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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와 칙령 41호

신상구 | 2020.10.29 17:58 | 조회 3186


                                                                                    독도와 칙령 41호


                                                                    1. 독도가 대한제국 영토임을 밝힌 날

   1900년 10월 25일은 대한제국이 ‘칙령 41호’를 통해 독도가 대한제국 영토라는 사실을 명백히 한 날이었어요. 칙령(勅令)이란 ‘임금이 내린 명령’이란 뜻이에요. 물론 독도는 서기 512년 신라의 이사부 장군이 우산국(울릉도와 독도)을 정벌했을 때부터 우리나라 땅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칙령 41호가 중요한 이유는 이때부터 독도가 비로소 우리나라 땅이 됐기 때문이 아니라, 1900년 10월 드디어 근대 국제 공법(公法) 체계 아래서 독도라는 섬을 우리나라 영토로 명백히 밝힌 공문서가 나왔다는 의미입니다.

   국권 침탈 위기에서 1897년 대한제국이 선포됐어요. 우리나라는 형식상 왕이 다스리는 ‘왕국’에서 황제가 다스리는 ‘제국’으로 격상됐지요. 새로운 국가 체제에 맞춰 일본인의 침입이 빈번하던 울릉도와 독도에 대한 행정 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고, 그에 맞춰 나온 것이 칙령 41호였어요. 이 칙령 1조는 기존 울릉도를 ‘울도군’으로, 울릉도 도감을 ‘울도군수’로 높였고, 2조에서 울도군수의 관할 지역이 어디인지를 명시했습니다. “울릉 전도(全島)와 죽도, 석도(石島)를 관할한다.”(제2조)

                                                                         2. 돌섬=독섬=석도=독도

   여기서 ‘울릉 전도’란 울릉도 전체를 말하고, ‘죽도’는 울릉도 동쪽 2㎞에 있는 섬을 말하는 것이에요. 그렇다면 ‘석도’는 어디일까요? 사실 독도(獨島)라는 섬 이름은 원래 ‘외로운 섬’이라는 뜻이 아니라, 19세기 후반 울릉도로 이주한 전라도 남해안 어민들이 ‘돌섬’의 사투리로 ‘독섬’이라 한 것에서 유래됐답니다. 이것을 한자어로 적는 과정에서 뜻을 취한 ‘석도’와 발음을 취한 ‘독도’라는 두 가지 이름이 생긴 거예요. 그러니까 ‘석도’는 ‘독도’의 다른 이름인 거죠.

/그림=김영석
/그림=김영석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인들은 ‘한국이 문헌 속 석도에 대해 억지 해석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하지만 독도 연구자인 유미림 한아문화연구소장은 최근 논문에서 “칙령 41호의 내용이 알려진 것은 1968년인데, 그 이전부터 많은 국내 연구자가 독도가 ‘석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어요. 석도는 의심할 바 없이 명백한 독도라는 얘기입니다.

                                                                       2. 독도를 ‘량코도’라 불렀던 일본

   칙령 41호는 1905년 1월 28일 ‘독도를 일본 영토에 편입한다’고 마음대로 결정한 일본 내각회의보다 5년이나 앞서 있습니다. 이때 일본에서 내세웠던 논리가 무주지(無主地), 즉 주인 없는 땅이라 선점한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이미 독도의 주인은 대한제국이었기 때문에 말이 되지 않는 결정이었어요.

   일본 측은 17세기부터 독도가 일본인들이 어업 활동을 했던 ‘고유 영토’라는 주장을 내세웁니다. 그런데 이는 독도가 ‘무주지(주인 없는 땅)’라서 선점한다는 주장과도 앞뒤가 맞지 않아요.

   그렇다면 일본인들은 정말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조선시대에 불법으로 울릉도와 독도까지 건너와 고기잡이를 하던 일본인들은 울릉도를 ‘죽도(대나무 섬·다케시마)’, 독도를 ‘송도(소나무 섬·마쓰시마)’라고 불렀어요. 조선 숙종 때 일본 막부로부터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땅이라고 인정받아 온 ‘어부 안용복 사건’을 계기로 1696년 일본 어민들에게 도해(渡海·바다를 건넘) 금지령이 내려졌고, 이후 200년 가까이 공식적으로 일본인이 울릉도·독도에 가는 것이 금지됐지요. 그런데 19세기 후반 두 섬의 이름이 서로 바뀌어 독도를 ‘죽도’라 부르게 됐답니다. 1840년 네덜란드 지도에 두 섬의 위치가 잘못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은 한동안 독도를 ‘량코도’란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심지어 일제강점기에도 이렇게 부른 사례가 많아요. 1849년 프랑스 포경선 리앙쿠르호가 동해를 항해하다 독도를 발견하고 자기들 배 이름을 따서 ‘리앙쿠르’라는 섬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이 이름을 받아들여 일본식으로 ‘량코’라고 부른 것이죠. 과연 자기네 영토라는 의식이 있었다면 그 섬을 서양식 이름으로 부를 수 있었을까요? 일본은 독도에 대한 지식은 물론 관심도 없었다는 방증이랍니다

                                                                                         <참고문헌>

   1. 유석재/박세미, "[뉴스 속의 한국사] 120년 전 10월 25일…'독도는 우리 땅!' 대한제국이 선포했죠", 조선일보, 2020.10.29일자.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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