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파형 동검 분포

대선 | 2022.06.30 19:41 | 조회 4225


                         한반도 비파형동검 분포

①여수반도에서 출토된 각종 비파형동검의 모습. 성분 분석 결과 상주나 영암 지역에서 나온 납을 사용해 만든 것으로 확인됐어요. ②여수 거문도에서 발견된‘오수전’이라는 중국 동전. 오른쪽에 오(五), 왼쪽에 수(銖)자가 새겨져 있어요. ③여수 월내동 고인돌에서 출토된 길이 43.3㎝의 한반도에서 가장 긴 비파형동검. ④비파형동검이 출토되는 대부분의 여수 고인돌에서 옥이 함께 출토되고 있어요. /국립광주박물관
 ①여수반도에서 출토된 각종 비파형동검의 모습. 성분 분석 결과 상주나 영암 지역에서 나온 납을 사용해 만든 것으로 확인됐어요. ②여수 거문도에서 발견된‘오수전’이라는 중국 동전. 오른쪽에 오(五), 왼쪽에 수(銖)자가 새겨져 있어요. ③여수 월내동 고인돌에서 출토된 길이 43.3㎝의 한반도에서 가장 긴 비파형동검. ④비파형동검이 출토되는 대부분의 여수 고인돌에서 옥이 함께 출토되고 있어요. /국립광주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이 오는 8월 15일까지 '여수, 그 시절의 바다' 특별전을 열어요. '아름다운 바다'를 뜻하는 여수(麗水)는 그 이름에 걸맞게 산과 바다, 섬이 어우러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데요.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비파형동검이 가장 많이 출토된 곳이기도 해요. 비파형동검이 어떤 유물이고, 여수반도에서 이처럼 많은 비파형동검이 출토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볼까요?

                                비파형동검과 고조선 문화
  고대 동북아시아에서는 지역마다 모양이 다른 청동검을 만들어 사용했어요. 비파형동검은 한반도에서 사용한 가장 이른 시기의 청동검으로, 기원전 10세기 무렵부터 제작됐는데요. 이 청동검은 현재 중국의 동북 지역인 랴오닝성·지린성 일대에 주로 분포하기 때문에 '랴오닝식 동검'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형태가 비파(琵琶)라는 악기와 닮았다고 해서 비파형동검이라고도 해요.

  비파형동검은 칼손잡이(칼자루)와 칼몸을 따로 만들어 티(T)자형으로 조립했어요. 칼몸과 손잡이를 한꺼번에 만드는 중국식 동검이나 내몽골 일대의 북방계 청동검과는 차이가 있지요. 청동검의 손잡이는 발견된 수가 매우 적은데, 나무 손잡이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손잡이뿐 아니라 칼집도 만들었을 테지만 칼집 역시 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에 거의 남아 있지 않지요.

  우리 역사상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은 이처럼 청동기문화를 바탕으로 건국됐어요. 고조선의 중심지로 생각되는 한반도 서북 지역과 중국 랴오닝성 지역에서는 고인돌을 만들고 미송리식토기(민무늬토기의 한 종류)와 비파형동검을 사용하던 사람들의 흔적이 자주 발견돼요. 그중 비파형동검은 한반도 모든 지역과 중국 랴오닝성 일대에서만 발견되기 때문에 고조선 사람들의 활동 범위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어요.

                                   여수반도 고인돌에서 발견
  고인돌은 청동기시대 전 기간에 걸쳐 유행한 무덤 형식이에요. 한자로 지석묘(支石墓)라고 하는데, 시신을 묻는 매장부 위에 뚜껑돌을 덮고 뚜껑돌을 받치기 위한 고임돌(지석)을 세웠지요. 옛날 사람들은 고인돌을 중국 신화에 나오는 성인(聖人)들이 만든 기이하고 이상한 것으로 여겼지만, 뚜껑돌 밑에서 사람뼈와 껴묻거리(부장품)가 출토되며 무덤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전라남도에는 2200여 군데에 모두 1만9000기가 넘는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는데요. 그중 여수에는 1700여 기의 고인돌이 남아 있어요. 전남은 다른 지역에 비해 고인돌의 밀집도가 굉장히 높아요.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다른 지역에서 자주 발견되는 청동기시대 무덤인 돌널무덤이나 독무덤·널무덤이 거의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오랫동안 고인돌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돼요.

  고인돌에서 발견되는 껴묻거리는 붉은간토기나 가지무늬토기, 돌화살촉 등인데요. 아주 가끔 옥으로 만든 장신구나 비파형동검이 발견돼요. 북한 지역을 포함해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확인된 비파형동검은 모두 90점 정도예요. 남한 지역에서 발굴조사를 거쳐 발견된 비파형동검은 46점밖에 안 되는데요. 그중 37%에 해당하는 17점이 여수반도의 고인돌에서 출토됐어요.

  여수 월내동 상촌 고인돌에서는 길이 43.3㎝로 한반도에서 가장 긴 비파형동검이 출토됐어요. 다른 지역 비파형동검에 비해 길이가 길고, 칼자루 속에 박혀 칼몸과 칼손잡이를 이어주는 뾰족한 슴베 부분에 작은 홈이 파여 있어요. 이 홈은 칼몸과 칼손잡이를 좀 더 편리하게 결합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한반도 중서부와 남부 지역 비파형동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에요.

  비파형동검이 파손돼 고쳐 사용한 흔적도 확인돼요. 월내동 상촌 고인돌에서 나온 비파형동검은 하단부의 한쪽 날이 파손됐지만, 부러진 부분을 고쳐 재가공한 흔적이 남아 있어요. 이것을 보면 비파형동검은 무덤 주인공이 아주 오랫동안 소중히 사용한 물건이라 할 수 있고, 당시 청동기가 얼마나 귀하고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어요.

  청동기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희소성을 가진 물건이었어요. 원료 채취부터 주조 공정, 마무리 가공을 거쳐 완성되기까지 숙련된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비파형동검을 부장(副葬·생전에 쓰던 물건을 무덤에 함께 묻는 것)한 고인돌의 무덤 주인공은 고귀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거나 제사장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답니다.

                                연안항해의 거점, 여수 앞바다
  이처럼 여수 지역에서 비파형동검이 많이 출토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수반도가 남해안 바닷길을 이용해 활발한 해상 활동을 벌였던 교류의 중심지였기 때문이에요.

  고대에는 교통로가 잘 갖춰지지 않아 육로를 이용하는 것보다 바다나 강을 통해 이동하는 것이 훨씬 더 수월했어요. 다만 항해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먼바다를 다니는 것은 쉽지 않았죠. 그래서 육지가 눈에 보이는 가까운 해로를 이용하는 연안항해(沿岸航海) 방법을 사용했어요. 고대 한반도와 중국·일본의 여러 지역은 이런 방법으로 각종 물자와 문화를 주고받았죠.

  연안항해에는 물자를 보급하고 쉬어갈 수 있는 거점 항구가 필요했는데, 여수반도가 바로 이런 거점 항구였어요. 비파형동검은 지금의 남한 지역보다 평양이나 서북한 지역에서 먼저 만들어졌는데요. 북한 지역에서 유행하던 비파형동검 문화가 해로를 타고 여수로 들어왔던 거예요.

  여수반도에서는 비파형동검은 물론 세형동검이나 중국 동전, 청동거울처럼 다른 지역이나 다른 나라에서 만든 물건들도 다수 출토돼요. 여수 거문도에서는 980점이나 되는 오수전(五銖錢)이 발견됐어요. 오수전은 기원전 119년 중국 한나라 무제 때 청동으로 주조한 화폐로, 1977년 마을 주민이 가옥을 짓기 위해 바닷가에서 모래를 채취하던 중 우연히 발견해 알려진 유물이에요.

  오수전을 비롯한 중국 한나라의 동전들은 해남 군곡리와 사천 늑도, 창원 다호리, 김해 회현리, 제주 산지항 등 남해안 해양 교통의 중심지에서 주로 발견되는데요. 보통 두세점밖에 발견되지 않아요. 여수 거문도에서 980점이나 되는 오수전이 한꺼번에 발견된 것은 기원 전후한 시기 여수반도가 중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국제 무역항으로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답니다.

                                               <참고문헌>
  1. 이병호, "한반도 북쪽에서 먼저 유행… 海路 타고 여수로 왔죠", 조선일보, 2022.6.30일자. A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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