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했던 6·25 전쟁… 90대 참전용사들의 소원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s://www.kado.net)

대선 | 2025.06.23 22:47 | 조회 394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눈 결과는 처참했다. 6·25 전쟁은 국토를 피로 물들이고 나서야 멈췄다. 양측의 군인 피해만 322만명으로, 민간인은 249만명이 사망하거나 학살, 부상, 납치, 행방불명을 당했다. 1952년 3월 15일까지 발생한 전재민은 1000만 명에 달하며, 부산교두보를 제외한 전 국토가 전쟁터가 됐다. 37도선과 38도선 사이 지역에서는 세 차례의 피탈과 탈환이 반복됐다. 전쟁은 여전히 휴전 상태지만 잠시나마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이유는 10대, 20대 젊은 나이에 전쟁에 참전했던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90대가 된 참전용사들은 자신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6·25 전쟁이 잊히지 않기를, 후대가 역사를 이어나가주길 바라고 있다.


▲ 1950년 7월 29일 전선의 바로 후방에서 무기를 정비하고 있는 국군 병사들. 행정자치부 제공
■ 참혹했던 전쟁의 기억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느닷없는 폭격음이 사방을 깨웠다. 곳곳에 솟아나는 불길을 보며 사람들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전쟁이었다. 갑자기 시작된 전쟁은 온 산과 집터를 폐허로 만들었고, 청년들은 물론 징집 대상이 아니었던 소년들까지 총을 들게 했다. 영문도 모른 채 피란길에 오르다 헌병에게 끌려가거나 강제로 징집된 이들은 그 길로 군에 입대했고, 일주일간 훈련을 받은 뒤 실탄 몇 발을 하늘에 쏴보고는 전장에 투입됐다. 6·25 참전유공자 염기원(95) 씨도 그랬다. 집합 명령을 받은 그는 아버지 어머니께 큰절을 하고 “전쟁터에 가면 아마 돌아오지 못할 것 같으니, 제 생각은 마시고 동생들을 잘 데리고 남쪽으로 피난을 가세요”라는 말만 남긴 채 전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이후 염 씨는 각종 심부름과 함께 식량과 수류탄 등을 옮기는 역할을 하다 청년 방위군에 배치돼 경비 임무를 맡았다. 그러던 중 어디선가 비릿한 냄새와 함께 구덩이 사이로 피투성이가 된 손 하나가 흔들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떨어진 포탄에 맞아 죽어가는 이의 살려달라는 외침이었다. 즉시 병사들을 불러 모은 염 씨는 칡넝쿨과 참나무 가지를 잘라 만든 들것에 환자를 실어 날랐다. 이날 염 씨와 병사들이 실어 나른 중환자만 셋이었다. 그는 “산꼭대기에서 경비하던 사람이 포탄에 맞아 날아갔는데, 팔이고 뭐고 다 엉망이었다”며 “여름이라 냄새가 아주 고약했는데, 그저 전우를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염 씨의 몸에는 지금도 수류탄 조각이 박혀 있다. 후퇴 작전 중 11명의 전우들과 다리를 건너려는 찰나 염 씨를 뒤따라오던 2명 앞에 방망이 수류탄이 ‘툭’하고 떨어졌다. “수류탄이다!”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터진 수류탄은 전우 2명을 산산조각 냈고, 염 씨의 몸에도 상처를 내며 조각이 박혀버렸다. 그는 “해골이 된 사람 모가지, 다리, 팔 쪼가리가 눈앞에서 떨어지는데 정신이 멀쩡할 수 있었겠느냐”며 “그런데도 적군이 또 뒤에 따라붙어서 아군이 총을 쐈고, 겨우 도망쳐 나와 야전 병원에 입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수류탄을 빼내려고 했는데, 이미 살에 박힌 채 굳어버려서 뺄 수 없다더라”며 “지금도 수류탄 조각이 신경을 건드려서 아플 때가 있다”고 말했다.


▲ 종군기자였던 맥스 데스포가 6·25전쟁 당시 끊어진 대동강 다리를 건너는 피난민들의 참혹한 상황을 담은 사진. 본사DB
■ 6·25 전쟁 후 75년… 노병이 된 참전용사들

10대, 20대 청춘의 나이에 전쟁에 휩쓸린 참전용사들은 이제 90살이 넘는 노병이 됐다. 현재 강원도 6·25 참전유공자의 평균 나이는 93살이다. 매년 200~300명씩 세상을 떠나면서 지난해 1089명이던 회원 수는 올해 3월 979명으로, 1000명선이 붕괴됐다.

이들 중 대다수는 지팡이가 있어야만 겨우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고, 아예 몸을 가누지 못하는 이도 있다. 16살의 나이에 6·25 전쟁에 참전했던 이용모(91·양양) 씨도 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몸이 됐다. 방 안에서 움직이는 것조차 힘겨운 탓에 간병인이 차려두고 간 음식도 겨우 한 끼만 입에 대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협심증 수술을 몇 번이나 해서 숨이 차다 보니 많이 불편하다”며 “그래서 먹고 싶으면 먹고, 먹고 싶지 않으면 잘 안 먹게 된다. 두유 같은 게 차라리 더 편하다”고 했다.

그 역시 다리에 수류탄 조각이 박혔다 빠진 상처가 남아있다. 18살의 나이에 인민군에게서 도망치다 수류탄에 맞아 파편이 박힌 그는 전시 중이라 치료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 씨는 “전시 중에는 치료 같은 것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혼자 수류탄을 뺀 다음 싸매고 있다가 잣나무에 있는 송진을 긁어다 발랐다”고 했다.

19살에 6·25전쟁에 참전한 장도현(95) 씨도 “이제는 옛날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했다. 평양에서 건너와 전쟁에 참여한 그는 길을 닦고 폭파하는 임무를 맡았다. 장 씨는 “군대 생활을 참 힘들게 했다. 폭파하다가 죽을 고비를 참 많이 겪었는데, 고막이 터져서 귀가 안 들린 적도 있다”며 “그렇게 힘들었던 전쟁이 끝나고 이제는 평화가 오니 참 좋다”고 말했다.


▲ 1951년 7월 13일 철원에서 피난민들이 군 트럭을 타고 피난을 떠나는 모습. 원주문화재단 제공
■ 살아남은 자들의 소원

장도현 씨의 아내 심흥남(89) 씨의 소원은 남편과 한날한시에 눈을 감는 것이다. 심 씨는 “내가 할아버지한테 맨날 그래. 한날한시에 같이 죽자고. 할아버지는 수당을 받지만, 할아버지가 죽으면 안 나오잖아. 그러면 나 혼자 어떻게 살아. 그래서 같은 날 죽자고 맨날 그랬지”라고 했다.

심 씨의 말처럼 현재 6·25 참전유공자와 월남참전유공자는 타 국가유공자와 달리 본인이 숨을 거두면, 배우자는 어떠한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10~30만원 가량 배우자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 금액만으로는 살아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참전유공자들은 본인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유가족이 자신의 유공을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

6·25 전쟁이 역사 속에서 잊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 염기원 6·2 5 참전유공자회 춘천시지회장은 “지금 세대들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목숨을 바람과 같이 던져서 이 나라를 지킨 사람들이 지금의 참전유공자들”이라며 “국가와 지자체가 늦었지만 이제라도 유족 승계 입법화를 통해 6·25 전쟁이 후대에도 쭉 역사를 이어나갈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것을 꼭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현정 기자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s://www.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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