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은 죽이는게 목적이 아니다.
|
||||||
활에 관해 영조는 모르는 게 없었다. 한번은 무신 홍화보가 어명으로 활을 쏘게 되었는데, 어찌된 셈인지 단 한 발도 맞히지 못했다. 왕은 즉석에서 원인을 규명해냈다. “그대가 활을 쏠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각궁이 너무 늘어져서 그렇다.” 왕은 이렇게 말하고서 자신의 활을 꺼내 단번에 표적을 꿰뚫었다. “나는 한 번 맞히면 족하다. 그대가 이 활을 받아 간직하거라.” 영조는 즉석에서 자신의 활을 홍화보에게 하사했다.(정약용의 <다산시문집>) 활솜씨도 대단했지만 활에 대한 영조의 지식 또한 해박하였다.
조선 식자층은 활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이익은 강궁의 원리를 파헤쳐, 화살이 길고 활이 강하면 화살이 부러진다고 분석했다. 그 문제는 기계를 통해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한동안 이런 식으로 기계의 장점을 논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뜻밖의 결론을 내렸다. “백성이 곤궁하여 굶주림과 추위를 헤어나지 못하면 싸움터를 달게 여길 리 없다. 기계란 하나의 보조수단일 뿐이다.”(<성호사설>)
“내 활은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다.” 영화 <최종병기 활>(감독 김한민)의 대사도 이익의 생각과 상통한다. 활에 정통했던 영조 때, 예언서 <정감록>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삶에 지친 백성들은 난세의 해답은 오직 “궁궁”(弓弓)에 있다고 했다. 오직 활과 활에 살길이 있다는 이 말의 실체를 놓고 다들 의견이 분분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음양이 미분화된 태극 곧 후천개벽에 대한 기대였다. 영조는 눈앞의 활에만 눈이 밝았던 것은 아닌가.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 날짜 |
---|---|---|---|---|
[회원게시판 이용수칙] | 관리자 | 51492 | 2023.10.05 | |
상생의 새문화를 여는 STB 상생방송을 소개합니다. | 환단스토리 | 211817 | 2018.07.12 | |
7 | [자유게시글] 단군조선연구회의 연혁과 설립 목적 | 신상구 | 6562 | 2016.01.08 |
>> | [자유게시글] 내 활은 죽이는게 목적이 아니다. | 만국활계 | 7803 | 2011.10.02 |
5 | [자유게시글] RE: 증산 상제님께서 말씀하신 학교의 목적 [1] | 진성조 | 7213 | 2011.04.12 |
4 | [자유게시글] [우주관 정리] - 11. 우주 본체의 운동 [1] | 피리 부는 사람 | 12602 | 2011.03.17 |
3 | [자유게시글] 생존의 비밀 | 피리 부는 사람 | 6860 | 2010.09.22 |
2 | [자유게시글] 대중은 직관으로 구매한다. 믿는바(이유,목적,신념)를 팔아라. 당신의 임 [1] | 실비아김 | 5394 | 2010.08.06 |
1 | [자유게시글] ["인간은 재주가 없어서 라기보다 목적이 없어서 실패한다. - 빌리 선데 [1] | 김선경 | 8061 | 2010.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