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천황과 묘족

trienix | 2020.08.17 16:20 | 조회 6952

[클릭! chosun.com] 붉은 악마의 휘장에 있는 도깨비 문양의 정체


2009.05.20 박종인 기자

국가대표 축구 응원단 붉은악마는 언제나 도깨비 문양이 그려진 휘장을 걸고 나온다. 도깨비가 아니라 치우(蚩尤) 천황이다. 최근 중국에 출시한 한국 온라인게임 ‘패온라인’에 나오는 치우천황이 한국계로 묘사되자 중국 네티즌들이 득달같이 일어나 “왜 중국 조상을 한국으로 왜곡하나”고 들끓고 있는 바로 그 치우 천황이다.

치우 천황의 후예를 자처하는 묘족의 상징, 소뼈.

사마천은 사기(史記)에 치우 천황에 대해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치우는 “짐승의 몸으로 말을 하고 구리 머리에 쇠 이마를 했으며 모래를 먹고 칼, 창, 커다란 활 등의 무기를 만들어 위엄이 천하에
떨쳤다(蚩尤竝獸身人語 銅頭鐵額 食沙石子 組立兵仗刀戟大弓 威振天下). 공안국이 말하기를, 구려의 임금을 치우라 불렀다(句黎君號蚩尤).”

구리 머리를 했다함은 청동기로 치장을 했음이요, 쇠 이마를 했다 함은 철기를 사용했음을 가리키는 말로 풀이할 수 있다. ‘구려’는 훗날
고조선과 부여와 고구려의 뿌리가 되는 동이족의 나라다.

그 치우의 용맹이 하늘을 찌를 듯해서 중국의 한족은 치우를 군신(軍神)으로 받들게 되었다. 그런데 왜 붉은악마는? 결론은 “치우 천황은
동이족의 조상이기 때문에”라는 이유다.


중국 하이난성의 민속촌에 있는 묘족의 마을. '치우 부락'이라고 적혀 있다.

2005년에 출간된 중국의 ‘중화 500년 군사 고사’라는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5000년 전후, 중국에는 화하(華夏), 동이(東夷), 묘만(苗蠻) 3개 집단이 있었다. 황하 유역에는 황제의 화하 부족과 염제의 묘만 부족이 핵심이었는데 이들이 연맹을 구성하여 치우의 동이구려(東夷九黎)를 탁록에서 격파했다. 이 전투는 화하족이 중원을 차지하면서 염제와 황제가 중국민족의 선조로 존경받는 계기가 되었다.”

5000년 전 세계대전인 탁록대전에서 한족의 황제와 동이족의 천황이 겨뤄서 황제가 이긴 것이다. 역사는 언제나 승자의 기록이다. 한족이 승리한 중국 대륙에서 치우가 이끄는 동이구려는 도덕적 윤리적으로 열등하고 저급한 족속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래서 사마천은

“치우가 천하를 어지럽혀 황제의 명을 듣지 않으므로 황제는 군사를 제후들을 징집해 탁록(涿鹿)의 야(野)에서 싸워 드디어 치우를 잡아 죽였다” “이래서 제후들이 모두 헌원씨를 높여서 천자로 삼았고 그를 신농씨의 자손에 대신토록 했다. 이 사람이 황제(黃帝)다”

라고 기록했다.

한 학자는 이렇게 논문에 적었다.

“중국에게 탁록지전의 의미는 매우 크다. 탁록 전투에서 황제가 이기지 않았다면, 중화민족은 총령(蔥嶺)으로 이전하여 유목생활하고, 중국 역사는 치우의 역사가 되었을 것이다.”

하(夏)나라 우왕(禹王)이 편찬했다는 ‘산해경’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치우가 군사를 일으켜 황제를 토벌했다. 이에 황제는 치우를 기주의 들에서 공격했다. 치우는 풍백과 우사를 불러 크게 바람을 일으키고 비를 퍼붓게 하였다. 이에 황제는 천녀를 불러 비를 멈추게 하고 마침내 치우를 살해했다.” 반역자 황제를 토벌하다가 치우가 죽었다는 이야기다.

이가 됐건 저가 됐건 전쟁에 능한 치우는 전쟁의 신이 되었다. 그리고 그 치우의 후손 동이족이 만든 나라가 고조선이요, 고구려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붉은악마가 그의 이미지를 차용해 치우를 휘장 문양으로 삼게 된 것이고. 중국 사서가 “포악하다”고 할 정도로 싸움에 능한 인물이었으니 축구 응원에는 최고일 것이고, 그 인물의 뿌리가 바로 동이족이었으니 더할 나위 없이 딱 맞는 ‘캐릭터’가 아닌가. 물론 재야 학계에서는 치우가 고조선의 단군 가운데 한 명이고, 탁록대전에서 일부러 패배한 척하고 평화롭게 나라를 꾸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이난성 민속촌의 묘족. 공연이 끝나면 산발한 머리는 곱게 상투를 튼다.

동이구려족 가운데 동이족은 동쪽으로 갔고, 그 다른 일파가 남쪽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 일파를 묘족(苗族)이라고 한다.


묘족은 중국의 집시라고 불린다. 기원전 아득한 옛날에 정주지를 잃은 이래 대륙을 떠돌면서 살았다. 묘족의 문화에 대해 중국 사서에는 “술과 노래, 춤에 능하며 고통스러울 정도로 여자들이 노동에 종사한다”고 묘사돼 있다. “상투를 트는 민족은 동이와 묘족 밖에 없다”는 기록도 있다. 여성들은 긴 머리를 땋고 둘러 가채머리로 장식했다.

세월이 지나 21세기를 맞은 지금, 묘족은 중국 운남성과 광동성, 귀주에 집단적으로 살고 있다. 지난 주 중국 최남단 하이난(海南)성의 민속촌에서 그 묘족들의 모습을 목격했다.


새장에 갇힌 새처럼 불안하고 서글픈 모습이었지만, 이들 또한 치우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민족이었다. 묘족의 전설에 따르면, 치우천황 셋째 아들이 이끌던 부족은 지금의 장시(江西)성 일대에서 거주했다. 탁록대전에서 아버지 치우천황이 한족에 패하자 셋째 아들은 부족을 이끌고 남쪽으로 이동했다. 대륙을 이리저리 떠돌던 묘족은 심지어 바다 건너 해남성까지 찾아들어 살고 있다. 


 

묘족의 차력 쇼.

산산조각난 유리병 위를 맨발로 걷고, 시뻘겋게 달아오른 쇳조각을 혀로 핥고, 그리고 기름 잔뜩 머금은 입으로 불방망이를 삼키며 불을 내뿜었다. 중국의 여느 소수민족이 가지고 있는 부드럽고 문(文)을 상징하는 내용은 일체 없었다. 마치 치우 천황을 묘사한 그대로, “모래를 먹고 칼, 창, 커다란 활 등의 무기를 휘두르는” 흉포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모습에 한국 관광객들이 묘한 일체감을 느끼는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산발한 머리를 곱게 묶어 상투를 트는 남정네들에게 정을 느꼈고, 똑같은 산발을 올려서 가채머리처럼 고운 장식으로 마무리 짓는 여인들에게 더한 정을 느꼈다.

묘족이 기록한 치우만가(蚩尤挽歌)는 아래와 같다.


千古奇才横空贤 천고의 세월 영웅 치우천왕은
可堪并论炎黄间 염제와 황제와 더불어 이야기 하리
五兵刑法君始点 다섯 무기와 형과 법이 치우로 시작했으니
九黎生气冲云
天 구리 백성 사기는 하늘을 찌르고 남는도다

席卷中原华夏联 염제와 황제를 누르고 중원을 석권하니
血染江河五千年 5000년 강물을 피로 물들였네
英名不因涿鹿败 영웅의 이름이 탁록 패전으로 말미암지 않으니
老黑石山百花鲜 흑석산 온갖 꽃들 여전히 붉네


해마다 음력 10월이면 묘족은 치우 제사를 지낸다. 탁록대전에서 승리한 한족은 중원을 차지했다. 패배한 동이족과 묘족은 중원에서 쫓겨나 반도와 남쪽 산록에서 살고 있다. 해남도에서 만난 묘족은, 하지만, 여전히 치우의 기세를 유전하여 여타 중국 소수민족과 다른 문화를 보존하며 살고 있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5/20/200905200007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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