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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칼럼 - 진리와 다투어 시험에 들지 마라

2019.09.27 | 조회 3497 | 공감 0

진리와 다투어 시험에 들지 마라

김재홍(충남대 철학과 교수) / STB상생방송 <소통의 인문학, 주역> 강사

 
충남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철학박사 학위 취득(중국철학 전공, 세부전공 : 주역과 정역). 충남대학교 역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역임, 목원대, 배재대, 청운대 외래교수 역임하였고, 현재 충남대학교 철학과에서 강의 중이다. STB상생방송에서 〈주역 계사상·하편〉 강의를 완강하였고 현재 <〈소통의 인문학 주역〉을 강의, 방송 중이다. 

현대인들은 대다수가 종교를 가지고 있으며, 그 경전經傳을 통한 신앙적인 생활에 충실하고 있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문화적인 전통(순리順理)에 따라 생활하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종교적 대상과 하늘에 대해서 개인적인 소망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나름대로 설정된 물리적 시간이 지나도록 응답이 없으면 실망과 좌절 속에 진리를 불신하거나 다투게 된다.

『주역』의 천수송괘天水訟卦에서는 여러 가지 송사訟事들 중에서 ①자기 자신과의 싸움, ②인간과 하늘(진리) 간의 송사 등에 대해서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천수송괘天水訟卦


①상上에는 강건剛健한 천天(☰)이 있고, 아래에는 험난한 물(수水☵)이 있다. 하늘은 위를 보고 높이 올라가고,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내린다. 이것은 하늘과 물은 서로 가는 방향方向과 뜻이 달라 서로 다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②첫 번째와 세 번째의 음효는 세상을 받아들이고 인내를 하라는 의미이다. 상괘와 하괘가 자리바꿈을 하여도 역시 그 세계를 받아들이고 참고 기다리라는 뜻이다. 결국 상황은 변하니까, 내가 일부러 변화를 일으키려 하지 말고, 그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③송사에 이기더라도 상괘(양효 3개) 하괘(양효 1개)로 상괘가 강하기 때문에 결국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기에 빠질 위험이 있으니 경거망동하지 말고 신중하게 때를 기다려야 한다.

 

『주역』의 천수송괘에서는 송사를 어떻게 이길 것인가가 아니라 송사를 중단하게 하거나, 송사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인간사에 있어서는 대립과 갈등의 해소를 위해 중화를 통한 상생과 소통을 모색함에 목적을 두고 있다.

송괘의 괘상을 보면 상上의 건괘(☰)는 몹시 강건하다. 그리고 하下의 감괘(☵)는 성질이 험난하다. 이것을 인사적으로 보면 위에 있는 사람이 아래에 있는 사람을 몹시 멸시하고, 아랫사람은 험악한 성질을 가졌으므로 윗사람의 멸시를 참지 못하고 다투게 된다. 동서고금의 싸움은 대체로 이 상강上剛과 하험下險의 성질에서 온다고 한다.

대등한 두 사람이 만났을 때 한쪽 사람이 험한 성질을 가지고 있고, 다른 쪽 사람이 강한 성질을 가지면 서로 싸움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강하지 않거나 험하지 않을 때는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다.


 

천수송괘에서는 “송사는 진실한 믿음이 있더라도 막혀서 두렵다고 하니, 중도中道에 맞으면 길하고 끝까지 함은 흉하니, 대인을 봄이 이롭고 대천을 건넘은 이롭지 않다.”라고 하였다.

먼저, 송사에 대해서 내가 이길 수 있는 믿음이 있더라도 두려운 것이니, 스스로 깊이 삼가며 중도中道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인사적으로도 중도中道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남들과 싸우는 일이 없을 것이며, 만약 싸운다 하여도 곧 중지中止하고 말 것이니 길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지 못하고 끝까지 싸우게 되면 흉하다고 말한다.

다음으로 대인을 만나 자각을 하면 이롭다는 것은 송사가 있으면 성인의 말씀 속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인사적으로 말하면 대인은 강명지덕剛明之德과 중정지덕中正之德을 가진 성인聖人이다. 이 대인을 만나 시비를 가리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대천을 건너면 이롭지 못하다는 말은 하늘과 진리에 대한 송사를 두고는 큰일을 절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즉 송사를 하는 마음으로는 성인의 말씀을 만나도 자각은커녕,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를 버리고 성인지도에 대한 겸손이 없으면 결코 험난한 큰 강을 건널 수 없다. 도리어 험난함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공자께서는 “하늘과 물이 어긋나게 가는 것이 송사이니, 군자는 이로써 일을 하되 처음을 잘 도모한다.”라고 하였다. 상上의 하늘은 높은 곳에서 돌고 있으며, 하下의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내린다. 들어가는 방향이 서로 다르다. 이것이 송괘訟卦의 상象이다. 서로의 뜻이 다르고 가는 길이니 하는 일이 다르면 싸움이 일어난다. 이것은 인간의 잘못된 생각으로 하늘의 뜻과 어긋난다는 것이다. 군자는 이것을 보고 일을 하는데 시작부터 잘 살피라는 것이다. 성인지도를 기준으로 인간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리고 하늘의 은택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천수송괘에서는 인간과 하늘의 송사에서는 인간이 결코 이길 수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하늘 아래에 있는 험난한 물이 비록 성정이 험하고, 하늘과 다투므로 바른 자리에 있지 못하지만 싸움을 중지하게 되면 화를 면하게 된다고 한다. 달리 말하면 하늘과 송사는 진리와 다투는 것이요, 성인과 싸우는 것이니, 신하의 도리로서 싸움을 중지하고 근신하게 된다면 큰 화를 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하늘과 계속 싸울 수 없음을 깨닫고 자신의 교만함을 되돌아보면서 반성한다면 화를 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군자가 성인과 싸우는 것이므로 도저히 이길 수 없다. 그러므로 하늘 아래에 있는 군자가 성인과 싸우는 것은 스스로 우환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천수송괘에서는 진리에 순응하고, 성인의 말씀에 복종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결국은 화를 면하며 길을 얻게 되는 지혜이다. 군자의 겸양지덕으로 자기의 분수를 지키며, 성인지도를 간직하고 군자지도에 안주하라는 것이다.

 

천수송괘에서는 성인지도는 이길 수가 없으니 이를 깨닫고 정도正道를 지키라고 말한다. 즉 바른길로 돌아가 천명을 얻으라고 말한다. 내가 변해야 한다. 인간적인 사심을 버리고 정도正道로 돌아와 천명의 바른 이법을 따르며, 싸울 생각을 바꾸고 정도正道를 굳게 지키면 길함을 얻고 바른길을 잃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천수송괘에서는 “큰 띠를 받더라도 조회가(아침이) 끝날 때까지 세 번 빼앗길 것이다. 송사를 해서 관복을 받는 것이 또한 공경할 것이 못 된다.”라고 말한다. 세상에는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노련한 처세로 교만하기 일쑤다. 그런 사람일수록 강강하며 중정의 덕이 없으므로 송사를 당하여 많은 불평불만을 가지며 남과 싸우고 다투게 된다. 특히 성질이 강하고 교만의 극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싸움을 끝까지 밀고 나가고 타협을 하지 않는다. 때로는 승리하는 수도 있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송사에 이겨서 때로는 높은 자리에 올라 명목命服을 받고, 반대鞶帶를 받는 일도 있지만 그것은 결코 오래가는 것이 아니고 아침이 끝날 때까지 세 번이나 옷을 벗게 된다고 말한다.

송사는 좋은 일이 아니다. 원인은 과욕을 부린 내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성인의 말씀에 대한 믿음과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인사적으로는 간혹 송사를 통해서 무리해서 승리를 얻고 높은 관직과 부귀영화(?)를 누리는 일이 있더라도 그것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결코 명예로운 일이 아니며 오히려 치욕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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