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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 부주석 김규식 타계 70주기를 기념하며

신상구 | 2020.12.11 03:12 | 조회 3790
심지연 교수는 "좌우합작이나 남북협상을 반(반)이승만으로 이용하는 건 지나친 운동권 논리"라고 했다. 
심지연 교수는 "좌우합작이나 남북협상을 반(반)이승만으로 이용하는 건 지나친 운동권 논리"라고 했다.

한국정치사 연구자인 심지연(72) 경남대 명예교수가 우사(尤史) 김규식(1881~1950) 타계 70주기를 맞아 우사 전집(총 5권)을 증보했다며 연락했다. “우사는 6·25 때 인민군에 납북당해 평북 만포진 별오리에서 돌아가셨다. 10일이 타계 70주기인데 코로나 때문에 추도식 대신 몇 사람만 모이기로 했다.” 착잡해 보였다.

망명 당시 서른 초반이었던 우사 김규식은 환갑을 훌쩍 넘긴 1945년 11월 23일에야 대한민국 임시정부 부주석으로 고국 땅을 밟았다. 미국 로노크 대학을 나온 엘리트 지식인이었지만 중국, 소련, 몽골, 프랑스, 미국을 떠돌며 조국 독립에 일생을 바쳤다. 우사는 해방 이듬해 다섯 살 아래 여운형과 좌우합작을 이끌었고 1948년 4월 백범 김구와 함께 남북협상 주역이었다.

–좌우합작과 남북협상은 당시에도 논란거리였다.

“우사는 미·소가 대립하고 좌우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분단을 막기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당시엔 실패했어도 오늘날은 교훈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우사는 좌우합작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을까.

“그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좌우합작은 미국의 정책이었고 이승만도 우사에게 적극 나서달라고 권유했다. 통일 정부 수립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일부 현대사 연구자들은 이승만을 비판하기 위해 좌우합작과 남북 협상을 치켜세운다. 이승만 때문에 통일 정부 수립이 안 되고 분단이 이뤄진 것처럼 얘기한다.

“그건 오버한 것이다. 이승만이 문제가 아니라 스탈린과 김일성의 생각이 전혀 달랐다. 민족 전체 이익을 위해 우리가 뭔가를 해야 했다는 차원에서 좌우합작을 봐야 한다.”

한국 현대사 권위자인 이정식 미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는 2006년 낸 책 ‘대한민국의 기원’에 이렇게 썼다. ‘이승만이 우사를 찾아와 좌우합작운동에 나서줄 것을 종용했을 때, ”나는 능력도 없고 자신도 없으며, 또 되지 않을 것도 알고 있다”고 한 것으로 보아 그는 처음부터 좌우합작에 대해 크게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김규식은 독립 정부를 세우기 위해 자신의 존재와 경력과 모든 것을 희생하겠다는 생각으로 좌우합작운동에 참여했다.’ 당초 중립적 입장을 취한 박헌영은 1946년 7월 북에 다녀온 뒤 소련 군정 실력자인 슈티코프 지령을 받고 좌우합작을 반대했다.

김규식은 임시정부 외무총장으로 임정 초대 대통령이던 이승만과 함께 독립 외교 활동을 펼쳤다.
김규식은 임시정부 외무총장으로 임정 초대 대통령이던 이승만과 함께 독립 외교 활동을 펼쳤다.

–작년 초 KBS TV는 “이승만은 미국의 괴뢰, 국립묘지에서 파내야 한다”는 김용옥 교수 강의를 내보냈다. 이 정부는 작년 임시정부 100년을 기념하면서도 초대 대통령을 지낸 이승만은 깔아뭉갰다.

“김용옥 교수는 이 정부의 아이콘 같다. 입맛에 맞게 역사를 재단하는 건 있을 수 없다. 있던 역사를 어떻게 없앨 수 있나. 좌우합작이나 남북협상은 결국 소련과 김일성의 반대와 방해 때문에 좌절된 것이지 이승만에게 책임을 씌우는 건 지나친 운동권 논리다.”

–이 정부 사람들은 이승만을 왜 그렇게 미워할까.

“지지 세력을 모으는 기제로 활용하는 것 같다. 이 정부 지지 세력 일부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정통성이 북(北)에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좌우합작은 그렇다 쳐도 남북협상은 북한 정권 수립을 위한 들러리로 이용당한 것 아닌가.

“우사는 1922년 모스크바 극동피압박민족대회에 대표로도 참석한 적 있어 공산당 실체를 알았다. 남북협상에 참여할 때도 김일성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5개 원칙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북에 이용당할 연석 회의엔 참석하지 않고, 김일성·김두봉과의 요인 회담에만 나갔다. 돌아온 후에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반대하지 않았다.”

–좌우합작, 남북협상을 지금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외세에 의해 분단을 자체 노력으로 막아야겠다는 시도로 봐야 하지 않을까. 스탈린은 소련이 점령한 북한에 공산 정권을 세우겠다는 생각이 분명했고, 미국은 소련 뜻대로 한반도 전체를 내줄 순 없다고 판단했다. 우리가 좌우로 분열되지 않았다면, 그렇게 쉽게 분단되진 않았을 텐데….”

–김규식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우사는 중도 우파의 대표적 인물이자 보수의 중요한 인적 자산이다. 보수의 스펙트럼을 넓히려면 통합에 일생을 바친 우사를 적극적으로 껴안아야 한다.”

                                                                                     <참고문헌>

    1. 김기철, "좌우합작은 이승만이 권유...김규식도 정부 수립 반대 안 했다.", 조선일보, 2020.12.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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