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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메르 시대를 종식시킨 셈족의 두 제국

2021.07.05 | 조회 6931 | 공감 0

수메르 시대를 종식시킨 셈족의 두 제국 


상생문화연구소 김현일 연구위원 


수메르 문명은 역사상 가장 오랜 문명으로 알려져 있다. 대략 기원전 3500년경부터 이 문명이 출현하였다고 한다. 수메르의 가장 오랜 도시인 우루크(에레크라고도 한다)가 세워지기 시작한 것이 그 시기였다.


수메르 인들은 원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정착해온 사람들은 아니고 외부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어디서부터 온 사람들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확실한 정설은 없지만 동쪽이나 북쪽에서부터 산맥을 넘어 오늘날의 이라크 지역 즉 메소포타미아로 들어온 것이라는 주장이 유력하다. 


수메르 전문가인 크레이머 박사는 카스피 해 근처가 아닐까라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다. (The Sumerians : Their History, Culture and Character, 42쪽) 중앙아시아 지역으로부터 왔을 것이라는 이러한 추정은 수메르어가 우랄알타이어와 같은 교착어라는 사실에 의해 더 힘을 얻는다.




수메르 인들은 메소포타미아의 두 강을 이용하여 관개농업을 발전시켰다. 수메르 도시들은 이러한 관개농업의 높은 생산성에 바탕을 두고 발전하였다. 그러나 수메르 도시들은 서로 경쟁하는 도시국가로 남았으며 큰 영역국가로 발전하지 못했다. 그 결과 메소포타미아 주변 족속인 셈족의 침략과 지배를 받아 결국은 수메르 문명 시대는 끝나게 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수메르 도시들과 메소포타미아 일대를 처음으로 통일한 인물은 사르곤 대왕이다. 그는 단군왕검과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인물인데 (기원전 2400년경) 그가 세운 나라를 ‘아카드제국’이라 한다. 이는 그 제국의 수도가 아카드였기 때문이다. 아카드는 현재까지 정확한 위치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어떤 학자에 의하면 오늘날의 바그다드 지역에 있었다고 한다. (스티븐 솔로몬, 『물의 세계사』, 62쪽)




사르곤 왕의 행적에 대해서는 점토판의 기록을 통해 그 행적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그는 수메르 도시 가운데 하나였던 키쉬 왕의 시종이었는데 키쉬 왕이 에레크 왕과의 싸움에서 죽자 군대의 지휘권을 장악하여 에레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였다.


당시 에레크의 루갈자게시 왕은 수메르 여러 도시들을 지배하에 넣었던 인물인데 그를 격파하였다는 것은 사르곤이 수메르의 패권을 장악했음을 의미한다. 그는 우르 같은 도시가 있던 페르시아 만 연안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메소포타미아 상류 지역을 넘어 타우루스 산맥과 심지어는 오늘날의 이란 서부 지역에 위치한 엘람까지도 지배하에 넣었다. 중동 지역의 상당 부분을 통일한 것이다.


점토판 기록에 의하면 그는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인도에까지 군대를 파견하였다. 또 수메르 인들의 반란을 예방하기 위해 수비대를 모든 도시에 배치하였다.




그가 건설한 도시 아카드는 매우 번창하는 도시가 되었다. 제국의 사방에서 공납이 쇄도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국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의 아들 대에 와서는 여러 지역들이 연합하여 반란을 일으켰다. 그의 두 아들 가운데 하나인 마니쉬투슈는 ‘아랫바다’(페르시아 만)를 건너 32명의 왕들과 싸워 그들을 모두 격파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제국을 위한 싸움은 마니쉬투슈의 아들 나람신 때도 계속되었다. 그는 수메르를 포괄하는 이라크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오늘날의 터키와 이란, 시리아에 걸친 제국의 지배자였다. 기록에 의하면 마간 왕 마니움을 격파하고 전리품을 획득하였다고 하는데 크레이머 박사는 마니움이 유명한 이집트 왕 메네스라고 한다.


그런데 이 아카드 제국은 나람신 때 순식간에 무너졌다. 북쪽에서 내려온 야만족 구티 인들에 의해서 수도 아카드가 파괴되었는데 수백 년이 흐른 후 어느 한 시인은 아카드 제국이 이렇게 무너진 것을 나람신이 자행한 불경한 행위 탓이라고 하였다.


즉 나람신이 수메르의 종교 중심지라 할 수 있는 니푸르를 약탈하면서 엔릴 신의 성전(이 성전을 ‘에쿠르’라 불렀다)까지 파괴하는 짓을 하여 신들이 노하여 구티 족을 산지로부터 내려 보냈다는 것이다.


엔릴 신은 수메르의 주신에 해당하는 신이었기 때문에 수메르의 여덟 신들이 엔릴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아카드에 저주를 내렸다. 아카드는 영원히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리라는 것이었다. 구티 족의 공격 뿐 아니라 격심한 기근도 뒤따랐는데 이 역시 신들의 저주였을 것이다.




최근의 역사학은 과학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그에 의하면 아카드 제국의 몰락은 기후변동에 의한 것이었다. 지중해 일대에서는 건조하고 한랭한 시기가 300년이나 계속되었다. 고고학자들은 아카드 북쪽의 폐허로 남은 도시들의 토양을 조사하였는데 기원전 2200~1900년 시기의 지층에는 지렁이도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물의 세계사』, 63쪽)


기근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이 아카드 제국을 몰락시켰다는 것인데 기독교 구약성서에도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 때 큰 기근이 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기원전 2100년경에는 수메르 남쪽의 우르가 다시 잠시 수메르의 지배권을 장악한다. 소위 ‘우르 제3왕조’이다. 그러나 수메르 인들은 얼마 있지 않아 또 다른 셈족 계통의 유목민 아모리 인들의 공격을 받게 되었다. 시리아와 아라비아 반도의 사막에 살던 유목민이었다. 이들은 동쪽의 엘람 인들과 합세하여 수메르를 공격하기도 하였는데 수메르 왕들은 성벽을 더 높이 쌓는 등 도시를 요새화하였다.


그러나 우르 왕조의 지배 역시 기근과 반란 등으로 흔들렸다. 이러한 불안정한 시대는 결국 기원전 1750년경 셈족의 왕 함무라비에 의해 종식되고 수메르는 다시 강력한 제국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되었다. 함무라비 왕은 유프라테스 강 유역의 바빌론이라는 도시국가의 왕이었는데 수메르 왕 뿐 아니라 엘람 왕들도 격파하고 사르곤 제국을 뒤잇는 대제국을 세웠다.


함무라비 이전에 바빌론은 미미한 도시였지만 그로 인해 바빌론은 이제 역사에서 엄청난 도시로 부각되게 된다.  바빌론 제국이라는 이름도 바로 함무라비 왕이 세운 제국을 말하는 것이다.




최고의 문명을 자랑하는 수메르 인들의 시대는 바빌론 제국의 등장으로 끝이 났다. 수메르 인들이 정치적으로 예속된 존재로 전락하면서 수메르의 정체성과 독립성은 점차 약화되어 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수메르 문명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바빌론 제국은 수메르 도시들을 지배하기는 하였지만 수메르 문명을 고스란히 계승하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법이 그러한데 유명한 함무라비 법전은 3세기 전의 우르 왕조의 왕이 반포한 우르남무 법전을 계승하였다. 수메르 왕들은 통치권을 잡게 되면 자신들의 법전을 공포하였는데 그 형식과 내용이 비슷하다. 법전의 앞에는 서문이 있는데 거기서는 신들이 자신에게 왕권을 부여했다는 것과 자신은 인민들에게 정의를 베풀기 위해 법전을 반포한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들어가고 그 뒤를 이어 구체적인 법조항이 나온다. 그리고 법조항의 뒤를 이어 비문을 훼손하는 자들을 경계하는 말이 들어가 있다.


수메르 인들이 남긴 유산 가운데 또 하나 중요한 유산은 문자이다. 진흙판에 뽀죽한 갈대펜으로 새기는 설형문자는 수메르 인들이 발명한 것으로 바빌론 인들도 이 문자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물론 바빌론 인들이 사용하던 아카드어는 수메르 말과는 완전히 다른 언어였다. 즉 오늘날 알파벳이 여러 나라 말을 적는 공통의 문자가 된 것처럼 수메르 설형문자는 중동 일대의 문자로 사용되었다.




수메르어 자체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외교문서나 종교적 의례에 오랫동안 계속 사용되었다. 수메르어와 아카드어가 동시에 기록된 토판들도 발견되었는데 아마 교육용으로 제작되었던 것 같다. 후대에 대제국을 세운 아시리아 인들과 히타이트 인들, 페르시아 인들 모두 이 문자를 사용하였다. 수메르 시대가 끝난 후에도 근 1500년 이상 설형문자가 사용되었다. 수메르 인들이 만든 설형문자는 19세기 후반 유럽 학자들에 의해서 해독이 이루어졌다.


문명의 길을 열었던 수메르의 도시들은 상쟁으로 인해 하나의 통일적 국가를 이루는 데 실패하였다. 그 결과 수메르 도시들은 비수메르족인 셈족이 만든 나라들의 지배 하에 들어가게 되었다. 사르곤 제국과 함무라비 제국이 바로 그렇게 수메르 도시국가들의 시대를 종식시킨 대제국이었다. 그러나 수메르 도시들을 무너뜨린 이 두 제국도 수메르문명의 여러 요소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수메르 문명의 계승자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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