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 지혜의 저널리즘

환단스토리 | 2020.03.04 21:01 | 조회 490 | 추천 4

팬데믹 시대, 지혜의 저널리즘


한국일보 2020-03-04 


불안 키우는 단편적 보도 넘어

맥락 짚고 깊이 있는 분석 절실

시민도 ‘미디어 리터러’시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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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은 채 격리병동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관련 정보 수요가 폭증하면서 뉴스 트래픽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하지만 결코 반갑지 않다. 재난 탓에 얻은 관심이어서만이 아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물음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더 절실한 언론의 사명. 요컨대 언론은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때 적절한 방식으로 전하고 있는가. ‘기레기’ 운운하는 독한 비난보다 더 안타깝고 아픈 것은 욕설 하나 섞이지 않은 이런 댓글이다. “뉴스가 되레 불안감을 키우고 서로를 물어뜯게 만드는 것 같아요. ㅠㅠ.”


위기 상황에서 가장 경계할 것은 극단적 비관론이다. 그러려면 현 사태에 내재된 불확실성을 인정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전파력과 치명률 등 중요 정보에 관한 데이터가 쌓이고 있지만 여전히 어림짐작이 많고 최초 감염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백신과 치료제가 언제쯤 나올지 알 수 없다. 신천지 집단감염 역시 누구도 예측 못 한 돌발 변수다. 다행인 건 실수와 엇박자가 없지 않았으나 정부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방역요원과 의료진의 헌신 덕에 신속한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국민 대다수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국뽕’에 취할 일은 아니지만 해외 전문가들과 언론들의 호평을 애써 폄훼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언론도 이제 단편적 사실 보도를 넘어 맥락을 짚고 깊이 있는 분석을 제시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미국 언론학자 미첼 스티븐스가 제안한 ‘지혜의 저널리즘’ 말이다. 먼저 익숙한 사건사고 보도 프레임에서 벗어나 재난, 특히 전 세계가 영향권인 감염병 보도가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워싱턴포스트의 건강과학 에디터 로라 헬무스가 ‘코로나19 감염병을 오보 확산 없이 보도하기’란 글에서 제시한 13가지 팁이 길잡이가 될 만하다. ‘전문가를 가장해 자신을 팔려는 사람들을 경계하라, 허위 사실은 즉각 바로잡아라, 말도 안 되는 주장에까지 동등한 기회를 주는 ‘잘못된 균형’을 피하라, 보건 시스템과 과학의 작동 방식, 바이러스의 정체 등 맥락을 포함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와라.’ 헬무스는 “올해 가장 긴급하고 복잡하며 숨 가쁘게 전개될” 코로나19 위기를 다루면서 기자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자”는 제안도 했다. 이 기회에 감염병과의 전쟁의 한 축을 담당한 기자들의 국제협력 네트워크가 구축될 수 있길 희망해 본다.


세계적인 바이러스 전문가 네이선 울프는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에서 “우리는 앞으로 파도처럼 끝없이 밀려드는 새로운 감염병 대유행(팬데믹ㆍPandemic)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시민도 관련 정보를 이해하고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위험 판단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첫걸음은 ‘미디어 리터러시’, 즉 쏟아지는 정보들을 가려 판단할 줄 아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가장 먼저 걸러야 할 정보는 기승전-정부 비판에 매몰된 정파적 주장들이다.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공세가 대표적이다. 극단적 봉쇄 전략이 실효를 거둘 수 없는 이유는 이미 숱한 전문가들이 설파했다. 하나만 짚자. 이를 가장 거칠게 주장해 온 언론사의 기자가 봉쇄령이 내려진 우한을 빠져 나와 쓴 생생한 탈출기야말로 봉쇄론의 구멍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문화비평가 리베카 솔닛은 미국을 뒤흔든 대재난의 현장에서 피어난 시민들의 연대를 섬세하게 묘파한 ‘이 폐허를 응시하라’를 한 장의 사진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당시 전소된 언덕 위 저택에 덩그러니 남은 석조 현관 프레임에 담긴 도시의 풍경. “재난은 때로 제도와 구조를 허물고 사생활을 중단시켜 더 넓은 눈으로 그 너머에 있는 것을 보게 해준다. 우리 앞에 놓인 임무는 그 문을 통해 보이는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 가능성을 일상의 영역으로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바라건대 사회 곳곳에 존재하되 쉬 드러나지 않았던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내어주며 이 위기를 함께 이겨내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기를.

https://news.nate.com/view/20200304n43812?mid=n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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