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말기 대상인, 여불위(呂不韋)의 성공조건

신상구 | 2020.05.22 05:15 | 조회 52 | 추천 0

전국시대 말기 대상인, 여불위(呂不韋)의 성공조건


   중국 역사에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유명한 인물을 꼽으라 하면 아무래도 진시황이 첫손가락으로 꼽히게 된다. 천년에 걸친 천하대란을 종식시키고 중국 최초의 통일제국을 이뤄낸 진시황의 강력한 추진력과 통일 이후 독재자의 모습, 그리고 어이없이 급속했던 붕괴가 선명하게 대비되면서 모든 사람에게 강력한 이미지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1.  중국 첫 통일제국 이룬 진시황 ‘출생의 비밀’
   그런데 진시황은 사실 그 출생부터 극적이었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진시황이 바로 여불위(呂不韋)의 사생아라는 점을 확신하면서 이 사실을 사기 열전 ‘여불위전’에서 분명히 기록하고 있다.


   여불위는 전국시대 한(韓)나라 대도시인 양책(陽責)의 대상인이었다. 여러 나라를 왕래하며 값이 쌀 때 물건을 사놓았다가 시기를 보아 비쌀 때 파는 방법으로 천금의 재산을 모았다. 그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 견문이 넓었으며 특히 모든 일에 대한 감식안(鑑識眼)이 비상하였다.


   진나라는 소왕 40년에 태자가 죽고 2년 후에 차남인 안국군(安國君)이 태자가 되었다. 안국군에게는 20여 명의 아들이 있었지만 총애를 받고 있었던 화양부인에게는 아들이 없었다. 그 20여 명의 아들 가운데 자초(子楚)라는 왕자가 있었다. 자초의 생모인 하희(夏姬)는 안국군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자초는 별 볼 일 없는 존재로 취급되어 조나라에 인질로 보내졌다. 자초는 사랑받지 못하는 첩의 자식인 데다 인질의 몸이었기 때문에 매우 곤궁한 생활을 해야만 했다. 더구나 진나라가 조나라를 자주 공격하였으므로 인질로 간 자초는 갈수록 조나라의 냉대를 받아야 했다.


   사업차 조나라 수도 한단에 간 여불위는 그곳에서 인질로 보내어진 자초를 만나게 되었다. 여불위는 자초를 보는 순간, ‘이것은 기화(奇貨)이다. 옛말에도 ‘기화가거(奇貨可居)’라고 했지 않는가!’라고 생각하였다. ‘기화’란 진귀한 상품 즉, 뜻하지 않게 찾아낸 물건이고, 그리하여 ‘기화가거’란 보존하였다가 비싸지기를 기다려 팔 수 있는 진귀한 물건이라는 뜻이다.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 가장 큰 이익을 거둔다”

   자초를 만난 뒤 여불위는 집에 돌아가 아버지에게 물었다. “농사를 지으면 몇 배의 이익이 남습니까?” 아버지는 “글쎄, 열 배쯤 남을까”라고 대답했다. 여불위가 또 “보물을 갖고 있으면 이익이 몇 배나 되겠습니까?”라고 묻자 아버지는 “백 배는 되겠지”라 대답하였다. 여불위가 다시 “그러면 임금이 될 사람을 사두면 이익이 몇 배가 될까요?”라 묻자 아버지는 “그야 계산할 수 없을 정도겠지”라고 말했다. 그러자 여불위가 말했다. “농사를 지어서 얻는 이익이란 그저 추위에 떨지 않고 배를 곯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장차 나라의 대권을 움켜쥘 왕을 키우게 된다면 그 혜택은 두고두고 남을 것입니다. 지금 조나라에는 진나라의 왕자가 인질로 와 있습니다. 저는 이 기화를 사놓겠습니다.”


   여불위는 곧장 자초를 다시 찾아갔다. 자초는 매일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무료하게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여불위가 큰 절을 하면서 자초에게 말했다. “제가 이제부터 왕자님의 대문을 크게 해드리겠습니다.” 자초는 힘없이 말했다. “먼저 당신의 대문을 크게 만들고 나서 나의 대문을 크게 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2.  승상에 올라 낙양지역 10만호를 식읍으로 


   여불위는 “공자께서는 잘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저의 대문은 공자의 대문이 커지는 것을 기다려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지금 진나라 왕은 연세가 많고 공자의 아버님 안국군은 태자로 계십니다. 안국군은 화양부인을 총애하고 있는데 그 부인에게는 후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후계를 정하는 데는 화양부인의 힘이 크게 작용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공자는 20여 명의 형제 중 중간쯤 태어나신 분으로 아버님의 관심도 별로 없고 오랫동안 외국에서 인질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안국군이 왕위에 오르게 되면 당연히 후계를 정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항상 옆에 있는 큰 형님이나 다른 형제분에 비해 공자께서 훨씬 불리한 입장인 것입니다.”
   듣고 있던 자초가 “어떻게 좋은 방도가 있겠습니까?”라고 묻자 여불위는 “공자께서는 경제적 여유도 없으며, 따라서 아버님에 대한 선물은 고사하고 찾아오는 손님들과 교제하는 일도 어렵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가지고 있는 천금의 전 재산을 던져서라도 안국군과 화양부인에게 당신을 후계자로 삼으라는 공작을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여불위는 5백금을 자초에게 교제비로 나누어 주고 나머지 5백금으로는 조나라의 진귀한 물건들을 사가지고 진나라로 돌아갔다. 훗날 한나라 시대에 보통 사람들의 재산이 열 금이었다는 사실에 비춰 여불위의 부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때부터 여불위는 천금의 위력에 더해 그의 능란한 사업 수완을 발휘하여 자초의 명성과 위상을 높였다.


   여불위는 미모의 무희(舞姬)들을 집에 들여 놓고 있었다. 어느 날 자초가 여불위의 집에 초대되었는데 가장 아름다운 무희를 보는 순간 반해버렸다. 자초는 그 여자를 자기에게 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 무희는 이미 여불위의 애첩이 되어 아이까지 임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초의 청을 거절하게 되면 이제까지 전 재산을 던져 투자한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었다. 결국 그녀는 임신한 사실을 숨긴 채 자초에게 재가해 갔다. 후에 그녀는 자초와의 사이에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의 이름이 정(政)이며, 바로 뒷날 ‘호랑(虎狼)’이라 칭해졌던 진시황이었다.


   몇 년이 지나 진나라 왕이 죽고 안국군이 즉위하자 자초는 태자가 되었다. 안국군은 즉위 뒤 불과 1년 만에 죽고 자초가 진나라 왕위를 계승하니 그가 장양왕이다. 자초는 역시 여불위가 지목한 대로 ‘기화(奇貨)’였던 것이다. 여불위는 승상에 임명되었고 낙양 지역의 10만 호를 식읍으로 삼았다.


   여불위가 식객 3000명에게 저술을 맡겨 편찬했다는 ‘여씨춘추(呂氏春秋)’. 여불위는 이 책을 진의 수도 함양 저잣거리에 전시해 놓고 “이 책에서 한 글자라도 고칠 수 있다면 천금을 주겠다”라고 큰소리를 쳤다. 이 때문에 ‘일자천금(一字千金)’이라는 고사가 생겼다. 


3. 잔인한 진시황을 아들로 둔 것이 그의 필연적 비극
   장양왕 역시 재위 3년 만에 세상을 떠나 드디어 태자 영정(嬴政)이 왕위를 이어받았다. 바로 진시황이다. 여불위는 최고 직위인 상국(相國)으로 올랐으며, 또한 중부(仲父, 아버지와 다름없는 사람이란 뜻)로 칭해지며 집안에 무려 만 명의 노비를 부리는 등 일세를 호령하였다.


   역시 호사다마였다. 여불위는 옛 연인이자 진시황의 어머니인 태후와 밀회를 즐겼다. 특별하게 의심이 많았던 독재자, 진시황은 여불위에게 친서를 보냈다. ‘귀공께서는 무슨 공적이 있어 10만 호의 영지를 받았는가? 또 진나라와 어떤 혈연관계가 있어 중부로 행세하고 있는가?’


   여불위는 ‘이러다가 끝내 주살되고 말 것이다. 치욕스럽게 죽느니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라고 생각하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4. 사람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감식안’
   대상인(大商人) 여불위는 사람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감식안’이 있었다. 그는 그러한 투자 대상을 정확하게 찾아냈고, 이 투자 기회를 민첩하게 포착하여 과감하게 실천하였다. 즉, 자신의 투자 대상이 꽃을 피우게 하기 위하여 가장 정확한 방법을 찾아냈던 것이다. 당시 투자 대상의 아버지인 태자와 태자가 총애하는 화양부인이 아들이 없다는 점을 교묘하게 활용하고 자신의 재산을 던져 결국 자신의 투자 대상이 권좌를 거머쥘 수 있게 하였다.


   정확한 투자 대상의 선택과 성공에 이르는 정확한 루트의 개발, 이것이 여불위의 성공 요인이었다. 다만 너무 잔인한 아들, 진시황을 둔 것이 그의 필연적인 비극이었다.



                                                                                         <참고문헌>
   1. 소준섭,  "기화가거, 임금이 될 사람을 사두라", 이투데이, 2020.5.21일자.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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