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 김경희 은명내과 원장의 선행

신상구 | 2020.11.08 21:36 | 조회 3512


                                                               상계동 김경희 은명내과 원장의 선행                                              

 

   김형석 철학박사가 20대였을 때는 슈바이처를 모르는 대학생이나 젊은이는 없었다. 그의 자서전 ‘나의 생애와 사상’을 읽으면서 큰 감동과 깨우침을 받았다. 한국에도 우리가 모르는 슈바이처 추모 제자가 많다. 장기려(1911~1995) 박사나 목사이면서 의사가 되어 슈바이처를 직접 도왔던 이일선(1922~1995)만이 아니다. 내가 ‘백세일기’에 소개한 대구의 B여의사와 그의 친구들이 모두 그랬다. 그 당시 의대 학생이나 뜻이 있는 젊은 의사들은 모두가 슈바이처를 성인같이 추모했다.

​   지난 달 10월 24일 조간신문에 ‘상계동 슈바이처’라는 의사가 소개되었다. 서민들이 사는 서울 수락산 자락 상계동에 ‘은명내과’가 생겼다. 36년 전 일이다. 처음에는 무료였는데 1년 후부터는 모든 환자에게 1000원씩 진료비를 받았다. 자존심에 공짜라는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김경희 원장은 개원 이전까지는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찾아다니며 무료 봉사를 했다. 1996년에는 50억원이 넘는 재산을 모교인 세브란스에 기증했다. ‘재산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를 위해 관리 책임을 맡았을 뿐’이라는 생각에서다. 금년에 100세를 채우고 그는 세상을 떠났다.

​   알베르트 슈바이처(1875~1965)는 독일이 낳은 수재였다. 24세에 철학 박사, 이듬해에 신학 박사가 되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파이프오르간 연주자이다. 그러던 그가 아프리카에는 의사가 없어 수많은 환자가 버림받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만일 내가 예수의 마음을 가졌다면 그들을 외면할 수 있을까’ 하는 고뇌에 빠졌다. 30세를 맞이하는 젊은 나이였다. 그는 의사가 되어 아프리카로 가기로 결심했다. 대학에서 강의하던 교수는 의과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교수직을 사직했다. 대학은 그의 강의가 소중했기 때문에 교수가 학생이 될 수 없는 규정에도 야간 의과를 선택하도록 허락했다. 의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교수직을 떠날 때는 자신의 강의실에 햇살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눈물을 삼켰다는 고백을 했다. 그는 뜻을 같이하는 간호사와 결혼하고 재정적 도움도 없이 병원을 세우고 의료 봉사를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윤리학적 저서를 남겼고 초창기에는 널판에 오르간 건반을 그려놓고 연주 연습에도 열중했다.

   1952년에는 노벨평화상으로 받은 상금으로 한센병동을 추가로 세웠다. 마지막으로 유럽에 갔을 때는 레코드 회사들이 그의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녹음했다. 나도 그 연주를 들은 적이 있다. 90을 넘기면서 프랑스의 친구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가 도착하기 전에 나는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습니다. 슬퍼하지 마십시오. 60년간 환자들을 위해 바친 것보다 더 보람된 인생은 없을 겁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의 하나뿐인 따님이 한국에 다녀간 적이 있다. 슈바이처를 애모하는 사람들이 환영 모임을 열었다. 따님은 ‘아버지는 무에서 유를 만들기 위해 안 한 일이 없고, 잠자는 것을 본 기억이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실용적 가치가 팽배한 시대일수록 인간애의 정신이 아쉬워지는 세상이다.

                                                                               <참고문헌>

​    1. 김형석, " 상계동 슈바이처’의 訃告를 접하고", 조선일보, 2020.11.7일자.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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