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 소제동 철도관사촌 가치

신상구 | 2020.05.12 03:00 | 조회 235 | 추천 2

                                    대전 동구 소제동 철도관사촌 가치

                                                                                                  대전일보 2020.5.11일자. 5면                                                 
  도시재생의 중요성은 날로 커진다. 대전은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도시 역시 물리적으로 급속 성장했다. 반대급부로 기존 구도심 지역은 활기가 사라졌다.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도시'가 속출했고 콘크리트 도시가 들어선 신도심은 인구과열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한다. 쇠퇴한 도시에 다시 숨결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의 필요성이 새삼스럽게 강조되는 이유다.

   대전의 대표 원도심인 동구 소제동 철도관사촌을 놓고 벌어지는 보존·개발 이견은 첨예하다. 역사·문화적 가치가 깃든 관사촌을 보존하자는 주장과 더 이상 낙후된 동네를 두고 볼 수 없다는
재개발 찬성 입장은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제동 철도관사촌이 품고 있는 역사·문화적 소재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본 논리가 아닌 경험적 질적 차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건축가인 유현준 홍익대 교수는 소제동의 '휴먼스케일'을 주목했다. 인간의 몸 크기를 기준으로 정한 공간 또는 척도인 휴먼스케일이 어느 곳보다 뚜렷한 곳이 대전 철도관사촌 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 교수는 "현대인들은
아파트라는 한정적인 공간 속에 갇혀 있다. 휴먼스케일로 볼 수 있는 골목길이 없는 셈"이라며 "소제동의 가치는 기존 관광지와 다른 공간 체계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 교수는 "단층집, 골목길 등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중요한 관광 자원이 된다"며 "이런 점을 갖춘 곳이 소제동"이라고 말했다.  

  신수진 한국외국어대 교수(전 문화역서울 284 예술감독)는 "관사촌을 보존했을 경우 미래, 시간이 흘렀을 때 가치는 더 커질 것이다. 새로 짓는 것은 계속해서 만들어질 수 있지만, 100년 전에 지어진 것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래된 것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잘 살려 새로 만들어지는 주거 공간과의 차별성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부연한 신 교수는 '소제동의 어우러짐'을 지목했다.

  그는 "철도관사촌의 주민들. 예를 들어 대동천에서 산책하고 있는 사람들, 미술관 형태의 공간, 콘텐츠·
전시를 넣을 공간 옆에 실제 거주하고 있는 공간들이 어우러지는 현상은 커뮤니티로 여겨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입주민들 입장에서는 왜 굳이 그런 가치를 소제동에 적용해야 하냐는 물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바꿔 말해 대단위 주거지가 됐을 때 최고급 단지로만 머무를 것인지, 이미 쌓여 있는 시간(관사촌)을 활용할 지가 중요하다"며 "바로 옆 담장에서 쾌적한 문화공간(관사촌)이 있다는 점은 아파트 안에서 살 때보다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현준 교수도 "골목길과 아파트가 공존하는 새로운 형식, 신구가
조화를 이루는 아파트 단지를 만드는 게 효과적"이라고 의견을 보탰다.

   근대문화자산을 활용한 원도심 복원 사례는 타 지자체에서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해 '원도시 대개조 비전'을 내놨다.

   원도심을 무조건 개발하기 보다는 근대문화자산을 활용해 근대 역사 테마거리, 백년 옛길 등을 조성해 '부산형 주거재생
모델'을 형성하고 있다.

   근현대 지역 주민의 삶이 남아 있는 산복도로 일대에 시민 예술 카페거리와 분산형 숙박시설 조성 계획도 세웠다.

   충남 천안시는 쇠퇴일로인 천안역 일대에서 지역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사업을 펼쳐 유동인구가 급격히 느는 효과를 거뒀다. 민관거버넌스 구축 필요성이 강조되는 게 같은 맥락이다.

   유현준 교수는 "소제동 일대 개발 계획은 10여 년 전 세워졌다. 시대는 변했고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 건물을 유지하면서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많다. 지자체가 나서 건폐율 등 각종 규제를 풀어준다면 사업주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비용을 아낄 수 있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면 유동인구 증가에 따른 부동산 가치도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지자체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기보다 다양성을 확보한
소자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며 "기존 계획대로 개발이 진행되면 소제동의 이점이 사라지게 된다. 민관이 하나의 비전을 갖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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