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증산도는 우주원리 담은 종교

2010.03.09 | 조회 2892

증산도는 우주원리 담은 종교, 러시아에 증산도를 알리는 건 작은 `개벽`
경전 `도전道典` 번역 맡은 아크닌


"만국활계남조선(萬國活界南朝鮮)이요 청풍명월금산사(淸風明月金山寺)라(만국을 살려낼 활방은 오직 남쪽 조선에 있고 맑은 바람 밝은 달의 금산사로다)."


어지간한 이가 아니라면 우리가 읽어도 쉬 들어오지 않을 구절들과 2년 넘게 씨름하고 있는 이방인이 있다. 증산도 사상연구소의 연구원 빅터 아크닌(55.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증산도 경전인 `도전(道典)`의 명구를 발췌, 요약한 `도전 성구(聖句) 모음집`의 러시아 판을 만드느라 2년 넘게 하루 14시간씩 매달리고 있다.

남부 시베리아 하카스 자치공화국 태생인 그가 한국어를 접한 것은 1969년. 레닌그라드 국립대학교(현 상트 페테르부르그 대학) 동양학부 조선어학과에 입학하면서였다. 대학 재학 중이던 73~74년엔 북한 유학도 다녀왔다. 75년 대학을 졸업한 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언어학연구소 연구원과 상트 페테르부르그 대학의 한국어문화센터 부소장 등을 맡았으니 한국과의 인연은 40년 가까운 셈이다. 90년 한글학회 회지에 논문을 싣기도 했고 97년엔 이청준의 소설 `소문의 벽`을 번역, 출간하는 등 러시아에선 손꼽히는 한국전문가다.


2000년 카나다로 이민 가 안락한 생활을 하던 아크닌 연구원은 2004년 12월 증산도의 초빙을 받아 한국에 왔다. "보수가 좋지 않았다면 오지 않았겠지요" 증산도 일을 맡은 이유를 묻자 바로 농담으로 답한다. 그러더니 "97년 러시아에 있을 때 증산도 포교자료를 번역하는 일을 맡았는데 다 끝내지 못해 마음의 빚이 있었고, 기독교의 개척자들처럼 증산도를 러시아에 알리는 데 기여한 인물로 역사에 남을 수 있으리란 생각도 들었다"고 속마음을 밝혔다. 또 한자어와 사투리가 뒤섞인 도전을 러시아어로 올바로 옮길 사람도 몇 없다는 사명감도 작용했단다.


그런데 신앙이 없다는 사람이 증산도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우리 증산도는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종교"라거나 "도전은 도덕규범을 가르치는 성경 등과 달리 천.지.인의 우주원리를 담고 있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다.


"증산도를 세운 강증산 상제님과 태모 고수부님의 가르침과 생애를 집대성한 도전(道典)은 한국의 역사, 문화, 사회상을 담은 한국적 경전이자 한국인의 보물"이라며 러시아 판이 나오면 한국문화나 종교 연구자들, 동아시아를 사랑하는 러시아인들에게 귀한 선물이 될 것이라 자신했다.


증산도에 대한 사랑은 한국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졌다. 지난 해 10월 추석 때 대구, 경주, 합천을 돌아오는 500㎞가 넘는 4박5일간의 자전거 여행을 홀로 했단다. 당시 바퀴가 펑크났을 때 한국인의 푸근한 정을 맛볼 수 있었다며 한국예찬론을 펼쳤다.


성경, 불경의 예에서 보듯 경전의 번역은 종교의 전파에 큰 역할을 한다. 민족종교인 증산도가 영어 중국어 등 6개국어 판에 이어 러시아어로 도전(道典)을 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5월 완료를 목표로 교열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아크닌 연구원은 러시아를 위해 증산도가 말하는 작은 `개벽`을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중앙일보, 2007년 1월 5일자)


대전=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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