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평전’ 30권 펴낸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이야기

신상구 | 2020.05.04 18:59 | 조회 241 | 추천 0

 

                                                    ‘인물 평전’ 30권 펴낸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이야기

   “내후년이 ‘3·1혁명’ 100돌인데, 그 주역인 의암 선생이 의외로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선생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역사적 변혁을 주도한 중심 인물이다.”
   지난 30년 가까이 몰두해온 근현대사 인물 평전 작업 30권째로 <의암 손병희 평전-격동기의 경세가>(채륜 펴냄)를 펴낸 김삼웅(74) 전 독립기념관장은 그 세 가지를 이렇게 정리했다.
   “첫째, 동학군 북접 사령관인 ‘통령’으로 10만 혁명군을 이끌고 관군·왜군과 싸운 치열한 혁명가다. 둘째, 동학 3세 교조로 동학을 천도교로 개칭해 민족종교로 만든 종교지도자다. 셋째, 일제강점기에 기미 3·1독립혁명을 주도한 독립운동의 선각자다.”
김 전 관장은 “운동으로서 동학과 3·1은 좌절당하거나 실패했을지 모르지만, 혁명의 역사로 보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과 1948년 정부 수립으로 이어진 성공의 역사요, 그 중심에 의암 선생이 존재한다”고 했다.
   의암은 3·1 거사 뒤 재판정에서도 시종일관 독립운동 의지를 당당하게 밝히면서 민주공화제 수립 뜻을 펼쳤다. 8·15광복 뒤 11월23일 환국한 임시정부 주석 백범 김구가 닷새 뒤인 28일 순국지사 순방 첫번째로 찾아간 곳이 서울 우이동의 의암 묘소였다. 천도교 쪽도 그랬지만, 1919년 3월 서북간도와 연해주의 독립운동가들이 수립한 대한국민의회가 발표한 임시정부 조직에는 의암이 대통령·박영효가 부통령·이승만이 국무총리였다.
   손병희(1861~1922)는 충북 청원군 북이면에서 청주목 하급관리인 아전을 지낸 중인집안 서자로 태어나 젊었을 땐 ‘건달’ 노릇도 했으나 자력으로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동학 2세 교조 해월 최시형한테서 의암이란 호를 받아 이름 그대로 의롭게 살려고 평생 노력했고 남접의 녹두장군 전봉준과는 의형제까지 맺었다.
   김 전 관장은 그가 3·1독립선언 거사 자금을 대고, 기독교와 불교 유력자들을 독립선언 대표로 끌어들이는데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면서, “그가 없었다면 3·1혁명 자체가 가능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독립선언서를 인쇄한 곳도 그가 세운 인쇄소 보성사였다. 의암은 거사 뒤 일본으로 몰래 건너간 뒤에도 오사카·교토·도쿄 거리를 거침없이 활보하고 다녔다. 당시 최남선, 이광수, 방정환 등 젊은 인재들을 일본으로 불러내 공부하게 했고, 훗날 어린이날을 제정하는 소파 방정환은 사위로 삼았다. “부채로 넘어가게 된 보성전문학교를 천도교 기금으로 살려내 오늘의 고려대 터전을 닦은 것도 의암이었죠.” 김 전 관장은 지난해 10월 일본을 방문해 의암의 궤적을 답사하기도 했다.
   “의암은 한때 항일 무력항쟁을 위해 무기를 사들이기도 했으나 비폭력 평화투쟁 쪽으로 생각을 바꿔, 3·1 독립선언서를 쓴 최남선에게도 평화시위임을 강조하라고 했다. 오늘날 촛불 평화시위의 뿌리가 거기까지 이어진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
   그는 “대의제가 제기능을 못하니까 국민이 직접 나선 것”이라며, 촛불시위를 일제강점기와 박정희 독재가 남긴 적폐들을 청산하려는 ‘이중혁명’이라고 했다.
   1990년 <평민신문> 재직 때 ‘평전 제1호’로 <박열 평전>을 낸 이래 해마다 1·2권씩 평전을 내온 그는 “30대 시절 ‘도스토옙스키 전집’를 샀으나 난삽한 번역 때문에 애를 먹었는데, 역사가 에드워드 H. 카가 쓴 ‘도스토옙스키 평전’을 읽고, 아, 한 인생을 이렇게 정리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 쓰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9년 전쯤 정착한 경기도 남양주시 한강변의 덕소 자택에는 그때부터 모은 인물·역사·종교·사상 등의 자료 3만권이 도서관을 이루고 있다. 7년 전 집필을 시작해 현재 ‘박정희 평전’까지 매일 15매씩 연재중인 <오마이뉴스>의 누적 독자는 970만에 이른다.
   전남 완도 출신으로 잡지 <사상계> 신인 논문상에 입선한 그는 70년 김지하의 ‘오적’ 필화사건으로 사상계가 폐간당하면서 논객의 꿈을 접어야 했다. 마침 부완혁 사장이 신민당(당수 유진오) 정책위 의장으로 옮겨가면서 갓 창간된 기관지 <민주전선> 편집자로 그를 추천하면서 저술가가 됐다. 그때 편집장 등으로 15년을 일하면서 중앙정보부(국정원)에 끌려가 고문 받았던 후유증 때문에 평생 약을 대놓고 먹고 있다. 그 뒤 <평민신문> 주간과 아태평화재단 기조실장 등을 거쳐 <서울신문> 주필과 독립기념관장도 맡았다.
   그는 지금도 매일 아침 두어 시간 신문들을 정독하고, 헌책방까지 뒤지며 자료를 찾아 읽고, 쓰고 있다. 최근엔 이탈리아 여행 때 편도 12시간의 비행을 왕복하며 크로포트킨의 600쪽짜리 자서전 <한 혁명가의 회상>을 다 읽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50권쯤 써볼 작정이다.” 마지막 작품은 다산 정약용 평전으로 잡았는데, 이를 위해 36년 위당 정인보가 쓴 <여유당 전집> 원판을 일찌감치 구입해놨다.
                                                                                      <참고문헌>
   1. 한승동, "건강 허락할 때까지 역사인물 50명 정리해보겠다”, 한겨레신문, 2017.2.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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