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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칼럼] 철학을 바라보다 3 - 고결함에 대해(1)

2020.06.23 | 조회 123 | 공감 0

상생문화연구소 황경선 연구위원



“​지고자​에 대한 욕망의 고결함은 그 자체로 ​

지고자​의 부름입니다.”(마라하지, 『 I AM THAT』)


아리안은 누구를 혹은 무엇을 말할까? 아리안은 일반적으로 기원전 1500년경 중앙아시아에서 인도 북부나 이란 지역으로 이주해 온 고대 민족 또는 독일인의 뿌리가 되는 족속 등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아리안은 종족의 이름이 아니라 문화를 가리킨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아리안은 ‘고결한’, ‘고귀한’, ‘훌륭한’이란 뜻이다. 어떤 삶을 영위하기에 고귀한 사람들 혹은 고결한 문화로 불렸을까?


Peter Wilberg는 「Heidegger, Yoga and Indian Thought」라는 자신의 글에서 아리안에 대한 Raljiv Malhotra의 설명을 인용한다. 다소 길지만, 아리안에 관한 정황을 대략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리란 생각에 거의 그대로 여기에 다시 옮긴다. 


인도의 문헌들은 'Aryan'을 종족의 이름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단지 고결한 문화를 가리킨다. 남인도 왕이나 인도 문명을 남동 아시아로 이식하는 역할을 했던 남인도 유랑민들이 스스로를 'Aryan'이라고 불렀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신비한 아리안 족을 고안해낸 것은 유럽 학자들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기독교 서구 문명이 품은 고귀함의 비밀을 드러내고 세계에 대한 서구의 종교적 정치적 지배를 정당화하는 데 있다.


나아가 이들은 아리안이 유럽의 종족을 가리켰다고 추정하면서, 유럽이 아리안 문명을 그들의 유산으로 권리 주장할 여지를 만들었다. 유럽인들은 신비한 아리안과 헤브라이즘의 유일신론을 자기들의 것으로 결합시켰다. 이러한 이중의 유산은 유럽의 제국주의적 숙명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아리안 종족’이란 이름은 대부분 1870년 이후에 그리고 대체로 영국에서 등장했다. 19세기 후반부 인도의 사정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을 때 스스로를 아리안이란 간주해왔던 인도 유럽어족은 자신들의 기원을 카스피해海에서 발트 연안에 이르는 인도 바깥의 지역에서 찾게 되었다. 19세기 말에는 인도유럽어의 유래인 산스크리트어가 희랍어와 자매 언어로 간주되는 위상 변화와 다윈 진화론의 부상, 인종학의 발전이 얽히면서 인종주의가 나타났다.


‘아리안 종족주의’는 단지 그 후 등장하는 나치즘 배후의 한 요인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들은 ‘인종학’이다. 반교회적 태도, 반유대주의, 진화론의 확산 그리고 과학적 진보의 목적론에 대한 믿음들이 1900년 무렵의 가장 강력한 정서였다. 서구인들은 발견되어야 할 모든 것들이 발견됐으며 그들이 지구의 주인이라고 여겼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독일의 경우이다. 1900년에 이르기까지 독일에서 아리안 종족주의는 유럽의 다른 지역과 같이 일부 학계 안에서 확고하게 세워졌다. 처음에 독일 사상가들은 인도를 그들의 요람으로 추켜세웠다.


뒤에 가서 토착적인 독일 혈통의 기원을 구해야 할 필요에 따라 ‘아리안들’은 독일인들이며 인도인들은 덜 순수한 방계라고 공표되었다. 열악하고 가난한 인도 사회는 많은 학자들로 하여금 기독교 배타주의로 돌아서고 독일 민족주의를 옹호하게 만들었다.


1700년에서 1950년까지 인도에 대한 독일인들의 연구 분량은 놀라울 정도이다. 여기에는 당대에 가장 저명했던 일부 독일 사상가들의 많은 저술들도 포함된다. 그럼에도 오늘날 유럽사에 대한 교과서에서 인도의 영향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인도의 만(卍) 자는 이러한 전용轉用의 상징이며 유럽의 유대인과 아시아의 인도인을 위협하고 억압하는 가공된 인종 이론의 결과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는 서구인들은 매우 드물다. 




고결한, 고귀한 문화를 가리키는 ‘아리안’은 유럽의 민족주의와 기독교 배타주의에 의해 종족을 가리키는 이름이 되었고, 나아가 그들의 기원에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설명은 아리안에 대한 최종적인 것은 아니다. 여전히 아리안에 대한 정설은 마련돼 있지 않다. 이런 사정 속에서도 아리안의 뜻이 ‘고결한’, ‘고귀한’이란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인도 원주민과 달랐던 어떤 이주민들이 그런 뜻으로 스스로를 아리안이라고 불렀을까, 아니면 아리안들의 생활을 보고 고결하게 여긴 원주민들에 의해 그런 의미가 성립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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