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는 왜 실패했나

신상구 | 2022.01.21 00:19 | 조회 6687


                                            공산주의는 왜 실패했나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들이 최근 베트남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어요. 베트남은 1975년 공산당 정부가 들어선 뒤 인권 탄압으로 종종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반체제 인사 5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자 미국 등이 수감자 석방을 요구하는 규탄 성명과 경고 메시지를 낸 거지요. 1990년대 옛 소련 붕괴 이후 공산주의 국가 대부분은 자본주의로 전환했지만 아직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국가가 일부 남아 있습니다. 베트남과 더불어 중국·북한·쿠바·라오스 등입니다. 공산주의 국가는 한때 전 세계 영토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퍼졌지만 이제는 처참한 실패로 대폭 쪼그라든 거지요.

   공산(共産)주의는 자본주의와 대립하는 개념이에요. 물건을 생산하려면 기계나 건물, 사람 등이 필요하죠. 이를 생산수단이라 하는데 자본주의에선 이걸 개인이 갖지만 공산주의는 그 사회, 결국 국가가 소유하고 관리해요. 생산물도 마찬가지죠. 모두가 같이 생산하고 분배한다는 얘기죠. 그래서 공(共)산(産)인 겁니다. ‘공장을 가진 사장’ ‘내 토지에 세운 농장’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거지요.

1982년 3월 19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소련 공산당의 제17차 전당대회 모습이에요. /위키피디아
1982년 3월 19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소련 공산당의 제17차 전당대회 모습이에요. /위키피디아

                               1917년 러시아에서 소련 탄생하며 현실화

   공산주의는 원래 수렵 사회에서 다 같이 사냥하고 농사를 짓고 공동체가 나눠 가진 데서 유래했어요. 이것을 원시공산주의라고 해요. 이를 대중적인 관념으로 발전시킨 게 19세기 독일 출신 철학자 카를 마르크스예요. 당시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사회가 발전하면서 중세 토지를 독점하던 귀족 세력이 약해지고 생산수단(자본)을 가진 자본가 계급이 약진하면서 세상은 자본가와 노동자, 둘로 나뉘게 됩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기는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 경제적 불평등을 혐오하면서 실제 생산을 담당하는 노동자가 혁명으로 권력을 쥐고 생산물을 다 같이 평등하게 나눠 가지는 공산주의 사회가 찾아올 거라 예언합니다.

   마르크스 사상은 사실 당시엔 다들 꿈같은 소리라고 일축했지만 1917년 러시아에서 실제 공산주의 정권이 탄생하면서 현실화해요. 차르(황제) 통치 아래 전제군주국이던 러시아제국이 무너지고 소비에트 러시아가 탄생했죠. 소비에트는 러시아 말로 평의회·대표자 회의를 뜻하는데 노동자·병사·농민이 참여하는 조합이자 정치조직을 가리키는 용어죠. 소비에트 결성을 주도한 레닌은 러시아제국을 공산화한 뒤 주변 국가들과 공산 동맹을 맺고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소련·蘇聯·USSR)’을 창설했어요. 이때 나중에 독립하는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15국이 소련이란 이름 아래로 편입됩니다.

   그런데 레닌이 1924년 죽은 뒤 집권한 스탈린은 공산당 간부들을 장악하고 반대파를 숙청하면서 일인 독재를 강화해 공산주의란 이름이 무색한 사회로 만들었어요. 러시아 공산화 이후 인근 루마니아·불가리아·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도 영향을 받아 공산화하면서 이들은 서방에 대항하는 공산주의 동맹으로 뭉칩니다.

   이어 중국도 공산화 대열에 합류합니다. 1921년 마오쩌둥 등이 공산당을 창당해 반공주의자였던 장제스의 국민당을 몰아내고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을 세웠죠. 마오쩌둥은 모든 산업 시설과 토지를 국유화하고 집단농장을 운영하는 공산주의 실험을 단행하면서, 경제 성장을 목표로 대약진운동을 전개했어요. 우리나라는 한때 중국을 중공(中共)으로 불렀는데 공산당 체제라는 것을 강조한 명칭이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에 이어 베트남과 쿠바·몽골·캄보디아·북한·콩고·에티오피아 등이 잇따라 공산주의 정부를 선언합니다. 공산주의 국가는 동유럽, 자본주의 국가는 서유럽에 많다 보니 이 대립을 전에는 동서 냉전(冷戰·Cold War)으로 불렀죠.
쿠바가 공산주의 국가를 선포한 1961년 쿠바 혁명을 이끈 체 게바라(왼쪽)와 피델 카스트로. /위키피디아
쿠바가 공산주의 국가를 선포한 1961년 쿠바 혁명을 이끈 체 게바라(왼쪽)와 피델 카스트로. /위키피디아
카를 마르크스 /위키피디아
                                       카를 마르크스 /위키피디아
이오시프 스탈린 /위키피디아
                                            이오시프 스탈린 /위키피디아


                                 경제 성장 더디고 외부 변수 대응 어려워

   그러나 공산주의는 경제 수단을 정부가 다 관리하다 보니 복잡한 생산 과정을 모두 통제할 수 없어 경제 성장이 더디다는 약점이 태생적으로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외부 변수에도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고요. 자본주의는 시장에서 개인들이 각자 필요에 따라 기업을 만들고 생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조정이 이뤄지며 경제가 발전합니다. 더 많이 성과를 내면 더 많은 보상이 돌아와 다들 열심히 일합니다. 그런데 공산주의에선 국가 명령에 따라 일일이 매일 생산량을 정해줍니다. 일하건 놀건 월급이 똑같이 나오고, 뭘 더 사고 싶어도 국가가 분배량을 정해주니 열심히 일할 의욕이 생길 리가 없지요. 이런 모순이 쌓이면서 공산주의 국가에선 나중에 생필품조차 제대로 구하기 어려운 지경이 됩니다. 다들 적당히 일하는 풍토가 지배적이었으니까요.

   여기에 공산당 일당 독재는 민주적인 의사 표현을 최대한 억눌렀습니다. 누구도 공산당에 저항하는 의견을 낼 수 없었어요. 공산당에 반기를 든 인사들은 잡아 가두거나 추방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면서 국민들은 점점 불만이 쌓이게 됩니다. 더구나 공산당 간부들은 특권 계층으로 자기들은 호의호식하면서 살았습니다. 이러니 공산주의 체제가 오래 가긴 어려웠겠죠. 결국 실망한 국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민주화 혁명을 일으켜 몽골·캄보디아·콩고·에티오피아 등이 하나둘 공산주의를 포기하고 선거를 거쳐 새로운 정부가 세워졌어요. 소련도 과도한 군비 지출과 저조한 경제 성장 등으로 무너지고 해체됐습니다.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하는 마오쩌둥(가운데). /위키피디아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하는 마오쩌둥(가운데). /위키피디아


                                       여전히 경제 수준은 저조하대요

   사실 공산주의란 이름으로 남은 나라들도 이미 자본주의 개념을 많이 들여왔습니다. 중국은 마오쩌둥 사후 집권한 덩샤오핑 주도로 1980년대부터 개혁·개방을 추진해 자본주의 시장경제 요소를 채택했어요. 1999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수출 주도형 경제 성장을 지향합니다. 기업에 이윤 추구를 허용한 결과, 알리바바나 틱톡 같은 글로벌 기업도 나왔죠.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1당 체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사실상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셈이죠.

   베트남도 계획경제를 포기하고 외부 자본 투자를 유치해서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려고 1992년부터 쇄신을 뜻하는 ‘도이 머이’ 정책을 추진합니다. 그동안 금지했던 자본주의 교과목을 합법화하고, 국가와 사회를 재구성할 전문가를 양성하며, 외국인 소유 공장에서 제조하는 공산품을 수출하면서 생산성이 꾸준히 증가했어요. 북한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요소를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지만 여전히 공산주의 계획경제 체제하에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지요. 이 국가들의 경제 수준은 여전히 저조합니다. 지난해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은 중국이 1만610달러(약 1265만원), 베트남이 2660달러(약 317만원)로 세계 100위권에 겨우 들고, 쿠바와 북한은 순위 밖에 머물고 있죠.

   이 국가들에서는 여전히 일당 독재에 의한 통치가 이뤄지고 있어요. 그러면서 체제 비판 인사들에 대한 인권 탄압 문제가 대두되기도 합니다.

                                                  <참고문헌>

   1. 정효진, "한 때 세계 3분의 1 점령...경제난, 자유억압이 몰락불렀죠", 조선일보, 2022.1.19일자. A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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