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 일군 '참치왕' 김재철, KAIST에 500억 기부

신상구 | 2020.12.18 03:18 | 조회 3506


                                                                  동원 일군 '참치왕' 김재철, KAIST에 500억 기부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16일 KAIST 대전 본원에서 500억원을 기부하며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85)은 16일 KAIST 대전 본원에서 500억원을 기부하며 "대항해 시대에서 바다를 지배하는 국가가 세상을 지배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인공지능(AI)을 잡는 국가가 패권을 잡을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과거 1~3차 산업혁명을 모두 아우르는 변화가 바로 AI 물결"이라며 "KAIST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바다를 항해할 AI 선두 주자를 키워달라"고 기부 의사를 밝혔다.

​   김 회장은 세계지적재산기구(WIPO) AI 특허 출원 통계를 언급하며 미국·중국·일본에 비해 한국의 실적이 저조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선진국이 AI 특허를 앞다퉈 확보하려는 건 패권을 쥐기 위한 것"이라면서 "KAIST가 세계적인 AI 교수를 영입하고 석·박사생을 대폭 늘려 세계적 메카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   KAIST는 김 회장 뜻에 따라 기부금 전액을 AI 분야 인재 양성과 연구에 활용할 방침이다. 김 회장 뜻을 기리기 위해 AI 대학원 명칭을 '김재철 AI 대학원'으로 조정하고, 2030년까지 전임 교수를 40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KAIST AI 대학원 전임 교수는 13명이다. 여기에 서울 양재에 AI 대학원을 거점화하고 대전과 융합 연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 11남매 맏이, 바다 헤쳐 '동원' 일구다

​   김 회장은 1935년 11남매 맏이로 태어났다. 태어난 시점이 일제 치하였고 곧이어 6·25 전쟁을 겪었다. 가난한 나라의 11남매 장남. 책임감과 국가관(國家觀) 없이 살 수 없는 삶이었다. 김재철 평전(공병호 著)을 보면 그는 청장년기 수십 년 동안 매년 초 종이를 구입해 맨 앞장 여백에 문장을 적었다고 한다. "인생의 무게는 무거울수록 좋다. 그것으로 사람은 성장하니까."

​   그는 어려움을 성장 계기로 삼았다. 이 가치관은 대학 진로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 회장은 농업고등학교를 다니며 장학금을 받고 서울대 농대에 입학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시 담임 교사가 "삼면인 우리나라가 1등 국가가 되고 안 되고는 젊은이들이 바다 개척에 뛰어드느냐 마느냐에 달렸다"는 말 한마디에 진로를 급선회했다. 그가 택한 길은 항해사. 국가를 키워보자는 일념으로 부산수산대에 입학했다. 졸업을 앞둔 시점에는 남태평양 사모아 어장 참치 연승업에 젊음을 걸기로 한다. 그 선택이 삶을 바꿨다.

​   그는 20대와 30대 초반에 걸쳐 남태평양과 인도양에서 배를 탔다. 극도의 가난이 지배하던 시기 국가를 일궈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바다를 헤쳐나간 것이다. 그의 오랜 노력 끝에 동원그룹은 참치 어획량과 참치 가공 부문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위기와 도전을 반복하며 4500t급 공모선(船)을 진수시키고 금융업까지 영역을 넓혔다.

김재철 회장이 70년대 당시 배를 탔던 모습. [사진=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은 1979년 동원육영재단을 설립했다. 사진은 그가 재단 직원들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 [사진=동원그룹]

◆ 가난한 나라의 기업가, 과학기술로 부국강병 꿈

   김 회장은 1969년 동원산업을 설립하고 10년 뒤 1979년 동원육영재단을 만들어 인재 육성에도 힘썼다. 지금까지 지원 받은 학생은 6000여 명 가량이다. 그는 당시 재단 발족 배경에 대해 "우리나라를 잘 살도록 해야겠는데 국토는 작고 자원은 없더라"며 "그러나 사람이 우수했기 때문에 사람을 길러야겠다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지원했다"고 돌아봤다.

​   KAIST에 500억원 기부 과정에는 동원육영재단 지원을 받은 KAIST 교수가 중간 다리가 됐다. 이지환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서울대 석사 2년 동안 동원육영재단으로부터 학비를 전액 지원받았다. 그때부터 동원그룹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왔고, 이번 기부에 매개가 됐다.

​   김재철 평전에 따르면 그는 매일 세 가지를 되뇌였다고 한다. "사업으로 나라에 기여한다" "어떻게 하면 나라가 더 잘 될 수 있을까" "내가 미력하나마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라는 주문이다. 그는 이런 고민 끝에 사업을 일구고 수 백억원을 기부했다. 특히 KAIST에 500억원을 기부하며 국가 미래는 AI에 달렸다며 인재 육성을 주문했다.

​   김 회장은 이날 "젊은 시절엔 세계의 푸른 바다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찾았지만, AI 시대에는 데이터의 바다에 새로운 미래가 있을 것"이라며 "오늘 이 자리는 대한민국이 데이터 대항해 시대의 리더로 도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탁지훈 KAIST AI 대학원 박사과정생은 이날 "이번 기부를 통해 누군가 AI 연구를 믿어주고 응원해준다는 걸 느낀다"며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신다면 학생들도 개척 정신으로 세계적 AI 연구자가 되어 연구를 선도하겠다"고 감사의 의미를 밝혔다. 신성철 KAIST 총장도 "과학기술 발전과 AI 발전을 위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몸소 실천하신 것에 경의를 표한다"며 "KAIST의 역할과 임무에 대한 사명감을 항상 마음에 새기도록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   이와는 별개로 KAIST AI 대학원이 서울 양재로 터를 이동하기로 해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아래는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과 일문일답.

KAIST는 16일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500억원이 AI 발전에 쓰일 수 있도록 기부 약정식을 개최했다. 신성철 KAIST 총장과 김재철 회장이 문서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인한 기자]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1935년 태어나 배 한척으로 동원그룹을 참치 어획량과 참치 가공 부문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만들었다. [사진=김인한 기자]


         Q. 평생 사업해 일군 사재를 털어 기부하셨는데, 소회를 말씀해달라.

​   비교적 젊은 날에 해외로 나갔다. 그때는 우리나라 국민소득 100불 시대였다. 가난했다. 정말 알려지지 않은 나라여서 외국에서 괄시(恝視)를 받았다. 그때 느낀 건 '우리가 왜 이렇게 가난해서 인간 취급을 못 받나' 생각했다. 집을 나가면 집 생각이 나듯 외국에서 국가를 생각했다. 당시 우리나라를 잘 살도록 해야겠는데, 국토는 작고 자원은 없더라. 그러나 사람이 우수했기 때문에 사람 기르는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회사를 1969년 시작했다. 10년 뒤 동원육영재단을 만들어서 학생들을 지원했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가 잘 되도록 역량이 있는 만큼 늘 해왔다. 작은 사재라도 뜻 있는 곳에 써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큰 돈은 아니지만 이번 기부가 AI를 일으키는 불씨가 된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부를 결심했다.

        Q. 우리나라 기부 문화나 제도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하신다면.

​    우리나라 기부 문화는 양면이 있다. 아직도 돈 있는 사람이 기부하는 걸 순수하게 못 보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 기부를 악용했던 사례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부 과정에 제도적 어려움이 있다. 저는 사재니깐 큰 제약을 안 받는다. 하지만 정부가 융통성있게 대처해준다면 아마 기부금이 훨씬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가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다.

        Q. KAIST, AI에 기부하신 의미나 취지를 다시 말씀해달라.

​    AI를 알아보려고 외국 서적을 탐독하고 많은 사람을 접촉했다. 그러면서 내린 결론은 AI가 단독 학문이 아니라 융합 학문이라는 것이다. 융합은 아무나 할 수 있나. 우수 연구진과 산업계 협력이 중요하다. 가능한 많은 융합이 필요하다. 최근 중국에서도 AI 연구소를 세우면서 융합을 강조하고 있다. AI는 융합이기 때문에 KAIST는 이를 잘 할 수 있는 곳이다. 우수 교수진이 있고 학생들 열정이 있고 융통성이 있다. 그래서 KAIST가 최적이라고 생각했다.

       Q. AI 관련 여러 책을 탐독하셨다고 했는데 책 이름은 무엇인지, 추가로 500억은 어떤 형태로 기부할 예정인가.

​    AI 관련해선 2년 전부터 외국 서적을 번역해서 읽었다. 책 이름들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과거에 AI는 단순히 엔지니어 쪽 이과 계통으로 봤지만 현대 사회에선 폭넓게 인문과 사회가 다 관계돼 있다. 한가지 전문 분야보다는 학제간 시너지 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기부금 500억원은 현금으로 전달할 생각이다.

      Q. AI 대학원 서울 이전이 회장 뜻이신지.

​    세계적인 KAIST가 되려면 폭넓게 거점을 마련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AI는 융합 학문이기 때문에 AI 대학원이 별도로 존속하는 것이 아니다. KAIST가 거점을 마련했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AI 뿐만 아니라 연구와 현장 간 교류를 위한. 서울에 AI 거점을 갖는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참고문헌> 

​     1. HelloDD, 동원 일군 '참치왕' 김재철, KAIST에 500억 기부, 2020.12.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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