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부일체 君師父 一體

2010.03.11 | 조회 4765

안병우<충북대교수>

동방의 통치문화의 근원을 보면 천자문화가 있다. 천자(天子)란 천상세계를 통치하는 온 우주의 주재자인 천제의 아들(天帝之子)이란 의미로서 천제를 대신하는 인간세상의 통치자를 말한다. 천제는 지존의 자리에 있기 때문에 윗 상(上)자를 붙여서 상제라고도 한다.이 상제를 중국의 도가와 유가에서는 옥황상제라고 하는데 반해 한민족의 고유 신앙인 신교에서는 삼신상제라고 하였다.


고려 공민왕 때 재상을 지낸 행촌 이암 선생은 ‘단군세기서문’에서 삼신(三神)을 삼신일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상제는 한 분이시지만 작용으로 보면 조화신(造化神), 교화신(敎化神), 치화신(治化神)의 셋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조화신은 인간과 만물의 생명을 낳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아버지(父)와 같고, 교화신은 가르침을 통하여 지혜를 열어주기 때문에 스승(師)과 같고, 치화신은 공평무사로써 현상세계의 질서를 바로잡아 다스리기 때문에 임금(君)과 같다는 것이다.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는 하나다’라고 단순하게 알고 있던 군사부일체는 유가문화의 산물이 아니라 삼신상제를 숭배한 한민족 신앙문화와 철학의 결정체임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천제가 군사부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천자도 군사부가 된다. 우리역사속의 천자는 환인, 환웅, 단군이 대표적이며 고구려를 세운 고주몽도 스스로 천자라고 하였고,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나라이름을 바꾼 고종황제도 천제에게 제를 올리고 천자로 등극한 바 있다.


주역 건괘의 문언전에서는 천제와 천자의 관계를 비룡재천(飛龍在天)과 현룡재전(見龍在田)으로 대비하고 있다. 하늘에 있는 비룡은 천제요 밭에 있는 현룡은 천자인 것이다. 용은 군덕(君德)을 갖춘 대인군자 즉, 참된 지도자를 상징하는데, 만백성의 어버이로서 부도(父道), 지혜와 깨달음을 열어주는 스승으로서의 사도(師道), 대인대의로 만인의 추앙을 받는 인주(人主)로서 군도(君道)의 격을 갖춘 인물이 참지도자의 모습일 것이다. 권력과 출세의 요지경인 대선판에서 춤을 추는 많은 인물들을 보며 군사부일체의 격을 갖춘 지도자가 더욱 생각나는 계절이다.


[대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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