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생물학자 윌슨, "이기적인 집단은 이타적인 집단에 진다"

환단스토리 | 2016.07.31 15:39 | 조회 7117

사회 생물학자 윌슨, "이기적인 집단은 이타적인 집단에 진다"


노컷뉴스 | 2016.07.31 11:15


인간 존재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단순할지도 모른다. 생명에는 예정된 목적도, 끝 모를 수수께끼 같은 것도 없다. 우리의 믿음을 얻고자 다투는 악마와 신도 없다. 대신에 우리는 독립적이고 고독하고 허약한, 생물 세계에서 살아가도록 적응한 생물 종이다.


종교의 이름을 내건 테러나 유럽 난민 사태, 남중국해를 둘러싼 국제 갈등은 인류가 치달아 가는 미래에 대한 예측을 어둡게 한다. 인류가 쉽게 중독되는 부족적 갈등이 팀 스포츠에서라면 즐겁겠지만, 현실 세계의 인종적, 종교적, 이념적 충돌 형태로 표출된다면 치명적이다.



인간중심주의는 개인과 집단의 생존에 큰 기여를 해 왔지만 자기 자신에게 과하게 몰입한 인류는 나머지 다른 생명은 보호하지 않는다. 과학 기술의 폭발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커다란 자유를 얻었지만 그만큼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되었다.


신간 '인간 존재의 의미: 지속 가능한 자유와 책임을 위하여(The Meaning of Human Existence)'는 사회 생물학의 창시자이자 통섭의 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내놓은 인류에 대한 통찰과 제언이다.


'인간 본성에 대하여'와 '개미'로 퓰리처 상을 2회 수상한 바 있는 에드워드 윌슨은 생명에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은 채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차근차근 살펴보고 있다.


인간 존재의 의미는 무엇일까? 나는 생물학적 진화와 선사 시대로부터 역사 시대로 들어서서, 막연한 미래로 매일 점점 더 급속히 나아가고 있는 우리 종의 서사시 자체,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어떤 존재가 될지 스스로 선택하는 과정 속에 바로 그 의미가 담겨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모두 성인이자 죄인인, 진리의 수호자이자 위선자인 유전적 키메라(chimera)다. 인류가 어떤 예정된 종교적 또는 이념적 이상에 도달하지 못해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종이 수백만 년에 걸친 생물 진화를 통해 기원한 방식이 그렇기 때문이다.


다섯 개의 부로 구성된 '인간 존재의 의미'는 자연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여정을 통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와 “왜?”라는 궁극적인 질문에 다가가고 있다. 1부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에서 밝히듯 ‘우리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우리 종을 탄생시킨 상황과 과정에 놓여 있다. 인간 조건은 역사의 산물이다. 현재의 인간 조건을 이해하려면, 한 종의 생물학적 진화와 그 종을 선사 시대로 들어서게 한 환경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십만 년에 걸친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를 탐사한다는 것은 우리 종이 어떻게, 왜 출현하고 살아남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열쇠도 된다.


곤충에서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가장 복잡한 사회들이 “진정한” 사회적 조건 또는 진사회성(eusociality)을 통해 출현했다. 생물학자들은 고도로 발달한 인간의 사회적 행동이 동물계의 다른 구성원에게서 보이는 사회적 행동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기원했음을 밝혀내 왔다. 우리는 정서, 생리, 그리고 특히 깊은 역사를 통해 얽혀 있는 지구 동식물상의 일부로 남아 있을 것이다.


개체 선택에서 비롯된 본능적인 충동에 완전히 내맡긴다면 사회는 해체될 것이다. 집단 선택에서 비롯된 충동에 굴복한다면 천사 같은 로봇, 거대한 개미가 될 것이다. 우리의 영원한 갈등은 신의 시험도, 악마의 음모도 아니다. 그저 본래부터 그러했을 뿐이다. 이 갈등은 우주 전체에서 인간 수준의 지능과 사회 조직이 진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일 수도 있다. 우리는 결국에는 타고난 불안을 지닌 채 살아가고, 아마도 그것을 창의성의 주된 원천으로 여기면서 기쁨을 얻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현재 우리는 새로운 탐험의 주기에 들어섰다. 무한히 더 풍성하고 그에 상응해 도전거리가 더 많으며, 점점 더 인본주의적으로 나아가는 탐험이다.


1부에서 인간 본성의 생물학적 기원을 살펴보고 그로부터 인간의 창의성이 대체로 자연 선택의 개체 수준과 집단 수준 사이의 갈등을 통해 나온다는 개념을 도출했다면 2부 ' 지식의 통일'에서는 과학과 인문학이 같은 토대 위에 서 있다는 개념으로 이어진다. 서구 사회의 계몽 운동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과학과 인문학은 각자의 길을 걸어 왔지만 이제 새로운 계몽 운동이 도래하는 때라는 것이다. 첫 번째 계몽 운동은 서유럽이 세계의 항로를 개척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새롭게 세계가 하나로 이어지자, 인류는 지식과 발명을 장려하는 역사적 전환점을 돌게 되었다. 이제 과학과 기술은 인류의 위치를 점점 더 정확히, 지구에서만이 아니라 그 너머 우주 전체에서의 위치까지도 밝혀내고 있다.

과학 지식의 폭발적인 성장은 인문학과 모든 면에서 관계가 있다. 로봇이 의사 결정과 일의 점점 더 많은 부분을 떠맡으면 인간이 할 일은 뭐가 남게 될까? 뇌에 이식한 칩과 유전적으로 향상시킨 지능으로 로봇과 경쟁하고 싶어 할까? 그런 선택은 우리가 물려받은 인간 본성에서 급격히 벗어나고 인간 조건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저자는 인문학이야말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고, 과학이 인류 미래의 절대적이면서 독특한 원천을 엉망으로 만드는 데 쓰이지 않게 막아 줄 수 있다고 말하며, 생물학적 인간 본성을 신성한 수탁물로서 보호하자는 실존적 보수주의(existential conservatism)의 손을 든다.


인간의 존재 의미는, 우리 종을 상상할 수 있는 다른 생명체들과 비교하고 나아가 추론을 통해 태양계 바깥에 존재할지 모를 생명체들과도 비교할 때, 가장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3부 '다른 세계들'에서는 개미에서부터 외계인까지, 새로운 관점에서 인간 세계를 돌아보고 있다. 머리가 하늘을 향하고 페로몬 대신 눈과 귀의 감각으로 소통한다는 진화적 혁신으로 인간은 다른 생물들보다 우위에 서게 되었지만 감각 장애자가 된 셈이다. 그래서 인간은 생물권의 거의 모든 생물들을 대체로 의식하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생물권을 파괴해 왔다. 인구가 적고 자원이 풍부했던 때에는 만회할 시간과 공간도 충분했지만 이제 그 환경을 구해내려면 페로몬의 세계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개미는 사람 뇌의 100만 분의 1에 불과한 크기의 뇌를 갖고서 가장 효율적으로 생존하고 번식하는 초유기체들은 오늘날 정교한 복잡성으로 우리에게 경이로움을 안겨 준다. 하지만 인류 사회를 초유기체로 묘사하는 것은 무리한 확대 해석이다. 우리가 협력, 노동의 분화, 잦은 이타적 행위를 토대로 사회를 구축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성 곤충이 거의 전적으로 본능의 통제를 받는 반면, 우리는 문화의 전달을 토대로 한다.

저자는 생물 다양성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타고난 낙천주의자로서 외계 생명체도 설명한다. 물론 멸망한 행성에서 지구까지 여행할 능력을 지닌 외계인이라면 애초에 행성의 파괴를 피할 능력도 계발했을 것이다. 나아가 저자는 인류가 지구를 소비한 뒤에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경고한다. 각 종에게 맞는 서식 가능한 행성은 단 하나밖에 없으며, 따라서 불멸할 기회도 단 한 번뿐이다.


인류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병목 지점에 도달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나머지 생명을 가능한 한 많이 그 병목 지점 너머 지속 가능한 세계로 데려갈 책임을 안고 있다. 모든 종 가운데 우리만이 생물 세계의 실상을 이해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개체에 가치를 부여해 왔다. 우리만이 동족을 향한 자비심의 질을 측정해 왔다. 이제 그 자비심을 우리를 낳은 생명 세계로 확장해야 할 것이다.


4부 '마음의 우상들'에서는 생물학의 도움을 받아 본능과 종교, 그리고 자유 의지에 깃든 인간 존재의 수수께끼를 해결할 방법까지 논의를 확장한다. 우리가 인간 본성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의 감정과 그 감정이 관장하는 학습의 준비성으로 이루어진 전체다. 연구자들은 인간 본성이 감정과 학습 준비성을 규정하는 유전자에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밝혀내 왔다. 유전자의 최종 산물인 보편적인 문화적 특징들에 들어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 본성은 문화적 진화를 다른 방향들이 아니라 한 방향으로 편향시키고, 그럼으로써 모든 사람의 뇌에서 유전자를 문화와 연결하는 정신 발달의 유전적 규칙성의 집합이다.

한편 종교에는 생물학적 뿌리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있다. 종교의 역사는 인류 자체의 역사만큼 깊거나, 거기에 거의 근접해 있다. 종교의 수수께끼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철학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위대한 종교들은 끊임없고 불필요한 고통의 비극적인 원천이기도 하다. 그들은 현실 세계의 가장 사회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현실 이해를 방해하는 장애물이다. 종교가 지닌 절묘할 만큼 인간적인 결함은 부족주의(tribalism)로서, 선한 사람들에게 나쁜 짓을 하도록 만드는 것은 부족주의이지 순수 종교의 도덕 교리와 인본주의적 사고가 아니다. 문제는 신의 본질이나 존재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생물학적 기원과 인간 마음의 특성에 있으며, 우리를 생물권 진화의 정점으로 만든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의식적 생각이라는 유령을 붙잡는 것이야말로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과학적 탐구라 할 수 있다. 과학자, 철학자, 종교 신자 할 것 없이 신경 생물학자 제럴드 에덜먼의 말대로 “의식은 우리 모두가 인간답고 고귀한 존재임을 보증한다. 의식을 영구히 상실하면, 설령 몸의 활력 징후가 유지된다고 해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자유 의지는 적어도 조작적인 의미에서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는 데, 그럼으로써 인간 종을 영속시키는 데 필요하다


인간은 철저히 혼자이며, 철저히 자유롭다. 이전 시대에 거의 꿈조차 꾸지 못한 새로운 대안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장 '우주에서 홀로 자유롭게' 에서 인간 존재는 초자연적 존재의 창조물이 아니라, 우연과 필연을 통해 나온, 지구 생물권에 있는 수백만 종 가운데 하나임을 강조한다. 인류 종의 통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선결 조건은 정확한 자기 이해다.


인류는 진화의 한 사건으로서, 무작위 돌연변이와 자연 선택의 산물로서 출현했다. 진화는 생물에게서만이 아니라 어디에서든 모든 수준에서 일어나는 우주의 근본적인 과정이다. 진화의 분석은 의학, 미생물학, 농학을 포함하는 생물학의 핵심을 이룬다. 게다가 심리학, 인류학, 더 나아가 종교 자체의 역사도 시간이 흐르면서 이루어지는 진화라는 핵심 구성 요소가 빠지면 무의미하다.


인간 존재를 이야기하는 것은 인문학과 과학의 차이점을 더 제대로 집중 조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과학과 인문학이 서로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기원을 보면 둘은 서로 상보적이며, 인간 뇌의 동일한 창의적 과정들을 통해 나온다. 과학의 발견적이고 분석적인 힘이 인문학의 내성적 창의성과 결합된다면, 인간 존재는 무한히 더 생산적이고 흥미로운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이기적인 개인은 이타적인 개인을 이길지 모르지만, 이기적인 집단은 이타적인 집단에 진다. 그런 일이 반복되는 진화 역사를 통해, 인간은 이기적인 행동과 이타적인 행동 사이에 줄타기를 하는 모순되는 태도를 지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에드워드 윌슨은 그 모순이야말로 지금까지 인류 발전을 추진한 원동력이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것이라고 말한다.


에드워드 윌슨 지음 / 이한음 옮김 / 사이언스북스 /232쪽/ 19,500원


[CBS노컷뉴스 김영태 기자] grea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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