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승려 초상 조각상​인 '건칠 희랑대사 좌상’ 국보 99호로 지정

신상구 | 2020.09.03 19:50 | 조회 5878

       

                                     국내 유일의 승려 초상 조각상​인 '건칠 희랑대사 좌상’ 국보 99호로 지정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의 정면 모습


    길고 야윈 얼굴에 이마 주름살 세 줄, 깊게 파인 인중….  1100년 전 실존했던 고려시대 고승(高僧)의 모습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한 조각상이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은 국내 현존하는 유일한 승려 초상 조각상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을 국보로 지정예고한다고 2020년 9월 2일 밝혔다.

                                                                                            합천 해인사


    태조 왕건의 스승인 희랑대사(希朗大師)가 앉아 있는 모습을 조각한 것으로, 고려 10세기 전반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 82.4㎝. 눈매는 자비롭고, 얇게 다문 입가의 미소에서 내면의 인품까지 느껴진다. 특이하게도 가슴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해인사 설화에는 이 흉혈(胸穴)이 희랑대사가 다른 스님들의 수행 정진을 돕기 위해 직접 구멍을 뚫어 모기에게 피를 보신한 흔적이라고 전한다. 그래서 희랑대사의 별칭이 ‘흉혈국인(胸穴國人·가슴에 구멍이 있는 사람)’. 하지만 박수희 문화재청 학예연구관은 “가슴이나 정수리에 구멍이 있는 승려의 형상은 보통 신통력을 상징한다”고 했다.

희랑대사상의 얼굴 부분. 이마 주름살 세 줄에 깊게 파인 인중, 눈매와 입가 미소를 사실적으로 표현해 스님의 내면까지 느껴진다.

    동시대 중국과 일본에선 입적한 고승에 대한 추모와 숭앙의 의미로 고승 조각상을 활발히 제작했다. 일본 나라(奈良)의 고찰 도쇼다이지(唐招提寺)에 남아 있는 당나라 감진 스님(鑑眞·688~763)의 초상 조각이 대표적이다.

     일본 나라(奈良)의 고찰 도쇼다이지(唐招提寺) 당나라 감진 스님(鑑眞·688~763)의 초상 조각(일본 국보)

     “깊고 따뜻한 고승의 혼이 그대로 나타난 것처럼 아름답다”(일본 근대 조각사의 거장 다카무라 고타로) 하여 일본 국보로 지정됐다.

                              희랑대사상의 옆얼굴. 이마의 주름과 야윈 턱선, 깊이 파인 인중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반면 우리나라엔 승려상의 유례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애초 만들지 않았을까. ‘삼국유사’엔 원효대사 열반 후에 아들 설총이 원효의 소상(진흙을 빚어 만든 상)을 모시고 예배 드리자 소상이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는 기록이 전한다.

전문가들은 “우리도 일찍부터 승려상을 만들었고, 스님의 혼까지 느껴지는 극사실적 표현 기법이 일본에 전해졌을 가능성을 희랑대사상이 말해준다”고 했다.

     스님은 2018년 처음으로 해인사 밖을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을 위해서다. 당시 박물관이 스승과 제자의 만남이라며 북한의 왕건상 자리를 비워둔 채 전시를 강행한 탓에, 관객들은 빈 좌대 옆에 쓸쓸히 앉은 스님을 지켜봐야 했다. 문화재청은 “고려 초기 우리나라 초상 조각의 실체를 알려주는 귀한 작품이자, 후삼국 통일에 이바지한 희랑대사의 높은 정신세계를 예술로 승화시킨 걸작”이라고 했다.

                                                                           희랑대사상의 손 부분을 확대

                                                                                         <참고문헌>

  1. 허윤희, "왕건 스승 ‘희랑대사像’, 국보 된다", 조선일보, 2020.9.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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