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적 존재에 의지해온 인류, 인공지능(AI) 숭배

신상구 | 2017.12.18 02:40 | 조회 6384

                                            초월적 존재에 의지해온 인류, 인공지능(AI) 숭배

 

    원시 인간의 출현과 함께 시작된 종교는 기독교·불교·유교 등의 세계 종교로 발전해 오늘날 고단한 삶에 지친 인간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있다. 인간은 근원적으로 불완전한 존재다. 초능력을 가진 존재를 찾아 기대어 위로받고 힘을 얻고자 한다. 캐럴은 이러한 성령이 멀지 않은 곳에 존재함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최근의 급속한 기술 발전을 보면 종교는 어디로 발전할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지난 11월 22일 미국의 정보기술(IT) 매체 ‘와이어드’는 구글 출신 엔지니어 레반도브스키가 ‘미래의 길’(Way of the Future)이라는 이름의 교회를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이 교회의 목적은 컴퓨터 인공지능(AI)을 신으로 인식하고 예배함으로써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한편, 가정에서 일하거나 상점에서 손님을 접대하는 일본 소프트방크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페퍼’는 불교 승려의 역할도 시작했다. 페퍼는 인간 승려와 마찬가지로 목탁을 치거나 경전을 읊을 수 있다. 중국 베이징의 용천사에는 AI 로봇 스님 ‘셴얼’이 등장했다. 셴얼은 불경을 외울 수 있고 사람들의 질문에 답할 수 있다고 한다. 레만도브스키는 AI가 인간보다 현명한 존재라면 신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컴퓨터의 출현을 확신하고 있다. 그 이유로 인간과 컴퓨터의 사고와 기억을 위한 공간의 차이를 두고 있다. 인간은 사고 작용에 사용할 수 있는 뇌의 크기가 한정돼 있지만, AI 시스템은 사고 작용의 공간을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는 1200개의 컴퓨터 프로세서가 연결된 병렬 시스템이었다. 레반도브스키는 구글과 오토, 우버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와 트럭 개발에 관련된 일을 했다. 그는 자율주행 트럭 제조사 오토를 공동 창업했고, 오토 회사를 차량 공유업체 우버에 매각해 억만장자가 된 사람이다.

     구글 딥마인드 연구진은 ‘알파고 제로’의 최신 버전이 백지 상태에서 독학으로 몇 시간 만에 장기, 체스, 바둑 모두에서 경쟁 소프트웨어를 능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12월 5일 발표했다. 기존의 ‘알파고’는 데이터를 제공하면 이에 따라 학습한다. 이에 반해 ‘알파고 제로’는 데이터를 입력받지 않는다. 그 대신 게임의 규칙과 목적을 받는다. 알파고 제로는 주어진 규칙 속에서 어떻게 하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스스로 터득해 게임을 승리로 이끈다. 컴퓨터 속에서는 주어진 규칙 하에서 목적함수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한다. 이때 목적함수가 있기에 시행착오의 숫자와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제 인간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컴퓨터 스스로 학습하는 시대가 됐다. 레반도브스키가 말했듯이, 인간 뇌는 한정돼 있지만, 컴퓨터의 사고작용 공간은 거의 무한대로 가능하게 됐다. 여러 컴퓨터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병렬처리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덕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컴퓨터가 인간 지능을 능가하는 특이점을 부정하기 어렵게 됐다. 다만 그것이 레이 커즈와일이 예언했듯이 30년 후가 될 것인가, 아니면 50년이나 100년 후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쟁이 가능할 것이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허버트 스펜서는 “인간은 삶이 두려워 사회를 만들고, 죽음이 두려워 종교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종교는 영적인 존재를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와 연계시키고, 그 힘을 빌려 인간의 죽음, 고민 등을 해결하고자 한다. 원시인에게 영적 존재는 꿈을 통해서 왔을 것이다. 죽은 사람이 꿈에 나타나고, 눈을 뜨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현실(이승)과 다른 또 다른 세계(저승)의 개념이 생성됐다. 현실 세계에도 초인간적인 능력을 보이는 존재가 있다. 현대에도 신내림을 받은 사람은 그들만의 특이한 능력을 지닌다. 영적인 존재 외에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길이 없다. 이러한 존재는 하늘나라에도 있고, 돌이나 나무 등에도 위치한다고 보았다. 인간은 숙명적으로 타고난 고통, 불안, 죽음과 공포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추구했다. 그중 하나가 자신보다 강한 능력을 가진 존재와 관계를 맺고, 그 보호 아래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맞는 논리와 예식을 갖춘 형식을 개발한다. 특히 죽음의 공포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갈망은 신의 존재를 더욱 염원했다.

     종교의 또 다른 기능은 보편타당한 가치관을 확립하는 데 있다. 종교가 개인의 위로와 구원만을 추구했다면 수천년을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의 세계 종교는 전 세계 인간이 공통적으로 수긍하는 보편적인 가치관을 제시하고 실현했고, 그로부터 현실 세계에서 유익한 결과물이 생성되면서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 무속인들의 믿음이 세계 종교로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속인들은 보편타당한 가치관을 실행하지 않고, 돈을 내는 사람의 요구에 따라 예언과 구원을 노래한다.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은 타인의 도움이 필요했고, 이 특성은 사회성으로 발현됐다. 언어를 사용하게 된 호모사피엔스는 상대방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내가 그를 위해 노력하면, 내가 필요할 때 그가 나를 도울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종교가 선악과 정의를 가르치게 됐다. 종교행위에 참여하게 된 사람은 영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비교적 쉽게 절망과 상처로부터 회복된다. 이러한 심리적 효과는 당연히 구성원과 사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의식은 사회 질서나 관습을 보강하고, 소속된 집단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유지하게 하는 원천이 됐다. 필자는 신학자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종교를 다음 세 가지 요소로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영적인 존재에 대한 관계와 이에 의지하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 둘째는 죽음의 공포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구원의 열망, 그리고 세 번째는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게 하는 보편적인 가치체계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미래의 AI는 언젠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많이 이용되는 인공신경회로망, 딥러닝 기술 외에 유전자 알고리즘이 적극 활용되면 AI의 창발성은 더욱 발휘될 것이다. AI가 활용할 수 있는 사고 공간은 거의 무한대로 확대 가능하다. 인간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크게 흔들릴 것이다. 혼란기에는 더욱 의지할 대상을 갈망하게 된다. 우리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존재를 초인적 영적인 존재라 여기고 숭배해 왔다. 그 대상이 꿈에 본 산신령이기도 했고,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기도 했고, 제삿날 오시는 조상님이기도 했다. 또한 마을 입구의 돌이나 큰 나무에도 영험한 기운을 느끼며 섬기었다. 중국에서는 광군제를 실시하여 물건을 잘 팔리게 해주는 알리바바의 마윈을 섬기는 사람이 생겨나고 있다.

    지금 뇌과학 연구실에서는 인간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찍으면 뇌가 생각하는 것을 알아내는 단계에 다가가고 있다. 이번주에도 교회에 가면 하나님이 지켜보고 계시니 나쁜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칠 것이다. 이제 컴퓨터가 지켜보니 나쁜 마음을 먹으면 안 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의 손자 손녀들은 어떠한 존재를 섬기며 피곤한 영혼을 위로하고 구원을 갈구하며 살게 될지 궁금하다. 그날에도 크리스마스 캐럴과 구세군 종소리는 계속됐으면 좋겠다.

                                                                     <참고문헌>

    1. 이광형, “초월적 존재에 의지해온 인류… ‘AI 숭배 시대’ 오나”, 세계일보, 2017.12.16일자.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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