 늘어 대흉작으로 전 국민이 기근에 시달린 사태에 빗댄 것이다.
이런 자의적인 잣대는 누더기 땜질 대책을 불렀다.
음식점 야간 영업 금지로 사람들이 편의점으로 몰리자, 지자체는 뒤늦게 편의점, 포장마차 취식도 제한하기로 했다. 지난 주말 공원으로 인파가 몰리자 서울 주요 한강공원 오후 출입을 통제하기로 했다. 한 상인은 “모텔에서 모인다고 하면 모텔 영업도 중단시킬 정부”라며 “사람들은 어디선가 계속 부대끼는데, 정부가 코로나 딱지 붙인 업종에서만 곡소리가 난다”고 했다. 그는 “우는 놈 뺨이나 때리지 말지”라며 혀를 찼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공공 데이터 포털에 따르면, 석 달 새 전국에 상가 10만곳이 사라졌다. 대부분이 코로나로 인한 경기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은 것으로 추정된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4명 중 3명이 코로나 때문에 폐업하거나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이 “방역도 필요하지만, 코로나 잡다가 내가 먼저 죽게 생겼다”고 말한다.
고깃집 사장 손씨에게 장사를 그만두면 뭐할 거냐고 물었다. “다른 음식점 종업원으로 들어가고 싶어도 자리가 없다”며 “그래도 죽었다 깨어나도 장사만은 안 할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2.中 공산당 100주년 앞두고 커지는 반중 정서[글로벌 이슈/황인찬]
황인찬 국제부 차장 입력 2020-09-09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밀크티로 건배하는 모습을 그린 한 게시물. 최근 반(反)중, 반독재 운동을 위해 홍콩, 대만, 태국, 인도 사람 등이 연대하자는 ‘밀크티 동맹’의 동참을 촉구하는 이미지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트위터
‘밀크티 동맹(Milk Tea Alliance)’이란 말이 있다. 올해 홍콩, 대만, 태국의 젊은 시위대들이 반(反)독재, 반중 시위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만든 연대다. 이들 국가에서 밀크티가 공통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점에서 따온 이름이기도 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각국 시위대가 밀크티를 들고 승리의 건배를 하는 이미지들이 올라온다.
SNS 시위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8월 16일 태국 방콕에서 새 총선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 집회 시위에 2만 명이 모였다. 2014년 군사 쿠데타로 쁘라윳 짠오차 정권이 들어선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비슷한 시각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의 중앙역 광장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태국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연대 시위였다. “민주주의를 위한 범아시아 동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컸다.
그런데 이런 밀크티 동맹의 타깃이 점차 중국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대만과 홍콩에서 벌어진 반중 시위에 태국 등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중국과 다툼이 있는 필리핀이나 역시 중국과 심각한 국경 분쟁을 겪고 있는 인도에서도 밀크티 동맹 동참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러자 중국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중국 외교부는 “홍콩과 대만의 독립을 원하는 이들은 종종 온라인으로 결탁하고 있다. 하지만 모의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들어 국제사회에서의 반중 정서가 급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중국 우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되면서 중국에 대한 비난이 컸던 바 있다. 중국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우한 현지 조사를 수용했지만 여태껏 조사팀이 우한을 찾지 못해 논란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5월 말 홍콩 국가보안법을 강행 처리한 것에 대한 서방 세계의 반발은 경제 제재 등으로 확전 중이다. 무엇보다 홍콩 민주화 인사들의 생명권, 재산권이 당장 ‘도마 위에 오른 생선’ 처지가 됐다는 우려가 크다.
중국도 반중 정서가 높아지는 상황을 심각하고 보고 있다.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 싱크탱크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전 세계의 반중 정서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못지않게 높아질 수 있다”는 보고서를 최근 중국 최고지도부에 전달했다. “반중 정서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저항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 외교 수뇌부가 바빠지는 모습이다. 양제츠 공산당 중앙외사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지난달 싱가포르와 한국을 찾았고, 왕이 외교부장도 프랑스 독일 등 유럽 5개국을 방문했다. 이어 양제츠 주임은 다시 이달 초 미얀마와 스페인, 그리스를 찾았다. 코로나 사태로 각국의 대면 외교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 외교 랭킹 1, 2위가 광폭 행보를 벌인 셈이다.
그러나 잡음은 여전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 등은 홍콩보안법을 면전에서 문제 삼으며 왕이 부장을 낯 뜨겁게 만들었다. 양제츠 주임이 부산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양국 관계 증진 등 원만한 대외 메시지를 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은 내년 100주년을 맞는다. 중국은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 완성을 자축할 예정이지만 반중 정서가 높은 상황에서는 그들만의 축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중국은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미국에 맞서는 강력한 신중국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런 중국의 야심에 주변국에선 기대 못지않게 우려도 큰 상황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최근 중국 항일 승전 75주년 좌담회에서 “그 누구든 그 어떤 세력이든 중국 공산당의 역사를 왜곡하고 비하하려 한다면 중국 인민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속에 워싱턴을 겨냥한 발언이겠지만 중국 패권주의에 대한 도전 세력은 누구라도 응징하겠다는 말로 읽힌다. 하지만 다른 주권국과의 관계를 힘으로만 찍어 누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럴수록 반중 연대는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중국은 알아야 한다.
황인찬 국제부 차장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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