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인구절벽 막을 해법

신상구 | 2020.10.31 01:59 | 조회 2975


                                                                         대한민국의 인구절벽 막을 해법


    초(超)저출산 때문에 난리다. 작년 우리나라에서는 약 30만명이 태어났다. 서울시에서는 약 5만4000명이 태어났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이 약 6만7000명을 수용한다는데, 그곳을 채울 만큼도 안 된다. 서울과 맞닿아 있어 그동안 젊은 사람이 많이 사는 곳으로 알려진 안양시에서는 작년에 3830명이 태어났다. 올해 안양시에서 초등학교에 진학한 학생이 약 4800명이니, 7년 뒤 안양시 초등학교들은 입학생 수가 ‘잘해야’ 올해의 80% 정도일 것이다. 왜 ‘잘해야’ 그 정도인가 하면 아이가 줄어든 지역에서는 영·유아 보육과 교육 환경이 나빠지는 것이 일반적이라, 안양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초등학교도 안양에서 갈 거라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도권도 이러한데, 아이도 적게 태어나고 태어난 아이들마저 이사해 나가는 지방은 말할 것도 없다.
                                                                                1.  왜 초저출산인가
   지금 62세인 58년생 개띠들은 약 100만명이 태어났다. 이후 현재 46세인 1974년생들이 태어날 때까지 매년 95만~105만명이 태어났다. 그들이 바로 베이비부머다. 올해 38세인 82년생은 85만명, 29세인 91년생은 71만명이 태어났다. 새로운 세기라는 사회적 기대감 속에 태어난 즈믄둥이 2000년생은 64만명, 월드컵 베이비라고 하던 2003년생이 49만5000명가량 태어났다. 2016년까지 40만명대로 유지되던 출생아 수가 2017년 36만명이 되더니 2019년 3년 만에 30만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급기야 많아야 28만명 정도 태어날 예정이다. ‘코로나 때문인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 아이들은 지난 열 달간 엄마 배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이다. 코로나의 영향은 내년에 나타난다.

조선일보

                              전국 기초자치단체 출산율과 인구밀도 상관관계



    보통 부모 자식 간 연령 차가 30세 안팎이니, 91년생 71만명과 2020년생 28만명을 비교하면, 한 세대 만에 출생아 수가 61%나 줄었다. 한 세대 간 인구 차이가 이렇게 나는 경우는 전쟁 상황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은 인류가 존재하면서부터 지구 어디에서나 지속되어 온 본능이다. 이 강력한 본능이 발현되지 못하는 곳이 현재 우리나라니, 사회 어딘가가 매우 아픈 상황임이 분명하다. 저출산을 넘어 초저출산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2. 사람이 줄면 축복 아닐까
    많은 사람은 초저출산으로 매년 태어나는 아이가 크게 감소하는 현상을 걱정한다. 시장은 사람들로 구성되는데 인구가 줄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염려다. 산부인과나 어린이집, 그리고 일부 사교육 시장은 이미 초토화한 지 오래다. 지방 대학들은 내년부터 입학생이 줄어 대학 운영 자체가 힘들어져 교수 충원마저 버거워할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 박사가 되어도 갈 교수 자리가 없다. 연금 제도는 일하는 동안 기여분을 내고 은퇴한 뒤에 일하는 사람들이 내는 기여분으로 자기 연금을 받게 되어 있는데, 한 세대 만에 기여해 줄 사람이 절반을 넘어 61% 줄어들면 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이 의심된다. 이렇게 보면 거의 20년째 지속되고 있는 초저출산 상황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다른 의견을 가진 이도 적지 않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은 지옥철이 된 지 오래고, 요즘에야 코로나19로 사람이 좀 적어 보이지만 백화점이든, 한강 공원이든, 놀이동산이든 어딜 가나 사람이 그득그득하다. 학교에서는 교사 한 명이 담당할 학생 수가 줄어들면 교육 질이 더 좋아질 것 같고, 대학 입시 경쟁률도 낮아져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양한 환경 문제도 결국 사람이 너무 많아서 생긴 일 아닐까?
    초저출산을 위기로 보는 사람 중에는 우리나라의 경제와 사회 발전을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껴온 사람이 많다. 그 과정에서 인구는 항상 늘어났기 때문에, 초저출산으로 인구 절벽이 생긴다니 성장과 발전이 멎을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반면 상대적으로 연령이 낮아 이미 경제와 사회가 발전한 뒤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은 초저출산으로 사람이 줄어야 오히려 삶의 질이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발전한 사회고 인구도 많으니 초저출산으로 사람이 줄면 사회에 여유가 좀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다.
                                                                        3.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초저출산에 대한 두 가지 인식 중 누가 맞고 누가 틀린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모두 본인들의 경험 위에서 생긴 관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구학의 눈으로 볼 때, 현재 우리나라의 초저출산은 정상이라 보기 어렵다. 단순히 사람 수가 줄기 때문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매년 태어나는 아이가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과, 거의 20년 동안 초저출산이 계속되도록 만든 근본 원인이 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것 때문에 인구학은 초저출산을 문제로 인식한다.
    인구는 끊임없이 변동한다. 역사 속에서 태어나는 아이가 늘어날 때도 있었고 줄어들 때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초저출산으로 애가 적게 태어나는 것 자체를 문제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도 한 세대 만에 태어나는 아이가 61%나 줄어든 적은 찾기가 어렵다. 사회에는 각종 제도와 산업, 시장 등 다양한 요소가 있는데, 이 요소들은 어느 정도의 인구 변동에도 큰 어려움 없이 작동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인구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갑자기 줄거나 늘어나는데 그것도 오랫동안 지속되면 그 요소들이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기가 어려워진다. 기존 질서가 작동하지 않으면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4. 초저출산 극복은 가능할까
    우리나라 초저출산의 근본 원인이 바로 갈수록 심해져만 가고 있는 (청년) 인구와 자원의 수도권 집중이다. 우리가 정말로 초저출산을 극복하고자 한다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정책을 반드시 마련하여 추진해야 한다. 얼마 전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와 경북을 통합한 행정구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이 통합하여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메가시티를 건설해야 한다며 청사진을 발표했다. 물론 행정구역이 통합된 메가시티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정부나 지자체장의 의지나 예산 때문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인구 정책은 중앙에서는 대통령의 임기, 지방에서는 지자체장 임기에 따라 바뀌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구와 자원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해야 하고, 이것은 수년 내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거시적으로 설계하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해야 달성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려면 인구 정책이 지역과, 당파, 그리고 정치색에 따라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수도권에 집중된 자원을 분산하기 위해 혁신 도시 사업을 진행했다. 시도는 좋았지만 정치적 결정에 따라 계획이 바뀌어 결국 크지도 않았던 자원(공공 기업)을 지자체 10곳에 분산했다. 그 결과 혁신 도시들은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를 내지 못했고 초저출산은 계속되었다.
                                                                       5. 앞으로 10년 마지막 남은 기회
    이제는 시행착오를 감내해줄 여력이 없다. 지방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 인구 감소가 시작되었고, 특히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이 시간이 갈수록 더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기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앞으로 10년간은 인구가 줄긴 줄지만 크게 줄지 않을 것이고 대다수 베이비부머가 여전히 경제활동을 할 것이어서 초저출산이 만들어 낼 경제 사회적 여파를 그래도 상쇄할 여력이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10년이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다. 인구 정책만큼은 당을 떠나 국민의 미래를 생각하며 접근해야 한다. 행정구역 통합이든 메가시티든 초당적으로 접근하고, 우리 지역 우선주의를 벗어나 협의해야만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궁극적으로 초저출산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논의는 한 가지 주된 관점보다는 다양한 관점에서 융합적으로 해야 한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은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행될 텐데, 과학과 기술의 발전 역시 수도권 인구 집중을 완화하고 초저출산을 극복하는 데 기여하는 방향으로 기획해야 할 것이다.
    10년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 부족한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를 생각해 보자. 1980년부터 1990년까지 우리는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였으며, 2010년부터 현재까지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가? 10년은 절대 짧지 않다. 우리의 잠재력에 기대를 걸어보자.
                                                                              6. 인구밀도와 출산율
    한국 25~34세 인구 56%가 수도권에 몰려 경쟁 치열… 생존 본능이 재생산 본능 눌러
    제한된 공간이 있는데 사람들이 몰려들어 ‘밀도’가 높아진다고 가정해보자. 공간이 제한적이니 쓸 수 있는 자원의 양도 한정되고 사람들 사이 경쟁이 심화한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 절대 사라지지 않는 두 가지 기본적인 본능이 있는데, 생존 본능과 재생산 본능이다. 밀도가 높아 사람들 사이 경쟁이 심하면 사람들은 이 두 가지 본능 중 뭘 선택할까? 당연히 생존 본능이다. 밀도가 내려가고 경쟁이 좀 완화되면 재생산 본능도 발현되겠지만, 밀도가 계속 높아지면 재생산 본능을 발현시킬 수 있는 사람은 자원이 있는 소수로 한정된다. 이 밀도와 출산 간 관계 이론을 우리나라에 적용해보자. 현재 우리나라에는 5000만명이 살고 있는데 서울, 경기, 인천, 즉 수도권에 50%가 몰려 살고 있다. 과거에도 수도권 인구 집중은 있었다. 하지만 50%를 돌파한 건 처음이다. 그런데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은 더 심각해서 25~34세는 56%나 된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잡거나 거주지를 찾기 위해 필연적으로 경쟁해야 하는데, 수도권 경쟁은 해가 갈수록 심해졌다. 도시국가도 아니고 국토에 사막처럼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전 국민의 50%, 혹은 청년 인구의 56%가 특정 지역에 몰려 사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수십 년간 국가의 자원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방에는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자원의 절대적인 양이 부족하다. 일자리는 물론이고 놀고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하다.
    인구밀도가 낮아도 사용할 자원이 부족하여 지방에서 경쟁도 수도권에 못지않다. 게다가 모두가 서울 혹은 수도권을 동경하니 지방에 남은 청년들 마음은 불안하다. 하루라도 빨리 수도권으로 가야만 할 것 같다. 물리적인 밀도가 낮아도 지방 청년들 심리적 긴장감은 높다. 수십 년간 진행된 인구와 자원의 수도권 집중과 수도권을 가야만 성공했다고 여겨온 획일화된 가치관이 우리나라의 초저출산 현상을 낳은 근본이다.
                                                                                         <참고문헌>
     1. 조영태, "흩어져야 낳는다… 수도권 인구집중이 부른 초저출산 한국", 조선일보, 2020.10.30일자. A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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