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제압 후 도리어 위기 맞은 터키 민주주의

환단스토리 | 2016.07.20 15:31 | 조회 4912

쿠데타 제압 후 도리어 위기 맞은 터키 민주주의


세계일보 2016-07-20


군부 쿠데타를 제압한 터키에서 역설적으로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 강경 이슬람주의자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척결을 위해 철권 통치를 민간 영역으로까지 강화하면서다. 특히 반쿠데타 집회에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그간 유럽에 더 가까웠던 터키가 급속도로 이슬람화의 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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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은 터키 고등교육위원회는 전국 모든 국공립, 사립대학 학장 1557명 전원에게 사표를 내라고 지시했다고 현지 국영 TRT방송을 인용해 보도했다. 터키 언론들은 에르도안이 쿠데타 베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에 가까운 학계 인사 척결 차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쿠데차 척결 범위가 군, 경찰, 사법 관료에서 민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터키 정부는 또 이날 총리실소속 257명, 교육부 소속 1만5200명, 내무부 소속 공무원 8777명을 직위해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터키 정부는 군인 6000명, 경찰 8000명, 판검사 3000명 이상을 직위해제하거나 구속 또는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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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쿠데타 이후 터키 정부의 대응이 공포 정치로 기울면서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발전해 온 민주주의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일디즈 게르자인은 “군부 통치 시절에 무고한 사람이 죽어 나가서 이번 군부 쿠데타에는 반대했었다”면서도 “에르도안 정부의 강압 통치로 여성, 성 소수자 등의 인권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여 모든 게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간 세속주의를 반대하며 정부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학교 교과에 이슬람 교육을 의무화한 에르도안의 정책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에르도안은 군부 쿠데타 발생 뒤 자신을 지지하는 이슬람 교도들을 향해 거리로 나설 것을 주문했고, 쿠데타를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이슬람 근본주의에 경도된 무장세력인 ‘지하디스트’들이 쿠데타를 계기로 공공장소에 태연히 모습을 드러내놓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터키 전문가 소네르 차압타이 선임연구원은 “이슬람 무장대원들이 쿠데타 반대 집회에 대거 참석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이들은 소수 종교를 가진 이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일삼는 근본주의자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에 터키 사람들은 집회의 규모와 참가한 이들의 면면을 보고 우려한 것”이라며 “몇 년 전만해도 터키에서 지하디스트와 같은 종류의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터키에서 성 소수자 인권 보호 운동을 하고 있는 레벤트 피스킨(27)은 “쿠데타가 이들 근본주의자들이 좀 더 자유롭게 활개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나는 게이로서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지한다. 그래서 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두려워한다. 이 모든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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