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2025)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이 5월 5일 오전 10시, 총본산인 서울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사찰에서 일제히 봉행됐다. 조계사 대웅전 앞 특설무대에서 봉행된 봉축법요식에서는 총무원장 진우 스님, 원로의장 자광 대종사를 비롯해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 등 불교계 주요인사와 정관계 인사 등 1만여 명이 참석해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하고 가르침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날 봉축법요식에는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출마 후보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진보당 김재연 후보, 정의당 권영국 후보,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가 자리했다. 이 자리는 후보들의 첫 공개대면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사에서 봉행된 법요식은 조계종 포교부장 남전 스님의 사회로 진행됐다. △도량결계 △육법공양 △명고·명종의식으로 시작해 △관불 및 마정수기 △찬불가 △헌등 △헌촉 △헌향 △헌다 △헌미 △대표 헌화 △조계사 주지 원명 스님의 축원 △불자대상 시상 △선명상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봉축사 △대통령 권한대행의 축사 △종정스님 법어(원로의장 대독) △발원문 △사홍서원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어린이날과 겹친 올해 봉축법요식은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원로의장 자광 스님이 4명의 어린이에게 마정수기를 내리며 미래 부처가 될 것을 수기하며 시작됐다. 이어 전통적인 ‘육법공양’의 의미를 되살려, 등, 향, 꽃, 차와 과일, 쌀 등 여섯 가지 공양물을 모두 갖추어 부처님 전에 올렸다. 무엇보다 차별 없는 세상을 발원하며, 사회적 약자들도 육법공양에 동참해 의미를 더했다.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과 우원식 국회의장이 부처님 전에 헌등하며 부처님 공덕을 찬탄하고 세상의 모든 어둠을 물리치길 발원했다. 이승현 조계사 신도총회장과 오세훈 시장이 헌촉, 이헌승 국회정각회장과 박영환 조계사 신도회 자문위원장이 헌향, 김의정 전국여성불자회장과 정미령 조계사신도회 협력위원장이 헌다, 최종수 KCRP공동대표의장 및 성균관장과 아미트 꾸마르 주한 인도대사가 헌미했다. 헌화는 이준화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대표, 최현환 한국옵티컬하이테크 지회장,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이철빈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윤종술·윤현빈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가족 등이 함께하며 부처님 품 안에서 평등하게 살기를 부처님 전에 발원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진보당 김재연 후보, 정의당 권영국 후보,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도 헌화했다.
  육법공양에 이어진 축원에서 조계사 주지 담화 스님은 “부처님 자비 광명으로 국민의 고난 어루만지고 너와 내가 화합하고 상생하며, 부처님 대자대비로 세계평화가 이뤄지기를 발원한다”면서 “부처님 법을 만난 인연으로 아픔은 나누고 기쁨은 함께 누려 모든 대립과 차별, 억압이 소멸돼 평안한 세상 이룩하겠다”고 고했다.
  부처님 탄생을 봉축하며 종정 성파 대종사는 원로회의 의장 자광 스님이 대독한 법어에서 <화엄경>의 ‘마음과 부처와 중생이 다르지 않다’를 강조하며 “존엄성을 인정하면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고 이 땅을 극락처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처님 안목으로 세상을 살면 걸음걸음마다 연꽃이 피어나고 행하는 일마다 무진법문이 된다”며 “새소리 바람소리는 최고의 음악이 되고 흘러가는 구름은 아름다운 그림이 되며 들꽃 송이송이도 무진법문을 들려주는 장엄한 법석이 된다”고 설했다. 이어 “어떠한 허상에도 속지 않고 한 중생도 외면하지 않은 원력보살이 되겠다는 발원을 하는 불자야말로 부처님이 칭찬하고 제천과 호법선신이 찬탄하는 참불자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봉축사에 앞서 대중들은 선명상을 실참했다. 이후 진우 스님은 봉축사에서 ‘일체유심조’를 강조하며 “세상 모든 것은 오직 내 마음이 짓는 바임을 일깨워주는 부처님의 깊은 가르침으로 이어진다”고 말문을 열었다. 진우 스님은 “고통은 세상이 그러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지어낸 결과”라며 “이러한 번뇌가 사라질 때 비로소 세상은 고통없는 극락정토로 변모하게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모두가 돌아보아야 할 것은 지위나 조건이 아니라 내 안에 일어나는 집착과 분별심을 자각하고 비우는 일”이라며 “탐욕이 넘치면 함께 겪는 공업이 따르고 자비가 피어나면 함께 누리는 공덕이 실현된다”고 설명했다.
  진우 스님은 선명상 실천을 권하기도 했다. 잠시 멈추고 비우는 5초 선명상, 수시로 나를 돌아보는 무시로 선명상, 욕심 없는 자리에 머무는 심불가득 선명상 실천을 강조한 스님은 “마음 다스림이야말로 고통을 치유하고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우리 사회를 보다 평화로운 공동체로 이끄는 실질적인 수행 방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정치와 권력은 그릇된 마음으로 쓰면 해가 되고, 청정한 마음으로 쓰면 세상이 이로워진다”다고 말한 스님은 지도자와 공직자에게 “삼독심을 비우고 자비와 복덕의 보살심으로 맑은 정치, 따뜻한 행정을 펼쳐주길 바란다”면서 “진정한 정의는 공동체를 위한 무욕의 정의이며 그 안에서 국민의 자유와 평화가 꽃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축사에서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는 ‘자타불이의 마음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면서 “서로를 보살피고 아픔을 나누는 굳건한 연대의 힘으로 무너진 공동체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행은 “준엄한 역사 흐름 속에서 부처님의 자비와 상생의 가르침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었다”며 “화쟁과 원융화합 정신을 본받아 통합과 상생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국민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국정에 전력을 다하겠다”면서 “소외된 이웃을 보듬어 안고 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잇따른 산불 피해와 관련해선 “재난으로 고통받는 국민이 하루속히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힘쓰고 우리 민족의 크나큰 자긍심이었던 전통 사찰과 국가 유산의 복구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법요식에서는 각 분야에서 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모범적인 신행활동을 보여준 불자들을 격려하는 불자대상 시상식도 가졌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올해 불자대상의 영광을 차지한 정병국 참좋은정책연구원 부원장, 이승기 배우, 임시현 양궁선수, 김윤봉 법률사무소 사무장에게 상패를 전달하며 격려했다. 임시현 선수는 훈련 일정으로 아버지 임지환 씨가 대리 수상했다.
  이날 법요식은 주윤식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의 발원문 대표낭독으로 회향했다. 사부대중은 “고통받는 세상의 모든 인연과 함께해 마음의 평안을 찾고 행복에 이를 수 있도록 날마다 수행하고 실천하는 불자가 되겠다”며 “부처님 가르침을 몸과 마음으로 받아 모든 만물의 존귀함을 알고 생명 평화와 세계 평화를 위해 끊임 없이 정진하겠다”고 서원했다.<현대불교 임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