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회장이 보여준 원로의 품격

환단스토리 | 2019.12.13 21:14 | 조회 5450

김우중 회장이 보여준 원로의 품격


중앙일보 2019-12-13


74세에 시작한 새로운 도전

“리틀 김우중 많이 만드는 게 꿈”

청년 사업가 양성에 혼신 다해


이정민 논설위원

킴기즈칸, 세계 경영의 풍운아. 이런 수사(修辭)는 고(故) 김우중 회장을 절반만 이해하는 것이다.


‘무너진 대마불사’ ‘불운의 성공신화’란 수식어가 더해진다고 해서 그를 온전히 이해했다고 볼 순 없을 게다. 여든세 해 파란만장한 인생의 끝자락 10년의 삶을 더듬어본다면 말이다.


연극이 끝나고 조명 꺼진 텅 빈 무대처럼 세인의 기억에서 사라져가던 무렵, 그는 ‘글로벌 청년사업가(GYBM)’ 양성에 새롭게 투신했다. 그의 나이 74세. 세계 랭킹 18위, 글로벌 기업들과 자웅을 겨루던 대우그룹은 해체돼 풍비박산 나고 분식회계와 옥살이, 낭인 생활로 건강마저 피폐해진 상태였다.


‘실패한 영웅’으로 추락한 절망의 벼랑 끝에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못다 이룬 꿈’을 이어갈 미래의 사업가, 대한민국의 동량을 키우자-. 해외를 무대로 뛸 사업가를 꿈꾸는 청년들을 선발해 무료로 공부시키고 취업을 알선해주는 인큐베이터, ‘김우중 사관학교’는 이렇게 탄생했다.


대우 출신 임직원 모임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원들이 낸 회비가 종잣돈이 됐다.


2011년 베트남 교육생 40명을 시작으로 한 GYBM 스쿨은 미얀마·태국·인도네시아 등지로 확대됐고, 졸업생이 1000명을 넘어섰다. 김 회장의 열정과 집념을 문기환 전 ㈜대우 홍보부장이 전한다.


“회장님은 살아온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해외에 나가 현지에서 뿌리박고 창업하는 진취적인 젊은이들이 많이 나와 ‘제2의 대우’ ‘리틀 김우중’을 많이 만들어내는 게 꿈이라고 했다. 대우 신입사원 뽑을 때처럼 직접 면접을 보고 입학생을 선발했다.”


김 회장은 기업 경영을 넘어 세상을 바꾸는 경세가(經世家)를 꿈꿨다. 3류 정치를 바꾸고 싶었다. 1992년 대선을 앞두고 김영삼 후보와 경쟁하던 박태준 의원을 찾아가 “1000억원을 댈 테니 신당을 만들자”고 한 적도 있다.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자전거 가게 말단 점원으로 시작해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았던 마쓰시타는 일본이 2차 대전에서 패망하는 걸 보고 “나라를 군인과 정치인들에게 맡겼더니 국민이 가난해지고 나라가 황폐해졌다”며 정치에 나서려 했다.


주변의 만류로 뜻을 접으면서 세운 게 엘리트 정치인 양성을 위한 사관학교, 마쓰시타 정경숙(政經塾)이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85세 때 사재 70억엔을 들어 정경숙을 세웠다. 지금은 인기가 한풀 꺾였다고 하나 세습 정치인이 수두룩한 일본 정계에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 정치인들은 바람을 일으켰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는 총리에까지 올랐다.


마지막까지 치열했던 두 위인에게서 품격을 배운다. 이들은 더 많은 부를 좇고, 더 높은 명예와 명성을 쌓는데 남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화려했던 지난 시간의 끝자락을 붙들려 하지도 않았다. 대신 고개를 들어 ‘미래’로 향했다. 국가의 성패가 미래 세대에 달렸다고 믿고 이를 실천했다. 생의 끄트머리에서도 성찰과 자숙을 잊지 않았던 품격있는 원로의 모습이다.


김 회장이 뿌린 씨앗이 곳곳에서 열매를 맺고 있다. 동남아 국가의 기업에 취업해 능력을 인정받아 공장장이나 관리자급으로 진급하는 사례가 여럿 나오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신발제조업체에서 일하는 백지우씨(인도네시아 GYBM 1기)는 취업은 물론 결혼해 가정까지 꾸린 케이스다.


백씨는 “(김 회장이) 기회가 많은 데 한국에서만 아등바등하지 말고 큰 무대에서 크게 생각하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김 회장이 강조하셨던 세계 경영, 추진력 있게 도전하는 게 뭔지를 많이 배웠다”고 했다. 호치민중소벤처 지원공단에 취업한 이창목 대리(베트남 GYBM 4기)는 “정말 시야가 넓어졌다는 걸 느낀다. 개인의 기량을 더 키울 수 있으면 해외에서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늘(13일) GYBM 설립 9년 만에 처음 하노이에서 총동문회를 연다. 백씨는 “회장님이 살아계셨으면 꼭 오셨을 텐데 못 보시게 된 게 아쉽다”고 했다.


김 회장은 영면에 들었지만 ‘리틀 김우중’을 꿈꾸는 후학들이 뒤를 잇게 되리라.


“있는 재산 물려주는 것보다 젊은 사람들에게 성취, 일의 가치를 알게 해주는 게 더 소중하다”고 했다던 고인의 평소 가르침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돈다.


이정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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